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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음 2010년대 결산 : 국외음악 by. YANG-SOHA

   

서문

 

지난 국내 결산에서 말했듯, 본고를 작성함에 있어 수많은 국외 작품(저의 역량에 의존하였기에 영미권으로 한정할 수밖에 없었던…)중 10개의 작품을 추려내는 것은 역시나 힘든 작업이었습니다. 다만, 이것 역시 재차 강조하자면, 저 스스로에게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글일지라도, 본고를 통해 독자 여러분이 지난 10년의 추억들을 잠시라도 떠올리시게 된다면, 그것 만으로도 저에게는 큰 의미로 다가올 것 같습니다.

이번 2010년대 국외 결산을 마지막으로 수개월에 걸친 2019년, 2010년대 결산이 마무리되었습니다. 특히나 본고를 게시하는 오늘(2020.03.07.)을 기준으로 저희 웹진 온음이 첫 게시글을 등록한 지 일 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지난 1년간 다소 부진한 활동이었지만, 그럼에도 온음에 방문하고 관심을 비춰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10

 
LCD Soundsystem, 『This Is Happening』, DFA, 2010.05
 

LCD Soundsystem이라는 밴드가 출현한 이후, 혹은 제임스 머피(James Murphy)가 본격적으로 본인의 밴드 음악을 시작한 이후, 줄곧 그의 음악에는 감출 수 없는 흥이 있었다. 그리고 어쩌면 밴드의 마지막이 되었을 『This Is Happening』에는, 그 이전의 작품보다도 훨씬 더 거대한 흥이 담겨 있다. 본작이 재생되는 내내 드럼이 만드는 박자, 신디사이저와 기타, 베이스 등의 악기가 만드는 그루브와 멜로디, 그리고 보컬을 포함해 본작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은 그저 청자를 춤추게 만들려는, 단 한 가지 목표를 위해 달려가는 듯한 인상을 준다. 물론 본작이 작품 발매 전 사망한 멤버 제리 푸치스(Jerry Fuchs)에게 헌정하는 작품이며, 앞서 말했듯 밴드의 마지막을 장식할 아쉬운 마음 아래 등장했을지라도, 본작을 감도는 흥은 어떤 방식으로도 감춰지지 않는다. 그러한 작품 속의 흥은 다양한 장르, 특히 포스트 펑크를 위시한 댄스 장르와, 디스코, 하우스 등의 일렉트로닉 장르 등을 망라하여 표출되며, 지난 수십 년간 음악 팬들을 신나게 만들었던 요소들이 총출동한 모습으로 결론지어진다. 그렇기에 LCD Soundsystem이라는 밴드가 탄생에서부터 그려온 흥의 이력에 있어서, 본작은 분명 확실한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던 작품임과 동시에, 그들이 보여준 ‘흥’이라는 주체가 발현되는 많은 방식들을 통해 청자들이 자신의 즐거운 과거를 돌아보게 만드는 훌륭한 연결고리의 역할을 맡게 되었다.

 

9

 
FKA Twigs, 『LP1』, Young Turks, 2014.08
 

FKA Twigs(이하 트윅스)가 직접 말했듯, 그의 음악을 특정 장르로 지칭하기에는 무리가 많다. 『LP 1』의 전방에 등장하여 음악적 중심에 자리하는 글리치 사운드, 그리고 그 위를 아슬아슬하게 걷는 트윅스의 목소리, 이 두 가지 요소는 분명 작품의 요추에 자리하지만, 그렇다고 역시 이것만으로 본작을 완벽하게 설명할 수 없다. 두 가지 소리가 결합해 만드는 분위기는 때로는 애절하게 들리기도 하고, 다른 지점에서는 위협적인 감정을 조성하며, 결국에는 위태로운 한 인간의 모습으로 거듭난다. 이러한 소리들은 단순히 끝음을 늘이는 방법을 사용하거나, 소리의 크기를 점차 줄여가는 방식으로 풍부한 공간을 만들어내고, 작품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동시에 작품을 전방위적으로 아우르는 분위기 만들어냈다. 또한 음악과 동행하는 다양한 스타일의 영상 작품들, 댄서로서의 모습이 드러나는 「Two Weeks」와 「Pendulum」 뮤직비디오라던가, 흑백 화면으로부터 이어지는 스토리를 가진 「Video Girl」의 비디오, 그리고 앨범 커버를 급격하게 왜곡하며 진행되는 「Pendulum」의 비주얼 비디오까지, 영상 매체를 통한 주제 전달의 방식까지도 『LP1』이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 포함되어 있다. 단순히 R&B로 칭할 수도, 혹은 전자 음악, 팝을 가져다 붙일 수도 있는 본작은 장르를 구분하는 것을 넘어 다채롭고 신선한 장르적 요소의 차용을 시도하는 작품으로서, 어쩌면 이후 몇 년간보다 본격적으로 도입된 범-장르적 음악들과 이를 넘어 범-매체적 예술의 시도들에 앞장선 작품으로 남게 되었다.

