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are here
Home > coloringCYAN > Article > CYAN`s List of 2018 : 2018 국외 베스트 앨범 50

CYAN`s List of 2018 : 2018 국외 베스트 앨범 50

 

 

2018 국외 베스트 앨범 50

– written by. coloringCYAN –

(대상 기간 12.01.2017 ~ 11.30.2018)

 

어느새 2019년을 맞이한지도 반년이 넘게 흘렀다. 점점 2018년의 기억은 흐릿해지지만, 그 때의 음악은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있다. 그들을 기억하고자 간소하게나마 개인적인 2018년의 결산을 준비했다. 이번엔 2018년 발매된 국내 앨범들 중 20개를 추려 짧은 단평을 적어내렸다. 비록 이 리스트가 모두에게 공감을 받을 수는 없어도, 누군가에게 2018년을 떠올리는 촉매가 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 본고는 필진 coloringCYAN 개인의 2018년 결산으로서, 웹진 [온음]의 총결산과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G-Funk, 붐뱁, 트랩, 알앤비, 소울 등의 흑인 음악에서 흔히 사용되어오던 요소들에 더해 일렉트로닉 소스와 신시사이저, 아프로 비트 등이 혼합된 프로덕션은 영화 ‘블랙 팬서’에서의 전통과 미래가 공존하는 국가 ‘와칸다’를 연상시킴과 동시에 Kendrick Lamar가 그간 자신의 커리어에서 천명해오던 흑인으로서의 스탠스를 떠올리게 한다. 본작에 참여한 다양한 흑인 아티스트들은 자신들에게 맞는 옷을 입고, 자신들의 색깔로 흑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뽐낸다. 과거 Martin Luther King Jr.나 Malcom X와 같은 혁명가들이 흑인 운동의 주축이 되었고, 시대가 흘러 그들의 노력을 발판 삼아 흑인 사회의 지위는 상당히 올라갔다. 그럼에도 백인 기득권들이 주도하는 시스템은 변하지 않았고 흑인 사회에 대한 차별과 그에 수반되는 고통은 여전히 실재한다. “네가 영웅이 필요하군, 거울을 봐, 그게 너의 영웅이야”라고 Kendrick Lamar가 「Pray For Me」에서 읊조린 것처럼, 과거를 넘어 현재에는 구원을 위한 움직임을 만드는 것은 고통 받는 당사자들의 힘이 주요하다. 본작은 Kendrick 사단이 그려낸 한 편의 멋있는 Blaxploitation이고, Kendrick 사단이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낸 것처럼, 현실에서도 소외된 자들의 이야기를 그들 자신이 멋지게 그려내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8년 만에 노이즈/인더스트리얼 록의 대부들이 정규 앨범으로 돌아왔다. 어지럽게 흩날리는 불협화음이 묵직한 연주를 만들어내고, 그 위에서 Alexis Marshall의 날 것과도 같은 보컬이 춤을 춘다. 신경증적인 기타 리프와 하드한 드럼이 선명하게 드러나다 갑작스레 등장하는 번쩍이는 멜로디 아래 갈무리되는 「Satan In The Wait」와 같은 트랙은 그들의 뛰어난 역량을 증명한다. 질주하는 연주가 댄서블하게 듣는 이를 자극하며 그 위로 Alexis Marshall이 비평가들을 향한 강한 비판을 쏟아놓는 「The Reason They Hate Me」나, 응축시켜놓은 에너지를 후반부에 거세게 몰아치는 「Less Sex」와 같은 트랙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Julien Baker, Phoebe Bridgers, 그리고 Lucy Dacus라는 기대주들이 모여 만들어낸 본작 『boygenius EP』에는 우리가 그녀들에게 기대했던 것들이 온전히 담겨있다. Julien Baker와 Phoebe Bridgers의 하모니가 인상적인 「Bite the Hand」, Lucy Dacus의 선명한 연주가 섬세한 멜로디를 뒷받침하는 「Me & My Dog」, 피아노와 점점 상승하는 기타 연주가 벅차오르는 감정을 선사하는 「Stay Down」를 거쳐 매력적인 포크 음악 「Ketchum, ID」로 끝날 때까지, 단 여섯 곡으로 그녀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졌던 기대치를 모조리 충족하였다.

 

 

 

 

 

 

 

 

 

 

  포스트-펑크를 기조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Parquet Courts의 기존 음악들과 노선이 같지만, 프로듀서 Danger Mouse와의 협업은 그러한 예상 범위에서 본작을 어느정도 비껴가게 한다. 타이틀트랙 「Wide Awake」나 「Almost Had To Start A Fight/In And Out Of Patience」 같은 트랙은 짙은 퍼커션과 함께 펑키한 리듬을 바탕으로 신나는 펑크를 만들어내지만 「Mardi Gras Beads」나 「Death Will Bring Change」와 같이 인디-록과 팝을 가로지르는 트랙들도 본작의 펑크 무드와 함께한다. 그렇게 조금 더 다양해진 사운드의 폭과 함께 마구잡이로 전개되는 듯하면서도 절묘한 균형을 맞춘다. 재미있는 작품이다.

