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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whY, 『The Movie Star』

 

“주인공은 연기하는 걸까 삶에서, 삶을 사는 걸까 영화 안에서”

                                          –  「주연」 中

 

  경연에 최적화된 독보적인 하드웨어로 많은 이들을 사로잡으며 지금의 위치에 올라온 아티스트 BewhY, 내가 지금까지 BewhY의 음악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던 이유는 그가 구축하는 애매한 캐릭터성과 그에 기인하는 어중간한 노랫말들에 있었다. 독실한 크리스천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이용해 자신의 노랫말에 끊임없이 신과 성서의 비유들을 소환해내며 다른 래퍼들의 글과 차별화를 두려는 그의 시도는 어떻게 보기엔 그럴듯해 보이지만, 조금 더 자세히 그 속을 들여다보면 결국 다른 래퍼들과 유사한 방향성의 자기과시성 노랫말들에 이따금씩 자신의 신앙심을 섞어내거나 성서의 인물/일화들과 자신을 무리하게 동일시하는 허술함이 있을뿐더러, 동시에 그가 크리스천과 함께 정면으로 내세우는 한국인이라는 정체성과도 부딪치며 어긋남을 만들어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그의 앨범 단위 작업물들에서 서사의 흐름을 붕 뜨게 만듦으로써 더욱 분명해지는데, 가령 2015년 발매된 그의 첫 솔로앨범 『Time Travel』에서는 가장 문제적인 트랙 「Yelloism」을 필두로 앞서 서술한 BewhY의 노랫말에서 드러나는 문제점들이 끊임없이 상충하는 모습을 보인다. 첫 번째 정규앨범 『The blind star』 역시 그와 비슷한 문제점을 공유하는데,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내세우는 것을 가급적 배제한 채 ‘쇼미더머니5’ 우승 이후 찾아온 물질적 성공과 유혹, 그리고 신앙을 바탕으로 한 극복이라는 비교적 탄탄한 콘티를 짰음에도 개연성이 떨어지는 전개와 지나치게 급작스럽게 전환되는 무드의 반복, 그리고 성급하면서도 허무한 결말이 앨범의 스토리에 큰 아쉬움을 남겼다.

  BewhY의 두 번째 정규앨범인 본작 『The Movie Star』에 쓰인 글들의 방향성은 첫 트랙 「적응」에서부터 어느 정도 종합된다. 한국인인 자신의 한국어 음악을 널리 알리겠다는 포부(내 소리는 넘어가 바다로, 한글은 적응해야 돼 시차를), 크리스천으로서 신에게 바치는 찬송(세상이 내 이름 앞에 거룩한 전능함의 이름을 붙이지 않게), 그리고 앨범의 타이틀처럼 ‘연기하는 배우’로서 사는 것이 아닌 직접 스토리를 써내려가겠다는 다짐(내 삶이 끝나도 엔딩크레딧이 올라올 땐 들려 기립박수). 그리고 그러한 방향성들은 BewhY의 전작들에 비해 본작에서 보다 영민하게 굴러간다. 그 영민함은 BewhY 노랫말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신박한 비유와 번뜩이는 표현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첫 트랙 「적응」의 시작에서 시작은 내가 일어나기 전 먼저 무릎 꿇는 것, 빛이 들어오는 걸 위해 불을 끄는 것, 눈을 감은 다음 눈을 뜨는 것이라는 기도를 세세하게 풀어낸 노랫말을 통해 그의 크리스천으로서의 정체성을 직관적으로 리바이벌하는 것이 그렇고, 「WON」에서 외화 벌고 원 환전, 대한민국 나를 관전 / 이 곡 돈 자랑 개념 아니야 형제여 자매여 발전될 건 바로 반도의 경제여와 같은 라인을 통해 『Time Travel』에서 실패했던 한국인이라는 정체성과 자기과시를 서로 잘 녹여내는 것이 그렇고, 「본토」에서 검게 못되면 택해야만 하는 닌자 / 비슷해 보이기 위해 죄악까지 따라해? 개뻔해 너 그거 ‘HIPHOPLE’ 자막영상보고 배웠지와 같은 노랫말로 코홀트를 비롯해 ‘본토’라고 불리는 미국 힙합을 무작정 따라하려는 시류에 일침을 날리는 것이 그렇다.

