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nye West, 『Yeezus』

by XENITH
   

센강을 젖줄 삼아 약 2천 년에 걸쳐 발전해온 파리는 오늘날 프랑스를 넘어 유럽을 대표하는 중심지이자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대도시이다. Kanye West가 이곳을 처음으로 찾은 것은 아마 2000년대 중후반의 일일 것이다. 대중문화의 여러 영역에 관심이 많은 음악가가 예로부터 드문 일은 아니지만, Kanye는 그 누구의 경우보다 강하게, 화려함이라는 덕목을 열망해온 것처럼 보인다. Louis Vuitton과 에펠탑, Paris Fashion Week의 컬렉션과 Daft Punk 등 수많은 파리의 예술적 표상들은 그가 대서양을 횡단해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도시로 향하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 그의 추진력은 상당했다. 꼭 앨범을 발매하는 일이 아니더라도 그는 자신의 청사진을 위해 명성을 활용하여 수완을 발휘했고, 세계의 이곳저곳을 누비며 매번 많은 이들에게 크고 작은 감상과 영감을 남기곤 했다. 다만 그가 2012년 대서양을 건너 파리로 향한 일은, 이전과는 결이 다른,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로 귀결되었다는 점에서 사건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Yeezus』를 만나보자. 「On Sight」에서는 Daft Punk의 손길이 묻은 흉포한 베이스와 격정적인 테크노 비트가 성가대와 만나 우리를 맞이하고, 「Blood On The Leaves」에서는 전혀 맞지 않는 듯 보이는 Nina Simone의 목소리와 Hudson Mohawke의 EDM 트랩 비트가 조화롭게 요동친다. 「Hold My Liquor」에서는 킥과 베이스가 긴장감 넘치게 반복되다가 Mike Dean의 연주와 Justin Vernon의 팔세토가 등장하며 분위기를 환기하고, 「Send It Up」에서는 일그러진 파형의 리드 신스와 함께 드럼 셋으로 둔갑한 기계음이 우리의 신경을 거스른다. 본디 힙합의 문법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턴테이블과 드럼 머신, 그리고 마이크 앞의 래퍼로서 상당 부분 규정될 것이다. 하지만 본작은 여느 힙합 앨범과는 다르다. 본작에는 힙합의 문법이라고 불리던 요소에 들어맞는 것이 단 한 가지도 없다. 다만 힙합의 문법을 규정하던 이들 대신 신시사이저와 컴프레서, 그리고 온갖 빛의 향연이 존재할 뿐이다. Nina Simone부터 Travis Scott까지, 헝가리 록 음악―Omega, 「Gyöngyhajú Lány(1969)」―에서부터 인도 영화 음악―R.D. Burman, 「Are Zindagi Hai Khel(1972)」―과 성가대 음악까지, 넓은 폭을 자랑하는 인물풍경화는 덤이다. 당혹스럽지만 누군가는 주객이 전도된 듯 보이는 본작을 들으며 조심스럽게 하나의 질문을 꺼낼 수도 있겠다. “그래도 Kanye의 힙합 앨범이 아닌가?”

힙합 앨범이 맞다. 다만 앞서 말했듯 여느 힙합 앨범과는 다르다. Kanye는 힙합이 흑인 음악의 범주 안에 들어간다는 사실 그 자체를 놀려먹기 위해 본작을 만든 것만 같다. 본작에는 Q-Tip이나 DJ Premier, J Dilla, Dr. Dre나 Pharrell Williams 같은 이들이 없다. 그 대신 Daft Punk와 Hudson Mohawke, Arca, Gesaffelstein 같이 온전히 전자음악을 지평 삼는 이들이 Kanye의 호텔 방으로 초대됐다. 유럽 땅에서, 다수의 유럽인과 소수의 아메리카인 조합의 힘을 빌려 미국인이 자신의 힙합 앨범의 원안을 만든 셈인데, 이 자체가, 미국에 뿌리가 있음이 명확하다고 여겨지는, 힙합의 근간을 되묻는 도발적인 행위다. 겉으로는 형식과 장르가 끊임없이 마찰을 반복하는 듯 보이지만, 그 뒤에는 Kanye의 농간과 기만이 자리한다. 우리를 완전히 가지고 놀면서, 신을 자처하는 조증의 미치광이와 우울한 완벽주의 아티스트는 우리가 기대하던 그 모든 것을 비웃고 무시하고 날뛴다. 기이한 힙합 앨범이 아닐 수 없다.