 

 

 

 

 

 

 

 

 

 

  무려 20여년 만에 발매된 둠-메탈 밴드 Sleep의 본작 『The Sciences』는, 오랜 공백기 끝에 발매된 작품이라기엔 너무나 단출했다. 라이브에서 메탈 리스너들에게 자주 선보였던 두 곡을 포함해, 전체적으로 Sleep의 멤버들이 속한 High on Fire나 Om과 같은 밴드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Sleep은 왜 그들이 공백을 벗어던지고 돌아왔는지 본작을 통해 여실히 보여주었다. 하나의 긴 노이즈가 이어지는 것처럼 진행되는 인트로 「The Sciences」부터 유사한 듯하지만 각기 다른 모양새로 찢어지는 트랙들 속 육중하고 긴 기타 리프가 트랙 곳곳에서 앨범을 지배한다. 그러면서도 그 육중한 사운드에서 솟아나오는 붕 뜬 그루브가 로-파이하게 깔린 보컬과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비록 모두가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앨범은 아닐지라도, Sleep은 그들의 복귀를 성공적으로 꾸렸다.

 

 

 

 

 

 

 

 

 

 

  자신의 장기였던 공간감 넘치는 앰비언트 사운드를 유지하면서도, ‘ががく’(* 雅樂, ‘가가쿠’, 일본의 전통 음악 형식)라는 새로움을 더한 Tim Hecker의 선택은 매우 유효했다. 첫 트랙 「This Life」에서부터 일본의 전통 관악기 ‘ひちりき’(* 篳篥, ‘히치리키’)의 연주가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며 매력적인 앰비언스를 구성하는 것을 시작으로 곳곳에서 일본 악기들이 만들어내는 ‘ががく’의 특유의 길고 느릿한 연주가 Tim Hecker가 구성하는 앰비언트 사운드의 짜임과 잘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인다. 이승(この世, ‘Konoyo’)에서 저승(あの世, ‘Anoyo’)로 이행하는 Tim Hecker의 매력적인 여행기, 점점 빠져들게 된다.

 

 

 

 

 

 

 

 

 

 

  동성애자라는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고백하고, 기록하는 데에 화려한 기교는 필요가 없을지 모른다. 그래서 본작은 전작 『Blue Neighborhood』에 비해 단순하지만, 그만큼 더 직관적이다. 반짝이는 신시사이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전개에 다양한 악기들이 소리의 형성을 돕지만, 그들은 언제나 보조에서 멈추고 그렇게 완성된 사운드는 넘침이 없다. 그러면서도 빨랐다 느려지는 템포의 조절도 훌륭하고, 각 템포의 곡을 어떻게 살려야할 지를 잘 알았다. Troye Sivan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적히는 사랑의 메시지는 그 상대가 명백하게 동성(* ‘he’)으로 설정되어있고, 자신의 성 정체성을 더욱 분명하게 드러낸 그 용기는 우리에게 더 큰 진중함과 감동으로서 다가오게 된다.

 

 

 

 

 

 

 

 

 

 

  2018년 가장 많은 찬사를 받은 록 앨범 중 하나로 기억되는 본작 『Freedom』에는 본작이 ‘좋은 음반’일 수 있게 하는 힘이 있다. 록을 기반으로 팝과 포크, 디스코 등을 오가는 다양한 스펙트럼과 그것을 정도에 맞게 잘 정제해 만들어진 사운드가 좋고, 자전적이면서도 환상에서 따온 소재들을 그에 결합시켜 특별함을 가지는 노랫말의 전개 역시 좋다. 과감한 샘플의 활용, 진정성을 담기엔 모순적이게도 몽환적인 Amen Dunes의 음색 등 다른 앨범들과 다른 감상을 할 수 있는 요소도 충분하다. 인트로부터 마지막 트랙 「L.A.」까지 그 흡입력이 엄청나니 아니 들을 수 없다.

 

 

 

 

 

 

 

 

 

 

  언제나 포스트-펑크라는 장르의 경계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했던 덴마크의 밴드 Iceage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우리에게 곡예를 선보인다. 절망, 공포, 좌절과 같은 극단적인 감정의 끝을 묘사한 노랫말들이 가득하고, 그 트랙들은 꽉 찬 사운드들로 넘친다. 관악이 더해진 Sky Ferreira와의 싸이키델릭 트랙 「Pain Killer」부터 강박적인 “Catch it” 챈트가 폭발적인 리프와 만나는 「Catch it」, 분명한 멜로디의 연주와 보컬이 점점 활력을 얻어가는 「Thieves Like Us」,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드럼 패턴과 현악기가 인상적인 「Take it All」 등 놓치기 힘든 트랙들이 많다. 멈출 줄 모르는 그들의 야심이 낳은 훌륭한 앨범이다.

 

 

 

 

 

 

 

 

 

 

  Fleet Foxes의 드러머 Josh Tillman이 ‘Father John Misty’라는 가명 뒤에서 살아간 시간도 어느새 정규 앨범 세 장으로 쌓였다. 그의 말마따나 ‘Father John Misty’는 현실의 Josh Tillman과 철저하게 분리된 채 픽션으로 남지만, Josh Tillman의 음악들은 그의 이름이 아닌 ‘Father John Misty’로서 행해졌기에 현실과 픽션의 구분은 흐릿해졌다. 그래서 Josh Tillman은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한다. 하지만 Josh Tillman을 집중하는 ‘시선’은 다름 아닌 ‘Father John Misty’의 것이다. 「Mr. Tillman」에서의 치밀한 Josh Tillman에 대한 치밀한 묘사 역시 ‘Father John Misty’의 것이고, 「God`s Favorite Customer」와 「The Songwriter」의 성찰, 「Please Don`t Die」에서의 감정적 붕괴도 모두 ‘Father John Misty’ 아래에 있다. 간간히 등장하는 현악과 휘슬, 합창 같은 요소들이 무드를 잡는 포크 사운드는 분명 앨범의 ‘진정성’을 담보하는데, 어째서인지 본작은 그러한 Josh Tillman의 이야기마저 의심하게 한다. 이러한 역설 속에서 본작을 누구의 이야기로 받아들일지는, 다분히 우리의 손에 달려있는 것 같다.

