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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음 2010년대 결산 : 국외음악 by. 조지환

10

St. Vincent, 『Strange Mercy』, 4AD, 2011.09

『Strange Mercy』는 기타 음색을 찌그러뜨리면서 벌일 수 있는 가장 생뚱맞은 일들을 벌인다. 부드러운 신스 위로 잔뜩 구겨진 톤의 기타를 우겨넣으면서, 애니 클락은 시작부터 능청을 부린다. 찌그러지는 것은 물론 기타 음색만이 아니다. 「Nothern Lights」의 요란스런 퍼즈 솔로 뒤로, 재생시간 2분 30초를 넘어가며 현란하게 망가지는 소리는 이 앨범에서 가장 재미있는 물건이다. 『Strange Mercy』는 이런 장난감들을 여기저기 흩어놓은 놀이터다. 정신없는 일렉트로니카, 스탠더드 팝 멜로디, 과격하게 쥐어짜는 듯한 퍼즈, 때때로는 깨끗하고 조용해지는 소리들, 드물게는 진지해지기도 하는 가사들까지. 애니 클락은 그 모든 것들을 손에 들고 여러가지 방식으로 변형시켜가며 이상한 것들을 만들어낸다.

 

9

serpentwithfeet, 『soil』, Secretly Canadian / Tri Angle, 2018.06

웅장한, 또는 숭엄한 가스펠처럼 소리들을 부풀리고, 그 안에서 의무에로까지 격상된 에로스를 뒤섞는다. 「Cherubim」에서 애인의 형상은 신의 형상에 유비될 것이고, 「Seedless」에서 연애는 은총에 유비될 것이다. 유비의 양쪽 항들은 모호하게 겹쳐지고, 조시아 와이즈는 그 항들 사이사이로 이따금 기분 나쁜 샘플들과 어그러진 목소리들을 끼워 넣는다. 장대해져가는 곡의 진행에 불온한 소리들의 침입하면서, 노래들은 종종 무시무시해진다. 아마도 그것들은 신적인 것으로 오인된 열애의 복잡함과 섬뜩함의 음악적 표현으로도 생각될 수 있을 것이다. 이윽고 마치 약속된 평화라는 신학적 모티프를 실현하듯, 마지막 곡 「Bless Ur Heart」의 첫 피아노 인트로에서 앨범은 다시 차분해지고, 거기에서부터 다시 고양되어 갈 것이다. 『soil』은 세속적인 정열의 영적인 서술이라는 주제를 끝까지 붙잡고 가면서, 그 기획의 크기에 걸맞도록 고양된 소리들을 차례차례 통과한다.

 

8

 

두 장의 『A I A』는 어지러움과 서정성을 한 데 뒤섞으면서, 앰비언트 음악이 내어줄 수 있는 경험들을 이종적으로 만들고 확장시킨다. 퍼져가는 소리들은 경계가 모호하며, 무엇보다도 대단히 지저분하다. 지저분하다는 술어는 비단 「I Saw A Ray」의 시끄러운 디스토션 톤만을 염두에 두고 쓰인 것이 아니다. 이 앨범에서는 모든 악기들이 결코 깨끗하다고는 느껴지지 않을 소리들을 낸다. 『A I A』들을 듣는 일은 마치 여러 색의 물감들을 덧칠하여 만들어낸, 거무스름한 색의 흐릿한 면을 가까이에서 오랫동안 지켜보는 일과 같다. 화면의 우둘투둘한 질감이 눈에 들어온다면 더 좋을 것이다. 선명하고 맑은 것은 없으며, 먹먹하게 울리며 겹쳐드는 탁한 잔향들이 그 자리에 있을 뿐이다. 그 잔향들이 만들어 낸 공기 중을 부드럽게 떠다니면서, 리즈 해리스의 목소리는 몽롱하게 흩어진다. 그리고 언제나 (노랫말과는 상관없이) 충분히 따뜻한 멜로디를 흥얼거린다.