 

8

 
D’ Angelo and The Vanguard, 『Black Messiah』, RCA, 2014.12
 

꼭 구관이 명관이라는 법은 없다.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분야에서의 세대는 계속하여 변화하고, 그러한 흐름에 맞추지 못하는 것들은 도태되거나, 새로운 모습으로 변형하여 연명하는, 두 방법 중 하나를 반드시 택해야만 한다. 특히 지난 10년간의 음악 시장에서, 더욱 빠르게 이루어지는 기술의 발전에 맞춰 대부분의 소리가 재현되는 방식은 실연되는 악기의 연주에서 미디 악기의 연주라는 형태로 바뀌어갔다. 그러나, 분명 실연되는 악기의 느낌은 미디 악기가 완벽하게 대체할 수 없고, 진짜 악기만이 만들 수 있는 분위기와 그 분위기로 형성되는 장르적 특징 역시 그들만이 만들어내는 매력이 있기 마련이었다. 그렇게 디 안젤로와(D’Angelo)와 밴드 뱅가드(The Vanguard)가 그려낸 『Black Messiah』는 새로운 음악적 산물들의 한가운데에서 명관인 구관으로서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낸 작품이 되었다. 본작의 주인공인 디 안젤로는 20세기의 끝자락에서 『Voodoo』라는 걸작을 만들어냈지만,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모습을 감추었고, 14년 만에 본작을 발매하며 등장했다. 절대로 짧게 볼 수 없는 14년의 기간 속에서, 그는 지난 작품에 비해 더욱 아날로그적인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사라진 기간에 대해 팬들에게 넉넉한 보상을 건네었다. 여전히 매혹적이면서도 호소력 짙은 음색을 필두로, 네오 소울을 중심으로 재즈와 고전 소울의 모습을 겹치고, 때로는 펑키한 그루브까지 만드는 활약이 돋보였으며, 자신이 겪은 흑인 사회에 대한 고찰과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동시에 선보이는 역량마저 뽐내었다. 2010년대에 들어 다채로운 장르와의 혼합을 통해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한 R&B 씬에서, 그 원류와도 같은 소울 장르의 걸작이, 아주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방식을 통해 탄생하였다는 점은, 분명 디지털화가 본격화된 사회에 주어진 신선한 선물과도 같았다.

 

7

 
Tame Impala, 『Lonerism』, Modular, 2012.10
 

2019년 수많은 매체에서 당해의 트렌드로 꼽은 ‘뉴트로’에 대해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말한 열풍의 이유는 두 가지로 축약할 수 있었다. “과거의 것을 과거의 것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새로운 세대에게는, 과거의 것이 새로운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 그리고 “과거의 모습을 단순 유지하기보다는, 새로운 세대에 맞춘 모습으로 변형해서 이어지는 것이 다시금 인기를 얻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리고 뉴트로의 열풍이 불기도 한참 전에, 테임 임팔라(Tame Impala)의 『Lonerism』은 미래에 벌어질 뉴트로의 정의를 충족하는 강렬한 예시와도 같았다. 테임 임팔라가 본작에서 지향한 바는 분명 ‘몽환적인’, 혹은 이펙트가 강하게 걸린 악기들과 나른한 목소리가 이끄는, 과거의 ‘싸이키델릭 락’에서 유추되는 음악에 입각했다는 사실이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그들은 앞서 언급했듯 단순히 과거의 것을 이어나가기보다, 자신들만의 색깔, 특히 제목에서부터 연상되는 외로움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좌절 등을 핵심으로 하여 새로운 형태로 변주해 선보였으며, 그렇기에 그들은 새로운 세대의 전폭적인 관심을 받게 되었다.

물론 앞서 언급한 이유는 ‘테임 임팔라의 음악을 싸이키델릭 락으로 볼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 대한 명확한 해답이 될 수는 없다. 분명히 그들의 음악은 완전한 과거의 싸이키델릭 락과 동일선상에 놓을 수 없고, 혹자들이 말하는 ‘싸이키델릭 팝’이라는 단어에 더욱 잘 어울릴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음악의 중층에 자리하는 공간감 가득한 소리들과 이들의 위로 얹히는 나른한 보컬, 그리고 이들 중 가장 높은 자리에 위치하여 존재감을 뽐내는 신디사이저 등이 만들어내는 소리는 명백하게 몽환적임을, 결국 그들의 음악이 ‘싸이키델릭 함’은 부정할 수 없다. 또한 그들이 만드는 단순하지만 매력적인 리프들과, 리프를 만드는 다양한 작법/연주법은 과거의 것과 구별되는 새로운 매력을 부여하는 장치가 되며, 때로 기타가 맡던 역할을 신디사이저가 이어받는다던지, 트랙 전개 과정 도중 대화 소리가 난입하는 등의 형식 역시도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새로운 요소로 활용되었다. 초장에 말했던 것을 되짚어 보자면, 결국 뉴트로라는 것은 레트로를 받아들이는 세대의 인식과, 레트로를 재생산하는 주체의 의도가 서로 맞물려 탄생한다. 물론 다시 말하지만 본작이 완전히 레트로적인 음악을 시행한 것은 아니다. 분명 싸이키델릭을 표방한 음악들은 그 시작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이어져 오고 있으며, 테임 임팔라의 등장 시점에서는 MGMT, 애니멀 콜렉티브(Animal Collective)등의 싸이키델릭 밴드들이 함께하기도 했다. 그러나 테임 임팔라는 당시까지 유지되던 싸이키델릭이라는 분위기의 새로운 계승 방법으로서, 과거의 분위기를 있는 그대로 실현하면서도, 자신들의 방법을 통한 변주로 새로운 세대에게 자극이 될 부분들을 만들었으며, 그렇기에 그들은 지금까지도 계속되는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리고 결국 테임 임팔라는 매력적인 방법으로, 새로운 세대에게 새로운 과거의 것을 선보였다.