 

 

 

 

 

 

 

 

 

 

  블랙-메탈과 포스트-록을 결합한 본작을 주조할 때 Deafheaven이 주목한 것은, 중후반부에서 발현되는 포스트 록의 폭발력이 아니라, 포스트 록 음악의 초반부와 극후반부에서 발현되는 서정성과 여운이었다. 첫 트랙 「You Without End」나 「Canary Yellow」, 「Near」와 같은 트랙에서 포스트-록의 성향이 특징적으로 드러나고, 「Night People」에서의 그로울링 창법을 배제한 Clarke의 목소리는 우리를 놀라게 한다. 그러면서도 「Honeycomb」과 「Glint」와 같은 강렬한 트랙도 잊지 않았다. 메탈이라는 보수적인 장르에 갇혀있지 않고 더욱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그들이 만들어낸 본작에 우리는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

 

 

 

 

 

 

 

 

 

 

  「Love It If We Made It」이라는 거대한 트랙의 존재감이 압도적이지만, 그럼에도 본작은 전체적으로 놓고 봐도 훌륭하기 그지없다. 「Love It If We Made It」의 “Modernity has failed us”라는 노랫말이 대변하듯, 현대성이 야기한 문제들을 담고 있으면서도 그 주제의식에 매몰되지 않는다. 팝과 록을 오가면서 주조되는 세련되고도 색다른 사운드들이 매력적이고, 「TOOTIMETOOTIMETOOTIME」과 같은 밝은 바이브의 트랙부터 「The man who married a robot/Love theme」에서의 인공지능의 활약, 「Mine」에서의 재지함까지 즐길거리도 다양하다. 비록 명확한 콘셉트를 가지고 있는 콘셉트 앨범이지만, 어떤 콘셉트 앨범은 그 콘셉트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때가 있는 법이다. 본작 같은 경우가 그렇다. 그 자체로도 이렇게나 풍성한데 더 바랄 것이 무엇일까?

 

 

 

 

 

 

 

 

 

 

  Kamasi Washington이 직조해낸 본작 『Heaven and Earth』를 온전히 마주했을 때, 우리는 그가 선사하는 장대한 세계에 매혹되지 않을 수 없을 것만 같다. 각 트랙들의 러닝타임이 상당히 긴 편임에도 불구하고, Kamasi Washington과 ThunderCat, Brandon Coleman, Ryan Porter, Patrice Quinn 등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왔던 아티스트들이 함께 꾸며내는 앙상블은 우리가 긴 시간 동안 집중력을 잃지 않게 한다. 앨범 타이틀과 같이 ‘천상과 지상’이라는 콘셉트에 맞춰 꾸며진 더블 앨범은 한 편으로는 생명의 탄생과 소멸이 쉴 틈 없이 반복되는 지상의 활력을, 그 반대편으로는 반복이 없이 일관된 영생으로 거룩한 천상의 풍경을 보여준다. 144분이라는 매우 긴 본작의 대서사시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던 이들은 그저 Kamasi Washington이라는 아티스트가 거대해보일 따름이리라.

 

 

 

 

 

 

 

 

 

 

  인기 테크노 아티스트 SCNTST와 무명(콘셉트의) Skee Mask가 동일인이라는 사실은 이제 웬만한 이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그 둘이 추구하는 음악적 방향은 확실하게 다르다. SCNTST가 그려내는 테크노의 강박에 질려버린 Skee Mask는 Zenker Brothers를 만난 이후 IDM, 브레이크비트, DnB, 앰비언트의 문법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본작 『Compro』는 테크노의 색채가 남아있던 전작 『Shred』를 거치며 Skee Mask가 온전히 SCNTST와 작별을 고하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또 다른 이름과 작별을 고한 그는 그의 새로운 친구들이 비롯된 고향으로 나아간다. 「Cerroverb」와 같은 차가운 앰비언트를, 「50 Euro to Break Boost」, 「Dial 274」와 같은 건조한 브레이크비트를, 「Rev8617」과 같은 IDM을 오가며 Autechre, Meat Beat Manifesto, The Orb 등등, 90년대 일렉트로닉 씬을 주름잡던 선배들의 유지를 현재로 옮겨와 성공적으로 재현해낸다. 90년대 당시의 일렉트로닉 씬을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현재의 음악을 듣는 이들도 모두 만족할 수 있을, 훌륭한 기량으로 만들어진 훌륭한 작품이다.

 

 

 

 

 

 

 

 

 

 

  90년대의 인디 록을 사운드의 기반으로 한 여성 아티스트의 데뷔 음반(* 정확히는 Sophie Allison이 ‘Soccer Mommy’로서 발매한 데뷔 음반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동년에 발매된 Snail Mail의 『Lush』와 장난과도 같이 그 범주가 비슷하게 걸쳐 있지만, 보다 덜 다듬어진 전형적인 기타-팝의 우직함이 본작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떠한 과장된 꾸밈없이 솔직하고 소박하게 다듬어진 사운드 위로 Sophie Allison의 처연한 음색이 그려내는 진솔한 노랫말들이 매력적이다. 그러한 노랫말들의 진솔함은 Sophie Allison의 사랑의 경험으로부터 비롯하지만, 그 경험들을 감정의 한 줄기까지 섬세하게 잡아낸 표현력이 빛난다.

