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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LL STAX, 『DETOX』

   

근데 대한민국에서 2pac이 되기 힘든 이윤 총 맞을 일 없는 홍대의 safety”라고 Beenzino가 「Being Myself」에서 그랬던가, 본토라 불리는 미국 힙합의 트렌드를 보다 적극적으로 구사하기 시작한 한국힙합의 가장 큰 벽은 다름 아닌 미국과는 다른 대한민국의 법체계일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마약 문제, 총기문제와 같은 미국 힙합 내에서 자주 사용되는 소재들에 대해서 한국힙합의 아티스트들은 경험해본 적이 없는 것이다. 이 문제는 단지 마약이나 총기와 같은 소재들을 사용할 수 없다는 차원에서만 이해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현재 한국힙합 내에서도 주류로 자리 잡은 사운드클라우드-랩의 트렌드를 예시로 들자면, 우선 그러한 트렌드에서 주로 포착되는 ‘high’한 바이브 ― 그러한 바이브는 마약의 직접적인 복용과 깊이 연관된다 ― 를 한국힙합 아티스트들은 쉬이 구현할 수 없으며, 방법론적으로 나아가면 그렇게 ‘high’한 바이브가 일차적인 토대로 작동하는 ‘멈블’이라는 기법의 정당성을 한국힙합 아티스트들은 쉬이 소명할 수 없다. 예시로 사용한 대표적인 두 요소가 한국힙합으로 넘어온다면, ‘high’한 바이브는 그저 파티 내지는 클럽의 분위기로 해석되며(실로 중요한 문제이며, 현재까지도 많은 한국힙합 리스너들이 ‘high’라는 용어를 맞닥뜨릴 때 범하는 오해이기도하다. ‘high’함이란 단순히 상승되어있는 분위기만을 뜻하는 것인가? Lil Peep과 같은 아티스트의 음악은 ‘high’함에 대한 해석이 그런 차원에서만 머물기를 경계한다) ‘멈블’은 단지 장르적 소리에 발을 맞추는 퍼포먼스 스킬에 그친다. 한국힙합의 트렌드가 바뀌고 많은 아티스트들이 미국 힙합에 대한 ‘카피캣’이라는 비판에서 면책되기 힘든 지경인데, 이는 실제로 그들이 적극적인 카피를 추구했다기보다는 한국힙합의 고유한 환경에서부터 비롯된 ‘미국을 카피할 수 없음’이라는 전제가 리스너들로 하여금 더욱 큰 괴리감을 느끼게 한 결과일 것이다.

그렇기에 2019년 C Jamm의 앨범 『킁』이 비평가와 리스너 양 측으로부터 상당한 하이프를 받았던 것은 한국힙합의 그러한 맥락과 연관된다. 그는 실제로 마약사범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었고, 『킁』은 그의 마약 복용 경험을 직접 이야기하는 음반이었다. 대한민국에서 마약 복용이 범죄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전해지는 생생한 이야기와 영민한 접근법, 잘 구축된 사운드와 랩 디자인 등을 바탕으로 미국 힙합에서 포착될 수 있는 이야기를 한국힙합의 문법으로서 잘 정제시켰던 『킁』은 앞서 설명한 괴리감에 못견뎌하던 한국힙합의 리스너들을 열광시켰던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역시나 마약사범으로 체포되었던 경험이 있는 BILL STAX는 C Jamm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마약과 그와 연관된 자신의 경험을 소재로 사용함에도 어쨌든 그 이상의 접근에 대해선 조심스러웠던 C Jamm과는 달리 Bill Stax는 동년에 발매한 싱글 「Idungivaㅗ」에서 더욱 노골적이고 강경하게 대마초의 합법화를 주장했다. 대마초 뿐 아니라 동성혼과 같은 의제들을 또한 같이 끌어오며 대한민국의 법체계를 강하게 비판하는 그의 목소리는 마치 그의 강한 의지를 대변하는 듯 했다. 아예 대마초를 전 앨범을 관통하는 콘셉트로 삼고 있는 본작, 『DETOX』는 어쩌면 그러한 그의 행보의 연장에 있다.