 

6

 
Oneohtrix Point Never, 『Replica』, Mexican Summer, 2011.11
 

원오트릭스 포인트 네버(Oneohtrix Point Never, 이하 OPN), 혹은 대니얼 로파틴(Daniel Lopatin)이 『Replica』를 통해 그려내고자 한 것은 결론적으로 과거에 맞물린다. 장장 수 백 년에 걸쳐 일어난 세 차례의 산업혁명이 불과 20년가량의 시간만에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듯, 2010년대의 문화와 예술 역시 급격한 속도의 변화의 물살을 정면으로 맞서야 했다. 그리고, 그러한 급진적인 변화의 흐름에서, 과거의 것들은 대부분 도태되었고, 그를 피한 몇몇만이 새로운 추세에 흡수되어 그 본질을 유지했으며, 또는 드문 빈도로 과거의 것들이 신세대에게 발굴되어 ‘레트로’라던가, 다소 변형된 ‘뉴트로’라는 동향 아래 빛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OPN이 본작에서 들려주는 것들은, 앞서 언급된 것들과는 사뭇 다른, 아예 사람들에게 잊혀진 80년대의 광고와 OST들로 구성되어 있고, 그런 과거의 것을 다루는 OPN만의 방식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았다.

OPN은 『Replica』에서 과거의 것을 해체하고, 이를 다시 조립하며, 조립의 과정에서 ‘반복’을 핵심으로 활용해 과거를 다루었다. 본작에 등장하는 소리들, 과거의 광고와 OST에서 가져온 것들은 OPN에 의해 반복됨으로써 개편된 모습으로 드러나는데, 이 소리들은 템포를 어긋 내고, 음높이의 고저를 오가며, 가끔은 왜곡된 소리로 등장한다. 또한 이들은 곡이 전개됨에 따라 다른 소리와 겹치기도 하고, 아예 새로이 만들어진 소리를 뒷받침하거나 이들 위에 자리해 더욱 주목받기도 한다. 그리고 OPN은 다양한 방식을 통한 반복이라는 중심 행위를 시행하며 과거의 것을 재창조하고,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작업을 이끌었다. 그리고 동시에 OPN이 이들을 다루는 방식이 그 무게를 헤아리기 힘든, 단순해 보이면서도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행동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청자들은 과거의 것을 재소비하는 것에 대한 자신만의 고찰을 마음 편히 수행할 수 있었다. 그리고 OPN은 인터뷰를 통해 『Replica』의 의미가 결국 인간의 지식은 감퇴하기 때문에 과거의 복사본을 만들었다라고 설명함과 동시에, 이러한 불변의 과정을 ‘미스테리’라는 어휘로 함축하기도 했고, 앨범 커버의 해골이 가지는 의미(과거, 죽음)를 가리키면서, 해골의 머리카락이 파스타 면과 같다고 이야기하는 유머를 늘어놓았다. 결국, 우리는 OPN이 다루는 과거의 것들에 대한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으면서도, 그 의미를 다시금 인지해야 하는 순간을 맞이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의도대로 그려낸 『Replica』는 당시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가 과거의 것을 받아들이는 인식의 긍정적 토대를 마련한 작품으로 남았다.

 

5

 
Frank Ocean, 『channel ORANGE』, Def Jam, 2012.07
 

현대의 음악시장에 들어서면서 장르의 구분은 본격적으로 무용화되었고, 많은 아티스트들이 장르의 차용과 혼합을 통해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지난 10년간의 음악시장에서 신선함을 필두로 기존 음악 팬들을 매료시킨 신생 장르는 피비 알앤비(PBR&B)였다. 피비 알앤비의 시초를 단정하는 것은 어려우나, 흐름을 증폭시킨 인물들은 확실하게 존재하였고, 그 주인공은 위켄드(The Weeknd), 미겔(Miguel), 그리고 프랭크 오션(Frank Ocean, 이하 오션)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새 물결의 확장을 이끈 작품을 내놓은 세 아티스트는 곧바로 주목받는 신예로 거듭났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뚜렷한 족적은 프랭크 오션과, 그의 첫 스튜디오 앨범 『channel ORANGE』로부터 발생했다. 물론 『channel ORANGE』가 뛰어난 입지를 가지게 된 경로에는 음악만이 존재하지는 않았다. 당시 주목받는 아티스트가 모인 집단이었던 오드 퓨쳐(Odd Future)의 일원이었고, 작품의 발매 직전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낸 프랭크 오션이라는 인물이 만든 파장은 본작에 엄청난 이목을 집중시키기 충분했다. 특히 지금까지도 극심한 마초 성향이 주가 되는 흑인 음악 시장에서 양성애자임을 밝힌 오션은 수많은 논쟁을 이끌었지만, 이는 제이지(Jay-Z)와 비욘세(Beyoncé), 크루 멤버인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등의 동료들에게서 지지를 받았고, 곧이어 발매된 본작의 성과로 인해 더욱 효과적인 공표로 마무리되었다.