 

7

Kanye West, 『Yeezus』, Def Jam / Roc-A-Fella, 2013.06

『Yeezus』에 이르러 칸예의 자부심은 더 부담스러워졌고, 그의 가사는 더 모순적이고 꼴보기 싫어졌다. 그러나 동시에, 조금 더 유연해졌다. 칸예와 프로듀서들은 다른 여러 장르들에서 시도되었던 실험들을 가져와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조금 더 ‘듣기 좋게’ 만들어 빌보드 1위에 올려놓았다. 그들은 힙합이라는 음악 형식이 독립된 장르로서 가지는 정체성을 따지기보다도, 이제 그것이 얼마나 혼종적으로 변모할 수 있는가, 그것의 외연이 얼마만큼 확장될 수 있는가를 가늠해야 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I Am a God」의 끔찍한 비명, 「Hold My Liquor」의 서정적인 기타, 마지막 곡에 삽입된 70년대의 나른함…… 『Yeezus』는 여러 가지 소스를 나열하며 다양한 취미들을 결합시켰고, 그럼으로써 장르를 통해서는 규정되지 않을 고유한 취미를 가능케 했다. 지난 10년 동안 대중음악이 겪은 가장 주요한 변화는 힙합이 힙합이 아니게 된 과정 중에 있었을 것이다. 무언가가 그 과정을 대표해야 한다면, 아마도 『Yeezus』가 가장 적합한 후보일 것이다.

 

6

Arca, 『Mutant』, Mute, 2015.11

디바 아르카가 제출한 가장 괴물 같은 작품이다. 제목 그대로, 이 앨범은 과감한 변종이다. 가능한 한 끔찍하게 들리도록 조정된 소리들만을 선별해 끌어 모아 폐허를 만들어 놓았다. 그런 점에서 『Mutant』는 철저하게 고딕하다. Vice 매거진의 Patric Fallon은 이렇게 쓴다. “틀림없이, [『Mutant』는] 순수하고, 겁 없는 과잉이었다: 더 많은 트랙들, 더 많은 폭력, 더 많은 추상, 더 많은 감정, 그저 더 많은 [무언가].” “폭력”은 이 앨범을 설명하기에 가장 알맞은 낱말일 것이다. 어떤 트랙에서든 그 폭력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가장 강렬한 곡을 꼽자면 「Umbilical」을 꼽겠다. 사납고 난잡하게 달려드는 샘플들이 귀를 괴롭힐 때의 아찔함이 『Mutant』의 얼굴이다. 이 기이하게 부서지고 일그러진 전자음들의 뭉치를 “디컨스트럭티드”라고 이름 붙이고 그것을 하나의 장르로 이해하겠다면, 『Mutant』는 그 중 가장 극단적인 결과물일 것이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가장 극단적이기에 그 장르를 대표할 수 있는 결과물일 것이다.

 

5

Radiohead, 『A Moon Shaped Pool』, XL, 2016.05

앨범을 낼 때마다 장르와 스타일을 뒤바꾸던 밴드의 아홉 번째 정규작이다. 이번에도 라디오헤드는 전작과는 전혀 다른 모양새의 물건을 준비해왔다. 앨범이 발매되기 일 년 전 「Spectre」를 통해 선보였던 스트링 오케스트레이션이 이 작품의 첫 인상을 규정한다. 일정한 리듬의 날카로운 현악 세션이 팽팽하게 잡아당긴 긴장 밑으로 신경증적인 베이스 신스가 기어간다. 『A Moon Shaped Pool』은 그렇게 모습을 드러내고는, 이어서는 곧장 미니멀-앰비언트-팝으로 모습을 바꾼다. 그리고 또 언젠가는 예전의 기타록을 다시 드러낼 것이다. 만약 범주화하고자 한다면 이들의 9집은 『In Rainbows』와 함께 생각될 수 있겠다. 『In Rainbows』는 장르적으로 혼종적이고 모호하되, 그런 것과는 관계없이 한 곡 한 곡을 아름답게 꾸며내는 데에서 성취를 보이는 앨범이었다. 그 점에서 『A Moon Shaped Pool』 이전의 결과물에 뒤지지 않는다.