 

 

 

 

 

 

 

 

 

 

  첫 트랙 「Whitewater」에서 강박적인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듣는 이를 긴장시키는 것부터 심상치 않았다. 이어지는 「Hot Pink」에서는 SOPHIE의 프로듀싱을 받아 무난한 신시사이저와 건조한 비트가 낙차 큰 전개를 보여주며 「Whitewater」에서의 무드를 이어받는다. 하지만 본작 내내 그러한 PC뮤직스러운 방향으로만 전개될 거라 생각한다면 Let`s Eat Grandma를 과소평가한 것임에 틀림없다. 「The Cat`s Pyjama」의 마지막 침묵을 시작으로 「Cool & Collected」에서부터 포크-록스러운 어쿠스틱 기타 연주와 함께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후반부의 강렬한 연주가 귀를 사로잡는다. 이어지는 트랙들인 건반과 기타로 단출하게 차려진 「Ava」, 과거의 유로-팝을 연상케 하는 「Donnie Darko」에서도 Let`s Eat Grandma의 퍼포먼스는 훌륭하다. 자신들이 그간 보여줬던 색깔을 더욱 단단하게 해서 우리 앞에 가져오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들의 색깔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까지 훌륭하게 선보였다. Let`s Eat Grandma는 왜 그녀들이 데뷔 때부터 주목받아왔는지를 다시 한 번 증명했다.

 

 

 

 

 

 

 

 

 

 

  국내에서는 수록 트랙 「Unlock It」에 Jay Park이 피처링 아티스트로서 참여한 것으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본작 『Pop 2』는 Pop을 둘러싼 울타리를 파괴하는 앨범이다. 강조하자면, 본작은 ‘문을 열어젖힌’ 앨범이 아닌 ‘울타리를 파괴하는’ 앨범이다. 이미 Pop이라는 장르의 흐름은 지극히 간-장르적이고, 영롱한 신시사이저와 번쩍거리는 이펙트와 전자음, 몽롱한 오토튠 등으로 무장한 일렉트로-팝 역시 흔해졌지만, 본작에서와 같이 대부분의 보컬 파트를 왜곡시키고 과한 전자음으로 꺼림칙함까지 선사하는 작품은 흔치 않았다. 과도하게 사용되어 무드를 찍어누르는 전자음들의 향연은 Charli XCX가 몸담고 있는 PC Music과 A.G.Cook의 손때가 짙게 묻어있고, 왜곡되어버린 퍼포먼스 사이에서 고개를 드는 대중적인 코드의 멜로디는 우리가 본작을 꺼리면서도 끌어안게 되는 계기가 된다. 본작이 Pop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과장된 수사가 적절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적어도 본작이 현재의 Pop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작품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전작인 『Birds In The Trap Sing Mcknight』에서는 음침한 신시사이저와 두터운 베이스라인이 다크한 트랩 뮤직의 무드에 일조했지만, 본작에서는 보다 다채로운 모습을 선보이려고 노력한 Travis Scott이 보인다. 「Stargazing」과 「Sicko Mode」를 필두로 신시사이저의 변칙적인 운용과 극적인 변주로 듣는 이들에게 짜릿함을 선사하는 초중반부부터, 피처링으로 참여한 Tame Impala의 색깔이 두드러지는 「Skeleton」, 간결한 건반 위로 능란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5% Tint」, 무려 붐-뱁을 선보이는 「Coffee Bean」까지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퍼포먼스 면에서도 랩-싱잉으로 일관했던 전작과 달리 본작에서는 랩-싱잉과 랩을 적절하게 혼재시켜서 한껏 다채로워진 사운드에 힘을 보탰다. Travis Scott의 랩-싱잉과 랩은 늘 그랬듯이 탄탄한 편이라 듣는 맛을 유지하면서도 Huston이라는 본작의 테마를 잘 녹여낸 노랫말까지 어우러지니 더할 나위 없다.

 

 

 

 

 

 

 

 

 

 