『channel ORANGE』는 분명 새로운 흐름의 일원이자 이를 효과적으로 알리는 데에 일조한 작품이다. 미디엄 템포로 진행되는 익숙한 분위기의 「Thinkin Bout You」와 전자음의 활용이 두드러지는 「Pyramids」가 공존하고, 대화 소리와 게임을 시작하는 효과음으로 작품의 시작을 알리는 「Start」와, 당최 알아듣기 힘든 대화와 흐릿해지는 노랫소리에 이어, 자동차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가는 듯한 소리가 이어지는 「End」로 끝맺어지는 대칭이 작품의 가장자리에 위치한다. 가사에서도 마찬가지다. 본작의 가사를 구성하는 사랑이라는 기조, 그 중에서도 짝사랑에 기대어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서, 때로는 돈에 대한 대립적 시각이 드러나는 「Not Just Money」, 「Super Rich Kids」가 이어지고, 곳곳에 점철된 은유로 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Pink Matter」가 등장하여 다채로운 구성을 이루는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본작의 음악적/위치적 중심에 위치한 「Pyramids」와 아티스트가 작품을 통해 드러내고자 한 본질에 가장 근접한 「Bad Religion」을 통해 우리는 본작의 결론에 다다를 수 있다. 본작의 중심이자 10분에 다다르는 길이를 가진 「Pyramids」는 트랙이 재생되는 시간 동안 빈번하게 일어나는 리듬의 변주와 다채로운 악기의 활용이 매끄럽게 연결되고, 피라미드와 클레오 파트라라는 고전적인 모티프를 중심으로 둔 신선한 주제가 드러난다. 이어지는 「Bad Religion」은 택시 운전사와의 대화를 통해 전개되는데, 어찌 보면 지극히 평범한 짝사랑에 대한 푸념이 I can never make him love me라는 가사와 충돌하는 지점에서 삽시에 변형되며, 이는 우리가 본작의 발매 직전 알게 된 오션의 성 정체성과 맞물리고, 이후 오션이 말하는 “세 개의 삶”에 대해 깊은 해석을 요구하게 된다. 이토록 다양한 시도들과, 이를 통해 발현된 신세대의 물결로 이루어진 본작은, 새로운 세대와 그들이 만든 흐름의 속도를 가속시킴과 동시에, 면밀한 완성도와 효과적인 구성들로 그 시초를 확실하게 다져낸, 지난 10년과 앞으로 이어질 신세대 R&B의 원류로서 그 뿌리에 놓일 덧없는 작품이다.

 

4

 
Beyoncé, 『Lemonade』, Parkwood, 2016.04
 

수 십 년의 세월 동안 탄탄히 쌓아 올린 디스코그래피와, 매번 뛰어난 가창, 춤, 무대를 선보인 비욘세(Beyoncé)는 지난 세월이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2010년대에도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인 아티스트 중 하나였다. 음악적 활동 외에도 영화와 패션 등의 분야에서도 훌륭한 성과를 올리고, 지속적으로 사회 전반에 관련한 활동을 이어왔으며, 그녀를 둘러싸는 다양한 인물들, 특히 동생 솔란지(Solange)와 남편 제이지(Jay-Z)의 활약들까지 연결되며 그는 현재에도 전 세계에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최고의 예술가의 입지를 굳건히 다지고 있다. 그리고 비욘세가 지난 오랜 세월을 거쳐 발표한, 동명의 영화와 함께 등장했던 『Lemonade』는, 워싱턴 포스트의 말을 빌리자면, “매우 개인적이지만, 동시에 대담한 사회적, 정치적 성명”이었다.

『Lemonade』는 분명 극히 개인적인 서사를 담고 있다. 본작의 요소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사랑에 대한 것이고, 이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비욘세라는 인물의 자전적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비욘세의 이야기에서는 그녀가 겪었던 개인적인 사건과 사회적 사건이 함께 발화되는데, 그렇기에 본작은 무척 개인적이지만, 이와 함께 사회적 성명을 담고 있었다. 앞서 말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하게 풀어보자면, 본작의 중심인 사랑은 주로 비욘세와 제이지의 관계에 관한 것이었고, 더욱 자세하게 들어가면 제이지의 불륜을 핵심으로 삼고 있다. 현대 흑인음악 시장에서, 아니 현대의 팝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부부의 외도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격적이었고, 이를 제대로 밝혀낸 순간이 외도를 목격한 아내의 음악적 발화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더 큰 파장을 일으켰다. 지금에 와서는 『4:44』를 통한 참회와, 『EVERYTHING IS LOVE』, 『OTR II』투어로 이어지는 재결합의 순간을 목도하였기에 다소 긍정적으로 마무리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세계 최고의 아티스트가 겪었던 사랑에 관련한 수모를 함께한 사람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었다. 특히나 이러한 충격은 본작이 전개됨에 있어서 비욘세가 화자로서 이야기하는 감정의 골이 변화하는 순간들을 따라 이어지는데, 슬픔과 비애로 시작해 분노, 자책, 그리고 용서로 연결되는 변화의 순서는 순식간에 청자를 끌어들이며, 비욘세라는 아티스트가 아닌 비욘세 지젤 놀스(Beyoncé Giselle Knowles)라는 인물에게 감정을 이입하는 순간들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결말에 들어서면서, 지난 10년간 등장한 트랙 중 가장 중요한 트랙으로 손꼽히는 「Formation」의 등장과 함께 다시금 커다란 변화의 국면을 맞이한다. 「Formation」은 본작에서 드러나는 중심적인 감정과는 동떨어져 있으나, 그와 동시에 비욘세라는 인물이 본작에서 그려내는 감정의 본질과, 결론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포부 등 모든 요소를 함축하고 있기에 특별하다. 트랙의 뮤직비디오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덮쳤던 뉴올리언스(New Orleans)의 마을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그리고 영상과 음악의 중심에는 비욘세가 서있고, 그는 자신이 가지는 정체성들을 늘어놓는데, 본인은 흑인이고, 여성이며, 자신의 역량만으로 세계 최고의 위치에 오른 예술가임을 다시금 청자에게 각인시킨다. 이어 비욘세는 본인의 능력으로 남편을 흑인 빌 게이츠로 만들기도 하고, 동시에 현재의 위치에서 전 세계의 여성들을 한 데로 모으기도 한다. 또한 이와 동시에 그의 부모님이 미국 흑인 역사의 원류인 앨라배마(Alabama)와 루이지애나(Louisiana) 출신이며, 그의 자식들은 아프로 헤어 스타일을 가졌고 자신이 남부 텍사스에서 자라고 태어났음을 넘치는 자신감으로 공표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전부 비욘세라는 인물을 정의하는 요소이면서도, 차별의 이유로 작용할 수 있는 것들이다. 허나 비욘세는 이를 확실한 자신감으로 이겨내며, 이를 통해 우리는 그의 역량을 여실히 느껴지는 순간을 맞이한다. 그렇기에 『Lemonade』는 비욘세라는 아티스트가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풀어내는 효과적인 내러티브의 연속이면서, 자신을 규정하는 정체성을 자신감 있게 드러내는 모습의 극적인 발현과도 같은 놀라운 순간의 연속이다.