「Glass Eyes」에서의 여린 듯 아슬아슬한 분위기, 「Identikit」의 역동성과 웅장함, 그리고 「Present Tense」의 현학성과 에스니시티를 모두 갖추었다. 그러나 라디오헤드를 최고로 만들었던 것은 애상적이고 복잡한 서정이었을 것이고, 그것을 가장 적합한 멜로디에 담아 강한 감정적 동요를 내어준다는 점이었을 것이다. 이번 앨범에서는 마지막 곡이 그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밴드와 함께 나이 들어온 노래 「True Love Waits」는 아름다운 건반과 함께 새로이 편곡되어 실렸다. 차근차근 겹쳐지고 사라지는 자그마한 소리들과 함께 이 노래의 슬픔은 더욱 무거워졌다. 「Motion Picture Soundtrack」, 또는 「Videotape」이 그랬듯 「True Love Waits」는 유약함과 무거움, 그리고 역설적인 아름다움과 함께 작품을 마무리하며, 앨범을 더 우아하게 만든다.

 

4

Kendrick Lamar, 『To Pimp a Butterfly』, Top Dawg / Aftermath / Interscope, 2015.03

『To Pimp a Butterfly』에 대해서는 coloringCYAN의 글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3

Oneohtrix Point Never, 『Garden Of Delete』, WARP, 2015.11

음색과 질감에 있어서 전작들보다 화려하고 사나우며, 비트뮤직에 대한 더 적극적인 참조로 보다 역동적이 되었다. 그러나 어떤 때에는 키치하고, 어떤 때에는 명상적이다. 『Garden Of Delete』는 이 모든 형용사들을 공포 아래에 통일시킨다. 키치와 댄스튠에 근접할 때에도, 이 앨범은 그 위압감을 지킨다. 모든 소리들을 다소간 무겁게 내리누르는 공포는 이 앨범의 일관된 힘이며 내용이고 질서다. 요컨대 이 앨범은 종합적이다. 종합적이되, 무차별적이지는 않다. 요란하게 뻗어나가는 신스들, 지저분하게 어그러진 내는 기타, 여러 장르들에서 가져온 비트들, 불쾌하게 비틀린 목소리들, 대중문화의 또는 하위-문화의 산물들을 수집하고 그것들을 앰비언트 음악과 뒤섞으려는 박물학적 노력, 표준적 팝음악의 멜로디로의 접근. (RA의 McDermott는 「Animals」가 OPN의 첫 번째 팝송이라고 썼다.) 온갖 요소들이 이 앨범을 채우며 모여든다. 빽빽하고 다채롭게 뒤엉키되, 일관된 방식으로, 곧 공포를 연출하면서 정연하게 모여들 것이다.

가장 강렬한 인상을 새겨놓는 것은 8번 트랙 「Animals」다. 신스 리프와 보컬 멜로디 라인의 반복을 생각할 때, 이 노래는 단순하다. 계속해서 교차되는 서로 다른 질감과 음색의 소리들을 생각할 때, 이 노래는 복잡하다. 노랫말은 회한과 애상을 내비치지만, 웅장한 신스와 기이하게 왜곡된 목소리는 공격적이다. 「Animals」가 자아내는 공포의 세기가 강렬한 만큼, 『Garden Of Delete』 또한 그러하다.