  본작 『TA13OO』는 Denzel Curry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일종의 여행기와 같다. 하나의 앨범을 ‘ACT I : LIGHT’, ‘ACT Ⅱ : GRAY’, ‘ACT Ⅲ : DARK’로 나누는 모습은 듣는 이들을 서서히 어둠 속으로 끌고 가려는 Denzel Curry의 의중으로 해석될 수 있겠지만, 당혹스럽게도 그는 첫 챕터에서부터 우리를 깊은 심연 속으로 처박아버린다. 본작에서 가장 밝은 에너지를 가진 「BLACK BALLOONS | 13LACK 13ALLOONZ」에서의 자살을 암시하는 노랫말 “Soon black balloons pop / That’ll be the day the pain stops.” 같은 경우가 그 예이다. 그의 노랫말은 얼핏 보면 본작 내에서의 챕터 나눔이 무의미해 보일 정도로 어두움의 연속이지만, 그 속을 잘 들여다본다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으면서도 정작 자신은 어둠 속을 헤매야 했던 나약한 예술가의 모습이 보일 것이다. 전작 『Imperial』에 비해 다채로워진 소리의 향연만큼이나 요동치던 그의 내면은 ‘ACT Ⅲ : DARK’에 이르러 노골적으로 그 분노를 부르짖는다. 그는 이제 어디로 나아가게 될까? 검은 풍선을 타고, 그저 그의 싸움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Hive Mind』(* 군체의식)라는 앨범의 타이틀에 걸맞게 성장한 각 멤버들의 다양한 음악적 성향을 ‘The Internet’이라는 하나의 중심 아래 묶는데 성공했다. 그러면서도 각 멤버들의 색깔이 각자 특정한 확신을 가진 채 The Internet이라는 이름 아래 개성을 뽐낸다. 모든 멤버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한 모습을 보이니 본작 내에서 강박적인 라인 등 감상을 저해하는 요인들은 찾아보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겠다. 연주도 훌륭하고, 앨범을 기획하는 단계에서의 부담감으로 앨범의 콘셉트에 스스로 침잠해버리거나 하지도 않았다. 본작은 The Internet 스스로에게 또다른 커리어의 지평을 열어젖힌 앨범이다. 단순히 Syd가 홀로 빛나는 밴드가 아닌, 모든 멤버가 다 같이 함께 전진하는 밴드가 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사랑과 평등, 그 이면에 존재하는 소수자의 아픔을 노래하는 The Internet의 다음 음악이 더욱 기대될 따름이다.

 

 

 

 

 

 

 

 

 

 

  영롱하게 수놓이는 각종 신시사이저와 그에 덧씌워지는 여러 세션들, 이따금씩 튀어나오는 거친 노이즈와 그 속을 친숙하지 않게 헤집어대는 Julia Holter의 목소리까지, 본작 『Aviary』는 우리가 온전히 그 흐름을 따라가기엔 불친절한 면들이 많다. 하지만 Julia Holter의 이야기가 우리가 따라가기 벅차다고 하더라고, 그녀가 그녀의 거대한 새장 속에서 만들어낸 90분 간의 이야기는 우리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녀의 세계와 외부 사이를 단절한 새장 속에서 그녀가 느낀 공포는 추상적으로 적혀 타인의 접근을 쉬이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단어들의 내면에서 분명하게 떠오른 것은, 모두의 공포를 사랑으로 끌어안아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어쩌면 그녀의 새장을 잠근 것은 그 누구도 아닌 그녀 자신이었을지 모른다. 그녀 자신이 마지막에 이르러 사랑해야 한다는 결론과 온전히 마주한 채, 새장을 열고 나가 “Why sad song? Call why I’m begging all for forgiveness”이라고 읊조리는 이유일 것이다.

 

 

 

 

 

 

 

 

 

 

  힙합과 하우스, 디스코와 테크노를 오가며 지난 30년간 왕성한 활동을 펼쳤던 DJ Koze의 본작 『Knock Knock』에는 그의 30년 동안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묻어있다. 박자와 리듬을 노골적으로 어긋나게 만든 다음, 그간 DJ Koze 본인이 몸담았던 장르들의 소리를 하나씩 따와 사이사이를 채워 넣는다. 때로는 거기에 더해 글리치와 노이즈를 잔뜩 우겨넣고는 Bon Iver의 가라앉은 보컬 샘플로 이질감을 극대화시키는 「Bonfire」처럼 우리를 환상 속으로 인도하고, 또 때로는 「Music On My Teeth」와 같이 먹먹한 감성을 선사하고, 또 때로는 노골적인 디스코 하우스의 「Pick Up」과 같이 우리를 흥겹게 춤추게 하기도 한다. 어느 방식으로 전개되든 본작의 길은 DJ Koze가 이미 밟아왔던 길이고, 장르를 넘나드는 완숙하고도 우직한 그의 재간에 우리는 감탄을 금치 못하게 된다.

 

 

 

 

 

 

 

 

 

 

  오랜 불화 끝에 비로소 다시 의기투합한 Kanye West와 Kid Cudi가 만들어낸 본작 『KIDS SEE GHOSTS』는 ‘아이들이 유령을 보았다’라는 제목과도 같이, 두 인간이 자신을 둘러싼 어둠을 마주하는 장면을 그린다. 유려한 랩으로 자기과시를 하는 Pusha T의 랩 이후 공허한 Kanye West의 외침만이 남았던 첫 트랙 「Feel The Love」 이후, 말이 되지 못했던 그 외침이 이내 Kanye West와 Kid Cudi의 고해성사가 되어 어둠 속에서 방황하던 자신들의 모습을 솔직하게 비춘다. 지극히 감정적인 호소로의 선회는 특히 Kanye West에 있어서 큰 의미를 가지는데, 『808s & Heartbreak』 이후 언제나 자의식과잉에 빠져있던 그가 “She said I’m in the wrong hole, I said I’m lost”와 같은 고백을 하는 모습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그러한 고백의 과정은 두 아티스트가 서로를 배려하며 더욱 빛이 난다. Kid Cudi에게 앨범의 중심을 양보한 Kanye West는 그가 중심에서 더욱 돋보일 수 있도록 철저한 기획을 선보인다. 다시는 둘의 목소리를 같은 음악에서 볼 수 없을 것만 같았지만, 불화를 종식하고 돌아온 그들의 본작은 그들이 재회했다는 사실을 감격에 찬 채 바라볼 수밖에 없게 한다.