 

3

 
Kendrick Lamar, 『To Pimp A Butterfly』, Top Dawg, 2015.03
 

매번 그래 왔으나, 현대에 들어오면서 음악가들은 자신이 겪는 차별과 탄압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드러냈고, 그중에서도 힙합이라는 장르에서 빈번하게 대두되는, 미국의 탄생부터 이어진 흑인 사회의 문제 역시 전면에 포함되었다. 특히나 2012년 즈음부터 일어난 #BlackLivesMatter 운동의 한복판에 자리하게 된 『good kid, m.A.A.d City』(이하 『GKMC』)라는 작품만으로,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는 당시 난세의 흑인 사회에 나타난 영웅과도 같은 위치에 오르게 되었다. 미국 서부의 대표적인 할렘인 컴튼(Compton)에서 보낸 본인의 삶을 풀어나가는 방식으로서 여자친구인 셰런(Sherane)을 서사의 중심으로 두고, 빈번하게 등장하는 대화 소리들을 차용한 『GKMC』는 귀로 들리는 스토리가 눈앞에 생생하게 재생되는, 한 편의 영화와도 같은 앨범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스토리는 단순히 켄드릭 한 사람의 인생으로 국한되지 않는, 미국에서 살아가는 많은 흑인들이 겪었을 법한 일들의 내러티브였기에 보다 큰 열광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켄드릭은 계속하여 자신과 사회에 대해 고민하였고, 그렇게 더 넓은 시각으로 사회를 그려낸 『To Pimp A Butterfly』(이하 『TPAB』)가 가감 없이 등장했기에, 켄드릭은 계속하여 자신의 입지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는 사소한 문제 역시 동행하였다. 흑인 사회의 새로운 영웅으로 추앙받던 켄드릭은 『TPAB』에서 드러낸 생각을 통해 사회의 배신자로 낙인찍히기도 했고, 이는 아젤리아 뱅크스(Azealia Banks)와의 비프를 통해 확실하게 각인되었다. 허나 지금의 우리는 켄드릭이 피력한 신념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고, 그렇기에 지금에도 켄드릭의 입지는 지속되고 있다.

『TPAB』는 전작과 비슷하면서도 확실하게 구분되는 모티프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전작은 실재했던 여자친구 셰런을 모티프로 둔다면, 본작에서는 루시(Lucy)라는, 성서에서 가장 유명한 악마 루시퍼의 이름을 딴 허구의 유령을 모티프로 두고 전개한다. 그리고 작품 내에서 루시의 꾐과 말솜씨에 빠져들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하는 켄드릭의 모습이 비치는데, 그와 동시에 켄드릭은 흑인 사회에서 벌어졌던 문제들, 웨슬리 스나이프스(Wesley Sinpes)의 납세 거부 사건과 이로부터 비롯된 납세 거부 운동을 주제로 다룬 「Wesley’s Theory」, 흑인으로서의 삶을 두 가지 의미(자궁, 감옥)의 벽으로 은유해 풀어나가는 「These Walls」라는 전반부의 중심적인 두 트랙을 통해 이야기를 이어간다. 또한 미국 문화에서 흑인의 원류와도 같은 쿤타 킨테를 소환해 스스로를 빗대어 자신을 왕으로 추대하는, 더불어 내가 걸어갈 때 너는 어디 있었어 (Bitch where you when I was walkin’)이라 말하며 당시의 힙합 씬을 꼬집는 「King Kunta」등의 전반부를 거쳐, 중반에 등장하는 「Alright」은 지난 10년 동안의 음악 역사, 그리고 미국의 역사에서 지울 수 없는 순간을 만든다. 현재에도 미국 사회에서 공공연히 벌어지는 흑인들에 대한 탄압과 차별을 무참히 그려내면서도, 모순적으로 이를 괜찮다고 말하는 「Alright」은 단순히 흑인 사회에 희망을 선물하기보다, 이러한 모든 고통마저도 이겨내자는 의지를 전달하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그리고 이렇듯 강력한 의지의 부여는 무의미한 희망 제공보다 확실한 동기를 만들어내며, 그렇기에 「Alright」은 앞서 언급한 #BlackLivesMatter의 중심부에서 다시금 켄드릭의 입지를 만드는 근거가 되었다.