  하지만 그렇게 디테일한 부분에서 영민함을 보이더라도, 본작의 내러티브는 여전히 석연치 않다. BewhY는 본작의 몇몇 부분에서 『The blind star』에서와 비슷하게 스토리텔링을 위한 장치들을 세우는데, 그 장치들이 정작 본작에서 자연스럽지 못하게 돌아가며 듣는 이에게 무시할 수 없는 어색함을 준다. 「WON」의 마지막에서 외화 벌고 원 환전이라는 훅에 아들이라는 글귀가 맥락 없이 새겨지며 다음 트랙 「아들이」에 대한 암시를 억지로 남기는 부분이나, 본작을 관통하는 키워드라고 볼 수 있는 배우/주인공의 이분법이 본작의 전반부부터 지나치게 남용되는 탓에 나름 본작의 전환점이라고 볼 수 있는 트랙 「주연」의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 등이 그렇다. 또한 첫 트랙 「적응」에서부터 「거장」까지의 끊김 없는 호흡, 「주연」과 마지막 트랙 「주인공」, 앞서 말한 배우/주인공의 이분법 등이 구성하는 본작의 내러티브가 「주연」 이후의 트랙들에서 파편적으로 쪼개지며 끝내 봉합되지 못하기도 하고, 완벽하지 못하는 인간으로서의 고뇌를 은유로 풀어낸 「장미는아름답지만가시가있다」나 전 트랙 「찬란」과의 연계(“Dejavu Dejavu Dejavu 우린 초월해)로 인간 BewhY의 딜레마를 그려내려고 한 의도가 명백한 「초월」 같이 랩-싱잉이 주가 되는 트랙들에서는 다른 트랙들에 비해 아쉬운 노랫말이 드러나기도 한다. 가장 문제적인 트랙은 「가라사대」인데, (* 비록 BewhY 본인은 「가라사대」에서 모든 것 위, 여호와 밑이라고 자신을 낮추기는 하지만) ‘주인공’을 넘어 신적인 권한에까지 도전하는(** 중심은 나일지어다. 신의 형상일지어다. 세상은 내 손 안 일지어다.”, 첫 트랙 「적응」에서 세상이 내 이름 앞에 거룩한 전능함의 이름을 붙이지 않게라 말했던 그의 태도와 비교해보면 더욱 재밌다) 그의 모습은 본작의 종착지인 「주인공」에서 주인공의 삶을 살면서도 그 끝에는 신에게 속해있는 것과 대비됨과 동시에 본작 전체적으로 드러나는 BewhY의 모습과는 다른 거만함까지 담겨있어 당황스럽기까지 할 정도다. 『The blind star』의 내러티브가 무리하게 모든 트랙에서 앨범의 스토리를 끌고 가려다 발생한 개연성 부족과 성급한 전개 때문에 어그러졌다면, 본작에서는 큰 틀과 결말만 분명히 한 채 정해진 결말을 조준하는 파편적인 이야기들로 자연스러움을 높이고자 했지만, 결론적으로 그 역시 그렇게 성공적인 방식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노랫말과 내러티브에서 드러나는 그러한 약점에도 불구하고 본작에는 무시할 수 없는 강점들이 꽤 있다. 가장 큰 것은 역시 BewhY의 퍼포먼스일 것이다. 본작에서 그는 자신의 커리어 그 어느 때보다 훌륭한 랩 디자인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냈다. 첫 트랙 「적응」에서 랩 – 랩-싱잉 – 나레이션 – 랩으로 이어지는 전개는 듣는 이들에게 청각적으로 상당한 만족감을 선사하고, 「WON」에서의 돈 냄새가 물씬 풍기는 트랩이나 「장미는아름답지만가시가있다」, 「초월」과 같은 랩-싱잉 트랙에서도 그는 준수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하이라이트는 단연 「찬란」이다. 3분 여의 시간 동안 시작부터 끝까지 순수하게 랩으로 ‘때려 박는’ 구성에서 탄탄한 라임을 바탕으로 다양한 플로우, 다양한 스타일을 끊임없이 선보이며 랩으로 느낄 수 있는 만족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그의 모습은 BewhY가 왜 현 시점 가장 뛰어난 랩-퍼포머 중 한 명인지, 그리고 그가 어떻게 ‘쇼미더머니5’를 우승할 수 있었는지를 우리에게 다시 떠올리게 한다. 이외에도 피처링 아티스트로 참여한 이들의 퍼포먼스 역시 BewhY의 랩을 철저하게 뒷받침한다. 가장 주제와 어울리는, 그리고 가장 주제와 합이 잘 맞는 랩을 써낸 「본토」에서의 Simba Zawadi, 힙합 씬의 ‘거장’으로서 BewhY에게 손을 건네는 「거장」에서의 Verbal Jint, 늘 보여줘 왔던 대로 훌륭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수민과 Khundi Panda, 『킁』에서 선보인 바 있는 변화한 색깔을 뽐내는 C JAMM 등 모두가 그렇지만, 「아들이」에서 보컬 샘플과 신시사이저로 성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타이트한 싱잉-랩을 선보인 Crush의 등장 씬이 가장 뇌리에 강하게 남는다.