 

 

 

 

 

 

 

 

 

 

  22분이라는 짧은 볼륨 아래 ‘Big Boy’s Neighborhood’라는 라디오 쇼를 바탕으로 매력적인 콘셉트 앨범을 주조해낸 Vince Staples의 역량은 찬사를 받아 마땅할 것이다. 실제 ‘Big Boy’s Neighborhood’의 진행 방식에서 모티브를 딴 라디오 쇼의 모습과 Long Beach에서의 Ghetto들의 피 튀기는 일상을 번갈아 조명하며 마치 그들의 일상이 하나의 잘 짜인 쇼처럼 보이게 유도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들의 일상은 전혀 유쾌할 것이 없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첫 트랙 「Feels Like Summer」의 명민한 첫 라인 “We gon’ party ’til the sun or the guns come out”에서부터 그러한 움직임은 감지되고, Long Beach를 조명하는 트랙들은 하나같이 일상적으로 스며든 범죄의 위협을 무감각하게 받아들이며, 「Run the Bands」에선 “Ran from the cops but the cops get shot now, we don’t do no Axel Foleys”이라는 라인으로 공권력 역시 짓눌린 현실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그러한 이야기를 건네는 Vince Staples의 퍼포먼스는 너무도 여유롭고, 어느 부분에선 유쾌해 보이기까지 한다. “Might as well go and get used to it”, 쇼의 마지막에서 내뱉은 Vince Staples의 이야기는 Long Beach의 모든 것에 초연해진 그에게 씁쓸함까지 느껴지게 한다.

 

 

 

 

 

 

 

 

 

 

  “It’s true also that this album was born out of stories of desire that led me astray of what one could expect me to love or want.”, Hélöise Letissier 본인이 직접 본작 『Chris』에 대해 언급했듯, 본작의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의 욕망이 넘치듯 흐르고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 불현 듯 아로새겨지는 그녀의 성적 지향성과 곳곳에서 번뜩이는 라인들이 비범함을 더한다. 「Girlfriend」에서의 “Boys are loading their arms, girls gasp with envy / F-f-for whom are they mimicking endlessly?”와 같은 라인, 「Doesn`t matter」에서의 “She’s barely feeding, but she’ll deny”와 같은 라인은 고정되어버린 성 관념을 섹슈얼하게 꼬집고, 「5 dollars」에서는 성 노동자들에 관한 문제의식을 옅게나마 흩뿌리기까지 한다. Kassav의 댄스홀과 유로-팝 등의 영향을 받고, 그 위로 G-Funk를 덧대기도 하는 등 사운드에서도 특색 있는 모습이 보인다.

 

 

 

 

 

 

 

 

 

 

  전작 『Freetown Sound』에서의 동적이고 밝은 무드는 차분하게 가라앉았고, 댄서블한 리듬과 신시사이저가 떠나간 자리를 리얼 세션과 아카펠라가 대신했다. 물론 「Out of Your League」와 같이 전작의 향수가 물씬 풍기는 트랙들도 존재하지만, 전반적으로 전작에 비해 감상의 무게가 무거워졌다. 더해진 감상의 무게만큼이나, 비교적 상징적이었던 전작의 정치적 내용들과는 달리 본작에서는 Devonté Hynes의 개인적인 체험들에서부터 시작해 듣는 이들을 더욱 깊은 곳으로 끌어내려간다. 자신이 겪었던 정신적 트라우마를 모든 흑인들이 공유하는 차별적 체험들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감정적 문제들로 끌어올리고, 끝내는 자신을 긍정하며 맞서 이겨내겠다는 운명애적인 희망가는 트랜스-젠더 작가이자 인권운동가인 Janet Mock와의 긍정적인 시너지를 통해 더욱 빛이 난다. Devonté Hynes가 「Charcoal Baby」에서 “No one wants to be the negro swan”이라고 말했듯, 그들에게 주어진 것을 그들 자신은 바라지 않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끝내 자신을 긍정하며 확신을 얻고 모두 함께 날 수 있다고 외치는 그의 목소리는, 어느새 아름다운 흑조가 되어 하늘을 날고 있는 것 같다.

 

 

 

 

 

 

 

 

 

 

  8년간의 대장정을 끝마친 애니메이션 ‘Adventure Time’은, 놀랍게도 그 마지막에서 우리에게 너무나 매력적인 앨범을 남겼다. Willow가 “The fun will never end, it’s Adventure Time!”이라고 말하는 첫 트랙 「Adventure Time Main Title」을 시작으로, 짧게 또 짧게 몰아치는 많은 트랙들이 지나갈 때마다 급변하는 무드가 우리를 환상 속에 빠트리듯 어지럽게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트랙들이 잠깐의 어지러움과 함께 휘발적으로 날아가 버리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일순간의 경건함 뒤에 신시사이저와 강박적인 비트의 부조화가 이목을 끄는 「Climb Time」, 묵직한 비트와 노이즈가 불길함을 선사하는 「War Chant」 등등 각 트랙들의 사운드 구성이 매력적일뿐더러, 다양한 일렉트로닉 하위 장르에서 차용한 요소들을 애니메이션 삽입곡의 방법론에 맞게 성공적으로 재배치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정점은 「Time Adventure」에서 우리를 맞는다. 전자음들의 향연이 이어지는 본작에서 급작스럽게 다가오는 어쿠스틱 사운드가 등장하며, 극 중에서 BMO로 분한 Niki Yang의 보컬이 당혹스럽다. 하지만 보글거리는 이펙트와 현악 선율이 공존하면서, 점점 ‘Adventure Time’에서의 캐릭터들이 목소리를 맞추며 “You and I will always be back then”이라고 노래하는 전개는 ‘Adventure Time’을 보았건, 그렇지 않았건 모두에게 감동적인 이야기로 다가온다. 인기 애니메이션의 끝에 이렇게 매력적인 작품이 남았으니, 아마 ‘Adventure Time’의 팬들에게는 더없이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싶다.