 

2

Youth Lagoon, ondrous Bughouse』, Fat Possum, 2013.03

가끔, 노래를 듣다가 다른 세상에 도착하는 상상을 하곤 한다. 어떤 노래들의 경우에는, 그 안의 소리들 하나하나가 곧바로 낯선 가상들을 눈앞에 제시한다. 그것은 아주 독특한 경험이고, 내게는, 드림팝이 내어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경험이다. 『Wondrous Bughouse』는 그러한 상상의 경험을 가능하게 해주는 앨범이다. 그 소리들이 허용해주는 상상은 앨범의 커버 아트보다도 훨씬 야릇한 상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데뷔 앨범의 4번 트랙 「17」에서 파워스는 이렇게 노래했다. “상상을 멈추지 마. 네가 상상을 멈추는 날은 네가 죽는 날이야.” 그리고 이 앨범의 「Dropla」에서 파워스는 노래한다. “영원한 동굴, 우리는 여행을 시작해. …… 너는 결코 죽지 않을 거야.” 『Wondrous Bughouse』를 거쳐 청자에 의해 상상될 세계는, 그 안에서 시간을 잃게 되는 세계고, 따라서 그 안에서는 상상의 중단도 있을 수 없는 세계다. 그것은 그 스스로 하나의 전체가 된 꿈일 것이다.

비현실적 상상은, 되살아난 기억 속의 형상들을 뒤섞거나 변형시키거나 하는 식으로 만들어진다. 그것은 주어진 원음의 배음 구조를 조정하며 다른 음색들을 만들어내는 전자음악가의 작업에 유비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앨범도 그렇다. (당연하게도)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 없는 절대적으로 새로운 소리들을 들려주는 앨범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들을 뒤틀고, 변형시키고, 배열하고, 그리하여 곡의 구조를 갖추어감에 따라 이 앨범의 소리들은 생경한 인상들을 만들어낸다. 『Wondrous Bughouse』의 세계는, 이미 오래된 신디사이저의 역사가 축적해놓은 소리들을 꺼내면서도 그것들을 이질적으로 만들어낸, 익숙하면서도 낯선 세계다.

 

1

FKA Tiwgs, 『LP1』, Young Trucks, 2014.08

『LP1』은 위태롭다. 트윅스는 높고, 가느다랗고, 뚝뚝 끊기는 목소리로 노래를 시작한다. 첫 8초 동안 불안하게 떨리는 그 목소리(또는 차라리 숨소리)는 짧은 시간 안에 앨범의 인상을 결정한다. 그 첫 순간의 인상을, 「Lights On」의 왜곡된 샘플들과, 그와는 이질적인 음색의 건반 상승 음계, “Live or leave me”라고 말하는 얇은 목소리가 받아 연속시킨다. 그리고 진술하는 소리의 위태로움은 진술된 의미의 위태로움과 얽힌다. Live에 대해 me가 목적어로 올 때, 산다는 것의 의미는 어떻게 결정되어야 하는가? 『LP1』은 소리들의 취약함과 의미의 과소함을 안고 출발선을 지난다.

아슬아슬하게 고역으로 올라가는 보컬 멜로디는 이 앨범의 주요한 특징이겠고, 또 그만큼 가장 강렬한 동요를 수반한다. 「Video Girl」의 인트로는 가장 좋은 예겠다. 한참 높은 곳에서, 트윅스의 목소리는 그것을 듣는 마음을 불안하게 만든다. 두 번째 문장에서 “girl”이 발음될 때 목소리는 갑자기 추락하며 비틀릴 것이고, 그 음고의 낙차가 애초의 불안을 격화시킨다. 때때로 기괴하게 일그러지는 전자음들과, (「Numbers」에서처럼) 도중에 말을 끊거나 (「Closer」에서처럼) 말을 알아듣기 힘들게 이펙팅을 하는 식의 보컬 트랙 처리도 같은 역할을 맡는다.

(제작자들이 겨냥한 바가 무엇이건) 전자음악의 수입으로 R&B라는 장르를 낯설게 만들었던 당시의 움직임들 가운데 가장 멀리까지 나아간 앨범들 중 하나로써, 그러나 여전히 팝의 범위 가장자리를 멤도는 앨범으로써, 『LP1』은 어쩌면 실험적이라고도 할 수 있을 방법들로 만들어낸 비-실험적 기예다. 『LP1』은 앨범 전체를 휘도는 위태로운 분위기를 각 곡들의 정서 위로 씌우고, 그렇게 함으로써 강도 높은 서정을 이루었다. 그런 점에서 『LP1』은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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