그렇게 이어지던 이야기들은 「How Much A Dollar Cost」에서의 고뇌와 성난 목소리로 정체성의 회고를 다루는 「The Blacker Than Berry」로 귀결되는 듯한다. 「The Blacker Than Berry」에서 켄드릭은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로 전반적인 사회에서 벌어지는 흑인이 겪는 문제를 이야기하지만, 마지막 벌스에 들어 그러한 문제가 훨씬 심각한 수준으로 흑인 사회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명시한다. 이러한 통찰과 함께 켄드릭은 분명 흑인 사회의 내부에서의 벌어지는 문제가 더 많으며 훨씬 비참한 사실임에도, 왜 나는 트레이본 마틴(Trayvon Martin)이 사망한 것에 더 큰 슬픔을 느끼냐는, 보다 본질적인 흑인 사회의 문제점을 꼬집는 방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설파한다. 그러나 이어지는 「i」에서 켄드릭은 그에 대한 해답이자 모든 차별과 탄압을 벗어나는 본질에 있는, 스스로를 먼저 사랑할 것을 이야기한다. 그가 제시한 방법, 곧 타인의 차별을 방지하기 위해 먼저 타인을 사랑하고, 그보다 먼저 본인 스스로를 사랑하라는 이야기는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방식이며, 켄드릭이 제시한 해결의 원천은 반드시 성과를 낼 것임이 확실했다. 그리고 본작의 말미에서 사회의 문제를 해결한 켄드릭은 마지막 트랙 「Mortal Man」에서 우상이었던 투팍(2Pac)과 대화하고, 결국 그의 왕관을 건네받으며 끝맺는다.

『To Pimp A Butterfly』라는 제목이 가지는 뜻을 돌이켜 본다. 한국에서 흔히 착취로 번역되는 ‘Pimp’라는 어휘의 해석은 절대 틀리지 않았다. 다만 앨범의 분위기를 잡아 이끄는 켄드릭과, 이를 혼란시키는 루시라는 존재를 두고 봤을 때, 흑인 사회를 가리키는 나비는 착취당하면서도, 동시에 배신당하며, 곧 이에 대한 해결을 얻는 존재로 그려진다. 그렇기에 착취라는 단어가 본작을 해석하기에 틀린 선택은 아닐지언정, 그것 만으로 본작의 완전한 설명은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결국 필자의 해석은 착취와는 전혀 다른 맥락의 것일 테지만, 그럼에도 나비라는 메타포가 본작의 결론에서 성취하는 결과를 보았을 때, 켄드릭은 나비를 ‘부화’시키기 위한 과정을 그려냈다고 생각했다. 본작을 휘감는 다양한 요소들, 특히 흑인 사회 내부와 외부를 모두 지적하며 효과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켄드릭의 가사에 있어서, 나비는 본작의 마무리 단계에서 켄드릭이 왕좌에 오르는 순간에 맞춰 다시금 부화했다는 인상이 가장 뚜렷했다. 켄드릭 라마라는 왕이 그려내는 새로운 시대의 흑인 사회는, 스스로에 대한 사랑을 필두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평화적인 사회상이며, 이러한 사랑과 평화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이상적인 모습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 해석 역시도 극히 주관적인, 한편으로는 음악가의 의도와 동 떨어진 의미 해석일지도 모른다. 허나 이러한 해석과는 별개로, 켄드릭 라마가 이 사회에 건넨 이야기들은, 분명 새로운 국면을 만드는 데에 크게 일조한, 지난 10년간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큰 파급력을 가졌던 작품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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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k Ocean, 『Blonde』, Boys Don’t Cry, 2016.08
 

프랭크 오션(Frank Ocaen, 이하 오션)이 2010년대 중반까지 걸어왔던 길,『nostalgia, Ultra』와 『channel ORANGE』라는 걸작을 만들고, 이를 통해 새로운 시류를 개척했다는 사실이나, 오드 퓨쳐(Odd Future)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또한 첫 정규의 발매에 앞서 자신이 양성애자임을 밝히며 사회에 큰 파장을 끼쳤던 사건들은 오션이 지난 10년간 활동한 아티스트 중 (거의) 가장 높은 위치에 올랐다는 사실을 설명할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가 두 번째 정규 『Blonde』를 발매한다는 사실을 알린 그 순간부터, 그리고 작품의 발매에 앞서 올랜도 퀴어 나이트클럽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한 의견을 피력한 그 순간에서부터, 본작은 그 준비 과정부터 발매 이후까지의 오랜 기간을 팬들의 설렘과 흥분으로 장식한, 작품 자체만으로 오션의 입지를 한 단계 성장시켰다.