 

 

 

 

 

 

 

 

 

 

  “You spend hours in the mirror hating, but you can get that power, too”, 첫 트랙 「Velvet 4 Sale」의 첫 Verse에서부터 등장하는 이 파괴적인 노랫말은 본작이 어떠한 길로 가고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Meghan Remy의 노랫말은 남성 중심적으로 세워진 체계와 자기 자신을 포함해 그로 인해 상처 입게 되는 모든 이들을 겨눈다. 그녀의 전작 『Half Free』보다 훨씬 복고적인 사운드는 과거로부터 현재를 조명하고, 그 위에서 노니는 Meghan Remy의 탁한 퍼포먼스와 U.S. Girls의 연주는 그녀가 담아내고자 했던 강한 감정들을 적절하게 서브한다. 「Velvet 4 Sale」에서의 분노, 「M.A.H.」에서의 남성적 미국 정치계(* 특히 오바마 정권)에 대한 강한 비판, 「Rosebud」에서의 단절을 거치며 상처 입은 여성의 영혼은 구원을 찾으며 지상을 떠나지만, 「Pearly Gate」에서 드러난 천국 역시 기독교의 남성 중심적 체계가 여실히 드러나며 다시 한 번 그녀를 소외시킨다. 모든 곳에 도사리는 두려움과 상처를 외면할 수 없는 현 시대의 여성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소환한다. 그래서 더욱 문제적이고, 매력적인 페미니즘 앨범이다.

 

 

 

 

 

 

 

 

 

 

  완벽한 작품에 대한 욕망은 창작자와 수용자 모두가 가지고 있는 것이겠지만, Tirzah는 도리어 ‘모든 작품’에서 드러날 수밖에 없는 불완전함과 불안정함을 본작으로 끌어안았다. 첫 곡 「Fine Again」부터가 그렇다. 어딘가 뒤틀린 포클렉트로닉 사운드부터 무너져 내린 보컬 라인, ‘fine’이란 단어의 음절을 길게 늘어뜨릴 때마다 느껴지는 딱딱함이 너무나도 불안하다. 「Fine Again」은 시작에 불과했다는 듯이 본작의 불안정성은 점점 청자의 목을 조인다. 때로는 포클렉트로니카로, 때로는 전자 기타 리프를 중심으로, 때로는 먹먹한 신시사이저와 이펙트의 전개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본작의 사운드는 그 어느 때나 ‘세련됨’과는 거리가 상당히 멀고, 그 위에서 Tirzah의 보컬은 사운드에 스며든 다기보다는 사운드 위에서 계속 겉도는 것을 선택한다. 주목할 것은 Tirzah의 노랫말인데, 직설적이면서도 딱딱한 글쓰기가 도리어 그녀의 감정상태를 더욱 잘 드러낸다. 그것은 서로 겉도는 보컬과 사운드의 관계성 속에서 더욱 명백하게 드러난다. Tirzah가 정의한 본작이 ‘Straight-Up Love Song’인 것처럼 그녀의 보컬과 노랫말은 한 없이 정직하고, 그것들은 곧 불완전한 아름다움에 관한 헌신으로 화한다.

 

 

 

 

 

 

 

 

 

 

  무려 25년이 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슬로코어의 대표 밴드 Low가 또다시 새로운 본작 『Double Negative』를 통해 우리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들의 노련함은 여전히 우리를 감탄하게 한다. 자욱한 안개 속을 헤매는 것 같이 희뿌연 연주와 진동하는 이펙트 속에서 그들의 이번 작품들보다 더욱 그 기세가 강해진 전자음들이 번쩍이지만, 등대인 줄 알았던 그것들이 오히려 반딧불이 되어 우리를 더욱 깊은 곳으로 끌고 내려간다. 그러한 흐름은 「Always Trying to Work It Out」에서 정점을 찍고, 「The Son, The Sun」에서 여운을 남긴 채 「Dancing and Fire」에서부터 누그러진다. 하지만 공명하는 Alan Sparhawk와 Mimi Parker의 음울한 목소리는 여전한 긴장감을 우리에게 안기며 이내 곧 「Poor Sucker」의 불길함과 「Rome (Always in the Dark)」의 강렬한 어두움으로 다시금 우리를 안개 속으로 빠트린다. 여유롭게 슬로코어의 세계를 선보이던 Low는 마지막 「Disarray」에 이르러 안개가 걷히듯 밝은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이는 베테랑들의 다음 행보에 거대한 전회가 있을 것을 예고하는 것인가? 그들이 앞으로도 우리에게 여러 음악들을 던져줄 것이라는 것을 믿고 있기에, 그 다음이 더더욱 기대된다.