  본작 최고의 순간이라고 말할 만한 Crush의 등장 씬이 보컬 샘플과 신시사이저로 성스러운 분위기를 드리운 BewhY의 연출력에서 비롯된 것처럼, 본작 전체적으로 BewhY가 사운드와 연출에 공을 들인 흔적들이 드러난다. BewhY 사운드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정면으로 나서는 오케스트레이션 내지는 그를 연상케 하는 신시사이저와 마구 쪼개지는 킥/하이햇의 조화는 더욱 두드러지게 드러나고, “영화 같은 사운드를 만들고 싶었다.”라는 그의 말마따나 트랙 내부에서도 사운드들이 극적으로 변화하는 모습들이 포착된다. 앞서 설명한 Crush의 등장 씬을 포함해 「본토」에서 Simba Zawadi가 들어설 때 베토벤의 소나타 17번 ‘템페스트’ 3악장을 샘플링한 연출이나, 산뜻한 바이올린 연주와 가라앉은 채 보글거리는 비트와 피아노 연주가 번갈아가며 등장해 미묘한 부조화를 이끌어내는 「다음것」의 사운드 등이 그러한 점들이 긍정적으로 발현된 적절한 예시일 것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내러티브를 바탕으로 둔 연출을 신경 쓴 탓에 아쉬움이 남는 지점도 존재하는데, 「적응」에서 「거장」으로 이어지는 전반부의 각각에 무리하게 다음 트랙에 대한 암시를 남기려는 시도가 이물감으로 다가오는 것, Kanye West의 「Black Skinhead」를 과하게 연상시키며 「본토」, 「찬란」과 같은 트랙의 노랫말과 다시 한 번 상충되며 본작의 방향성을 틀어버리고, 그 덕에 과장된 가스펠 코러스가 거북하게까지 들리는 「가라사대」 같은 부분들이 그렇다(*** 특히 「가라사대」는 뮤직비디오에서까지 Kendrick Lamar의 「HUMBLE.」을 강하게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적이다).

  결국 본작은 전작 『The blind star』에서 느껴졌던 아쉬움들을 그대로 가져오지만, 『The blind star』에서 느낄 수 있었던 강점들을 오히려 더욱 부각시킨 작품이고, 그렇기 때문에 BewhY가 우리에게 어떠한 아티스트로 다가오는 지를 다시 한 번 분명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 폭발적인 랩, 그것이 본작의 가장 큰 강점이고 동시에 한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리스너들에게 본작이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BewhY가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가 과연 무엇이었던가? 다소 간의 아쉬움이 있더라도, 본작이 우리에게 선사한 청각적 쾌감은 쉬이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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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듣고, 글을 씁니다.
http://www.tonple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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