사실 2012년 어느 시점에, Kanye를 파리로 이끈 것은 단순한 열망 만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무엇이 그를 대중음악의 규칙과 흐름으로 과대표 되는 미국을 척을 지고 비웃게 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도대체 누가 그에게 세계 정복과 신으로의 등극을 지상과제로써 그의 손에 쥐여줬는지 역시도 알 수 없다. 다만 어쨌든, The Beatles도, ABBA도, 심지어는 Daft Punk마저도 성공을 위해 대서양을 건너 미국을 찾았음에도, Kanye는 Mike Dean과 Rick Rubin 등 몇 명의 세션을 만나러 가기 전까지 과업의 달성을 위해 그 길을 역주행하고는 돌아오지 않았다. 열망과 충동이 이끈 여정의 끝에서 우리가 마주한 본작에는 귀에 거슬릴 정도로 자극적인 전자음과 괴성, 그리고 한 명의 방랑자만이 덩그러니 남아있다. 그 방랑자는 크루아상을 주문하는 대가로 자신의 전능함을 지불하고, 벌거벗은 여성의 자태와 Martin Luther King Jr의 고결한 연설을 등치 시킨다. 그럼에도 본작은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2010)』만큼, 혹은 그보다 더 아름다우며 어둡고, 어딘가 뒤틀려있지만 동시에 환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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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ye West, 『Yeezus』, Def Jam, 2013.06

본작의 발매 1년 후, 총괄 프로듀서로서 참여했던 Rick Rubin은 Zane Lowe와의 인터뷰를 통해 “발매 5주 전에 나에게 편곡을 해달라는 요청을 Kanye가 전했다. 나는 이 앨범이 완성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다만 생각해보면 시간은 큰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다. 샘플이 넘치고, 언제나 그랬듯 올스타전을 방불케 하는 세션의 연주가 범람하는 세 시간 분량의 파일을 추리는 것으로 모자라 자신의 편곡으로 윤색까지 더해져야 한다는 것이 문제였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결단을 내렸다. 윤색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빼는 것으로 말이다. 그들은 난폭한 전자음 위에 위태롭게 자리한 샘플을 과감하게 제거하고, Kanye가 즐겨 마지않던 칩멍크 기법을 잠시 내려놓음과 동시에, 전자음에는 독립된 구역을 배정했다. 동시에 음압 전쟁의 과열된 양상에 용감히 뛰어들어 전자음에도 컴프레서를 공격적으로 삽입해 힙합에서의 미니멀리즘을 역설하기도 했다. 사실 Kanye도 Rick에게 바라는 것이 명확히 있었던 듯 보이고, Rick 역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정확하게 알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다만 Rick이 잠시나마 난색을 보였던 이유는, 그것이 직관에 반하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들이 고민 끝에 내린 결단은 본작에 커다란 설득력을 부여하는 일이 되었다. Kanye가 본작이라는 극단적인 결과물을 통해 빌보드 1등을 거머쥔 일 이후로, 힙합이 힙합이 아니게 되어가는 과정 혹은 얼터너티브, 익스페리멘탈 등 포괄적인 명칭이 남용되는 현상, 그리고 장르를 향해 던져지던 근원적인 질문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일이 2010년대 중후반 우후죽순으로 발생하고 방법론에 관한 거대한 담론이 형성됐다. 나는 이 모든 것들이 독립된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Kanye가 세계에서 가장 화려하고 더러운 도시, 파리로 홀연히 날아가 버린 시점에서, 이 모든 일이 당시 기준으로 직관에 반하는 일이었음에도, 본작이 발매되자마자 자연스럽게 직관의 범위로 흡수되어버렸다. 그만한 영향력에 말미암아, 그리고 본작의 완성도와 방향성에 말미암아, 나는 Kanye West의 『Yeezus』를 2010년대 국외 최고의 앨범으로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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