달라진 것은 강경했던 「Idungivaㅗ」의 목소리가 본작에서는 다소 순화된 형태로 드러난다는 점이다. 하지만 오히려 본작의 목소리는 「Idungivaㅗ」보다도 더욱 강한 충격으로 다가오는데, 그것은 BILL STAX가 본작에서 대마초를 이야기함에 있어 그것을 마치 술이나 담배와 같은 사회에서 용인된 기호식품인 것 마냥 스스로의 일상 안에 녹여서 서술하기 때문이다. 「Idungivaㅗ」에서 그가 대한민국의 법체계를 비판함은 달리 말하면 현재 법적으로 사람들을 해치는 ‘독소’와 같은 대마초의 위치를 직접 드러내는 것이었지만, 본작에 이르러 그가 대마초를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상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임은 ‘독소’와 같은 인식에 대한 해독의 시도다. 본작의 제목인 『DETOX』라는 낱말의 뜻이 ‘해독’인 것처럼 그는 그러한 해독을 직접 시도하였고, 그렇기에 본작의 내용이 「Idungivaㅗ」에서의 비판보다도 더욱 강하게 다가오게 되는 것이다. 더욱 재밌는 것은 본작의 전반부와 후반부를 나누는 지점인데, BILL STAX는 이를 각각 대마초의 종류인 ‘Sativa’와 ‘Indica’로 명명한다. 흔히 전자는 기분을 좋은 쪽으로 끌어올리는 효능을, 후자는 기분을 가라앉혀주는 효능을 지녔다고 알려져 있는데, 본작의 전반부와 후반부에 배치된 트랙들이 각 대마초의 종류를 그대로 따라가게 구성되어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Sativa’에 포진한 트랙들은 듣는 재미가 있다. 대마초를 ‘hot wasabi’라고 묘사하며 자연스럽게 대마초를 흡연하는 장면을 직접 제시하는 첫 트랙 「WASABI」에서부터, 비흡연자랑은 일 없지라고 대마초와 관련한 자신의 발화에 당당하면서도 개찔려서 교통경찰관 눈도 못 봄이라는 상반되는 라인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Wickr me」, 대마초의 효과를 마치 축지법과 같다는 재치 있는 비유로 승화시키는 「허경영」, 대마초에 관한 한국힙합의 딜레마를 비웃어버리는 「한국거가 아닌거」, 자신이 앞서 비웃은 한국힙합과는 전혀 다른 행보를 걷는 자신의 크루 TNF(Thur’sday is New Friday)를 소개하는 「TNF」까지, 짧은 러닝타임으로 바쁘게 치고 빠지는 전반부의 트랙들은 다른 걸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일단 재밌으면서, 또 자연스러운 대마초의 소재화로 인해 충격적이기도 하다. ‘Indica’에서는 가라앉은 기타 리프가 돋보이는 「Lonely Stoner」와 너무 들 뜨지 않으면서도 기분 좋은 피아노 연주를 내세우는 「[Thur’sday]」가 해당 파트의 테마를 잘 살린 대표적인 트랙이라 할 수 있겠다. ‘Indica’에서도 역시 대마초가 주요 소재로 등장하지만, ‘Sativa’에서만큼 콘셉트에 충실하지 못한 모습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가령 「답답해」나 「Price Tag」와 같은 경우가 그렇다. 후자의 경우 가면 말아줄게 제일 굵은 거와 같은 라인으로 그나마 고개를 끄덕일 수는 있어도(물론 그럼에도 콘셉트에서 벗어나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전자의 경우는 콘셉트에서 탈선한 정도가 지나치며, 뿐만 아니라 소리의 구성이나 퍼포먼스 면에서도 다소 간의 아쉬움이 남는 트랙이다. 그리고 그 아쉬움의 이유는 두 트랙 모두 대마초에 대한 집중에서 벗어나 한국힙합 내에서도 흔히 사용되었던 다른 요소들의 이름을 호명하며 ‘Sativa’에서부터 구성된 본작 내 BILL STAX의 캐릭터를 어그러뜨렸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본작의 객원 아티스트들이 염따를 제외하면 전부 TNF 크루의 신예들로 구성되어있다는 점 역시 흥미로운 지점인데, 그들의 퍼포먼스는 대체로 BILL STAX의 그것만큼 인상적이지는 않은 편이다(예외로, 마지막 트랙 「[Thur’sday]」의 객원으로 참여한 Ted Park은 짧은 분량임에도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였다). 그러나 그러한 신예들의 평이한 퍼포먼스가 본작에 있어서 아쉬움으로 남지 않는 이유는, 대마초와 직접 관하는 본작의 이야기는 어쩌면 BILL STAX와 함께 TNF 크루의 그들만이 구사할 수 있을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아니면 달리 누가 본작에 힘을 보탤 수 있었을까? 실제로 염따의 피처링은 그 퍼포먼스와는 별개로 다소 콘셉트에서 붕 뜬 노랫말로 뒤에 「답답해」나 「Price Tag」와 같이 탈선한 트랙들의 빌미가 되기도 했다. 결국 본작은 BILL STAX가 기획하여 탄생한 ‘도래하지 않은’ 대마초가 합법화된 대한민국의 전경일 것이고, 「WASABI」와 「Lonely Stoner」에서 각각 DJ DOC의 「슈퍼맨의 비애」와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의 라인을 대마초의 소재로 응용한 것은 한국 음악계 내 대마초의 문제가 터부시되어선 안 된다고 말하는 과감한 선언과도 같을 것이다. BILL STAX는 본작을 발매하며 4월 20일 대마초 합법화 국민청원을 진행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사람들의 대마초에 대한 인식은 각기 다른 상태이겠지만, 그와는 상관없이 스스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신념을 관철시키려고 하는 그의 움직임은 지켜봐야할 필요가 있을 것이며, 그렇기에 본작, 『DETOX』 역시 한국힙합의 현재에서도 보다 다르게 독해되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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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듣고, 글을 씁니다.
http://www.tonple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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