오션은 『Blonde』의 발매에 앞서 『Endless』라는 비주얼 앨범을 공개했다. 전적 레이블에서의 마지막 앨범이자 계약의 마침표였던 『Endless』의 발매 이후 오션은 개인 레이블을 설립했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신의 원하는 그림을 더욱 구체적이고 명료하게 그려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날 『Blonde』의 발매와 함께, 본작의 원제로 추정되었던 『Boys Don’t Cry』라는 잡지가 발행되었고, 그렇게 내딛은 첫 발자국에서부터 오션의 음악 인생은 재탄생했다. 그렇게 발매된 『Blonde』는 지난 작품과 다르게, 특정한 장르의 결합마저도 벗어난, 그저 팝이라는 범주로만 묶을 수 있는 음악의 응집체였다. 또한, 전작에서는 넓은 시야로 전반적인 사회를 통찰하는 문장들이 핵심으로 자리했다면, 본작에서는 프랭크 오션이라는 인물의 생각과 신념들을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트랙이 주가 되었다. 그리고 본작에서 새롭게 시도된 것들 역시 눈에 띄었다. 작품의 시작인 「Nikes」등의 트랙에서 들려오는 격렬하게 왜곡된 목소리와, 미니멀해진 악기의 활용이 그러했고, 신디사이저의 역할이 크게 돋보이는 것 역시도 그랬다. 하지만 본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순간에는 역시 오션이 써 내려간 글이 중심에 자리했고, 이에 더불어 한층 더 나른하면서도 금세 희미해지는 소리들,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이 결합하며 만들어내는 감정의 흐름과 이를 매만지는 오션의 역량, 그리고 결과적으로 완성되는 말미의 아름다움이 존재했다.

물론 단순히 아름다움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 역시도 작품 내에 존재했다. 그가 데뷔 시절부터 고수해온 차에 대한 사랑이 그중 하나일 것이다. 제목부터 보이는 「White Ferrari」라던가, 다른 트랙에서 등장하는 BMW, 부가티(Bugatti)등을 통해 우리는 여전히 오션이 자신의 음악에 있어 자동차를 중요한 매개체로 사용한다는 것과, 그것들을 통해 다양한 의미를 전달하고자 함을 알 수 있다. 『Blonde』에서 자동차는 오션의 과거를 회상하는 데 사용되기도 하고(「Nights」), 고속도로를 달리는 과정을 사랑으로 그려낸다던가(「Skyline To」), 아예 자동차 자체를 사랑의 메타포로 사용하기도 한다(「White Ferrari」). 이는 익히 알려진 사실처럼 오션의 어릴 적 꿈인 자동차 디자이너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이러한 요소는 앞서 언급한 『Boys Don’t Cry』 잡지에서 여러 사진을 통해 드러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호의적인 의미가 아닌 작품 내의 자동차는, 헤어진 연인을 추억하거나(「Solo」), 극심한 자유에서 비롯된 여러 문제들(「Futura Free」)을 뜻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트랙들은 그 결말에서, 오션이 건네고자 하는 본질에 대한 이야기로 승화한다. 계속해서 사랑을 예찬하는 「White Ferrari」의 말미에서 오션은 사랑하는 상대에게 우리는 자유롭게 사랑할 수 있어 (And we’re free to fall)이라고 말하고, 다소 거친 표현들이 오고 가던 「Futura Free」에서의 오션은 사회의 압박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암시를 던지기도 한다. 결국 오션은 자신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자동차라는 매개체를 본작을 통해 훨씬 효과적으로 활용했고, 이러한 해석의 다양성은 본작을 감상하는 다채로운 매력으로 거듭난다.

2010년대가 끝난 지 석 달이 넘은 지금에 와서 돌아보자면, 지난 10년이라는 기간 중 가장 큰 부분에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곧 차별과 탄압 등을 척결하기 위한 대립적 행위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러한 행위들은 인종, 성별, 국적, 성 지향성, 계급과 자본, 옛 것과 새로운 것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일어났고, 이는 곧 각각의 자리에서 변화의 물결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대립의 순간에서, 예술은 여전히 사람들의 감정을 어루만지는 역할을 수행했으며, 그 안에서 프랭크 오션이라는 인물은 자신의 정체성을 당당하게 밝힌 채 자신과 친구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열심히 수행했다. 그렇게 지난 10년간 프랭크 오션은 음악적으로 새로운 흐름을 만든 인물이자 다양한 예술적 시도를 결합한 선구자이며, 이와 더불어 자신과 같이 탄압받는 친구들을 위한 투쟁적 언행을 이어온 인물이기도 하다. 물론 그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과, 지금 현재까지도 고난은 계속될지 모른다. 그러나 지난 10년간의 음악 시장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오션과 그의 동료들이 계속해서 그려온 바람대로, 앞으로 이어질 새로운 세대에서는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그려질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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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ye West,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Def Jam/Roc-A-Fella, 2010.11
 

칸예 웨스트(Kanye West)가 2010년 이전에 가지고 있던 이미지가 어땠는지 되돌아본다. 『The Blueprint』의 프로듀서로 이름을 알리고, 본인의 이름을 건 두 장의 앨범을 통해 입지를 다졌다. 이후의 『Graduation』으로 시리즈의 졸업과 함께 새로운 장의 서막을 알리고, 『808s & Heartbreak』에서 완성적인 새로운 시도를 확인시켰다. 허나 매번 좋은 일만 따라온 것은 아니었고,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TV 프로그램에서의 논란이 일어나거나, 지켜보던 모든 시청자를 충격과 공포에 빠뜨린 MTV 시상식에서의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2010년 이후의 이미지를 생각해본다. 본작과 『Yeezus』라는 걸작을 만들어냈고, 제이지와 함께한 『Watch the Throne』, 본인이 설립한 굿 뮤직(G.O.O.D. Music) 레이블의 컴필레이션 『Cruel Summer』, 그리고 와이오밍 프로젝트를 통한 푸샤 티(Pusha T)의 『DAYTONA』, 나스(Nas)의 『NASIR』, 키드 커디(Kid Cudi)와의 합작 『KIDS SEE GHOSTS』, 테야나 테일러(Teyana Taylor)의 『K.T.S.E.』까지, 꽤나 굵직한 걸음을 이어왔다. 음악 외적으로는 킴 카사디안(Kim Kardashian)이라는 대형 셀럽과의 결혼, 스니커 시장을 뒤흔든 이지 시리즈와 의류 라인인 이지 시즌의 출범 등이 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논란은 끊기지 않았고, 다시 발생한 시상식 난입과 치명적 결함이었던 무단 샘플링, 많은 팬들을 등 돌리게 한 트럼프 지지 사건 등이 벌어졌으며, 『The Life Of Pablo』, 『ye』, 『JESUS IS KING』등의 다소 아쉬운 연작들도 존재했다. 그럼에도 칸예는 지난 10년간 활동했던 아티스트 중 단연 최고의 성과들을 올린 인물이다. 그리고 그런 인물이 만들어낸 최고의 걸작은 2010년대의 시작에 자리한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이하 『MBDTF』)였다.

물론 『MBDTF』가 탄생하고 나아가는 과정에서 불법 샘플링 등의 논란들이 존재했으나, 논란의 여파를 잠재울 정도로 본작이 가지는 입지는 강렬했다. 먼저 본작에 이름을 올린 참여진부터가 너무도 인상적이었다. 프로듀싱에 참여한 르자(RZA), 노아이디(NO I.D.), 엘튼 존(Elton John)부터 리한나(Rihanna), 비욘세(Beyoncé), 드레이크(Drake), 그리고 피처링으로 참여한 제이지(Jay-Z), 본 이베어(Bon Iver), 존 레전드(John Legend)등의 이름까지, 단순 나열하기에도 끝이 없고 다시는 보기 힘든 엄청난 인물들의 대거 참여로 작품의 초석을 다졌다. 그리고 이들이 함께 만들어낸 웅장한 프로듀싱에 더불어, 칸예의 특기인 샘플링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탄탄해진 랩 실력과 뛰어난 피쳐링진의 가세로 본작의 완성도는 더욱 완벽해졌다. 더불어 버질 아블로(Virgil Abloh)가 참여한 앨범의 비주얼 아트는 다양한 작품으로 완성되었고, 30분에 다다르는 「Runaway」의 뮤직비디오는 본작이 가지는 다양성을 확장했다.

그리고 본작을 이끌어가는 칸예의 활약이 뛰어났기에, 작품은 그 완성도를 지킨 채 완벽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엄청난 흡입력을 선보이는 「Dark Fantasy」와 본연의 에너지로 청자를 압도하는 「Gorgeous」, 「Power」가 이어지고, 참여진의 활약이 돋보이는 「All of the Lights」와 「Monster」를 넘어, 이전 작품의 칸예가 그려지는 두 트랙을 지나 「Runaway」까지 이어지는 앨범 중반부까지의 전개는 심히 압도적이다. 그리고 9분이라는 러닝타임을 가진 「Runaway」에서 본작의 모든 에너지는 정리되며, 그 정리된 분위기로 이어지는 후반부 트랙의 분위기는 깔끔한 마무리를 완성한다. 이러한 후반부의 분위기는 전반부의 압도적인 에너지와 전혀 다르기에 괴리감을 조성할 법 하지만, 그럼에도 「Runaway」라는 적절한 중심축의 역할로 인해 그 괴리를 완벽히 지워버렸다. 그리고 주로 자신을 둘러싼 사회에 대해 이야기하던 칸예의 가사 역시 「Runaway」를 기점으로 칸예 자신에게 관심을 돌리며 진행되었다. 이러한 구성은 전/후반부의 기조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낙차를 주요 요인으로 두지만, 그 틈을 매끄럽게 연결하면서도, 두 구간 모두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하기에 본작은 작품이 재생되는 모든 순간을 즐겁게 만든다.

『MBDTF』는 그 존재만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남긴 작품이다. 본작은 칸예의 음악 인생에 있어 전반부를 마무리하는 작품이면서, 그가 가지는 입지를 최고로 끌어올렸고, 이후 발매되는 많은 음악들의 사운드 메이킹, 믹싱 등에도 영향을 끼쳤다. 이와 동시에 2010년대의 시작에 등장해 새로운 시대의 탄생을 알리는 동시에, 다양한 작법과 참여진의 조화로운 움직임을 통해 뛰어난 완성도를 이루어냈다. 이에 더불어 본작은 맥시멀한 사운드들을 균형 있게 조절하면서도, 이들을 신선하게 구성하여 난잡함을 지웠다. 그리고 비디오, 비주얼 아트 등의 영역까지 아우르는 성과 또한 만들어냈다. 본고에서는 『MBDTF』를 칭하는 수많은 수식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그러한 수식어구를 붙이면서까지, 어쩔 수 없이 주례사 비평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본작이 지난 10년간 등장한 작품 중 그 누구의 반대 없이 단연 최고로 꼽힐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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