 

 

 

 

 

 

 

 

 

 

  이전에 「Pristine」에 대해 다룰 때에도 이야기했듯, 1999년생의 Lindsey Jordan은 자신이 직접 겪지 못했던 90년대의 록을 동경해왔고, 그러한 그녀의 동경은 본작 『Lush』의 중요한 방법론이 되었다. 어떠한 가상 악기나 전자음의 침투가 없이, 기본적인 록 세션만으로 당시의 인디 록의 감성을 훌륭하게 리바이벌한 연주가 탁월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흔히 리바이벌을 추구하는 밴드들이 많이들 추구하는 80-90년대 스타일의 ‘Lo-Fi’함은 드러나지 않는다. 이는 이전에 그녀가 “I never wanted to make a Lo-Fi record”라고 본작에 대해 분명히 언명했던 바 있다. 본작이 우리에게 가장 큰 울림을 주는 요소는 바로 Lindsey Jordan 본인의 목소리와 텍스트에서 흘러나오고, 그것들이 흐릿함 없이 깔끔하게 드러나는 사운드와 멜로디 위로 온전하게 모습을 드러내야만했다는 것을 그녀 역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Pristine」은 본작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우리에게 얼마나 거대하게 다가오는 지에 대한 좋은 예시이다. “Pristine, untraced by the world outside you”라고 시작부터 밝히듯, 아직 세상의 때가 타지 않은 자신에 대해서 밝히고, 동시에 앞으로 그녀에게 타게 될 때들에 대해서 두려워한다. 이제 점점 물들게 될 것이라는 것을 그녀 자신이 더욱 잘 알고 있고, 그렇기에 그녀는 앞으로 관계하게 될 타인들, 심지어 이미 관계하고 있는 친구들이라 해도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Don’t you like me for me? Is there any better feeling than coming clean?”과 같은 영민한 라인이 그녀가 가진 고뇌를 잘 드러낸다. 그러한 고뇌는 「Heat Wave」나 「Stick」에서의 사랑에 대한 직접적인 질문이 되기도 하고, 「Golden Dream」과 「Full Control」에서의 다짐이 되기도 한다. 본작에서의 그녀는 자신을 둘러싼 의문들에 대해 이렇다 할 방향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흔들림은 어쩌면 그녀의 연령대의 누군가가 한번쯤은 했을, 혹은 지금도 하고 있을 특별함이 있고, 그렇기에 본작은 많은 10대들이 참고할 만한 지침서가 된다.

 

 

 

 

 

 

 

 

 

 

  성서에 따르면, 아담과 이브에게 선악과를 따먹을 것을 종용하던 뱀(Serpent)은 신의 저주를 받아 다리를 잃고 배로 바닥을 쓸고 다녀야하는 운명을 맞이했다. 신의 저주를 받기 전 ‘다리 달린 뱀’(Serpent with feet), 그렇기에 그의 본작 『soil』은 경건함과 성스러움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그러한 경건함과 성스러움은, 마치 사탄이 신으로 둔갑해 우리를 유혹하듯 어딘가 뒤틀려있고, 종교적으로 보이기 위해 지나치게 과장되어있다는 인상까지 준다. serpentwithfeet의 노래는 마치 성가 합창단의 그것을 연상케 하는 과한 소울풀함을 보여주고, 노래라기 보단 읊조림을 떠올리게 되는 그의 독보적인 멜로디-메이킹은 우리에게 금단의 무언가에 어서 손을 댈 것을 종용하는 듯하다. 흑인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자란 동성애자인 그의 존재는 그 자체로 금단의 열매였고, 그렇기에 본작의 분위기가 더욱 기괴하고 왜곡된 신에 대한 헌사로서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지도 모르겠다.

  본작 전체적으로 드러나는 serpentwithfeet의 스탠스는 대상에 대한 광기에 가까운 집착과 갈망에 가깝다. 대상을 광적으로 갈구하는 그의 노랫말과 클래식, 네오-소울과 전자음이 배합된 극적인 프로덕션이 공명하며 그러한 스탠스를 더욱 분명하게 한다. “I know you feel too bold but if you whisper only I will hear you”라고 밝히는 첫 트랙 「whisper」가 점점 그 속도를 올리다 serpentwithfeet의 본격적인 유희가 시작되며 이내 미쳐버리고, 그러한 광기는 중반까지 더욱 자신을 끌어올리며 절정으로 치닫는다. 그 에너지는 「cherubim」에서 가장 격정적으로 폭발한다. 강렬한 비트와 성스러운 가스펠 코러스로 만들어진 웅장한 사운드, 그 위를 수놓는 serpentwithfeet의 보컬은 낱말들에 부여된 음들을 쥐어짜내며 압도적으로 우리 앞에 현신한다. 이후 후반으로 갈수록 불타버린 광기가 점점 스러져가면서도 그는 끝없이 대상에 대한 갈망을 표하지만, 오히려 점차 유해지는 에너지가 비로소 그것을 사랑으로 보이게끔 한다. 그래서 마지막 트랙인 「bless ur heart」에서 “Ooh, child bless your heart, keep a tender heart / I’ll keep a tender heart”라고 갈망했던 대상에게 응원을 던지는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I had the idea, the concept of this record, like 15 years ago.”라고 Jon Hopkins 스스로가 인터뷰에서 밝혔듯, 본작 『Singularity』에는 지금까지의 그의 족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를 지금의 위치로 끌어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2013년 발매된 작품 『Immunity』에서의 테크노와 마이크로-하우스는 물론이고, 그 이전에 그가 주 무기로 삼았던 IDM과 앰비언트까지 본작 위에서 녹아내리는 모습이 마치 Jon Hopkins라는 뮤지션의 음악 인생을 집대성해놓은 것만 같다. 그런 의미에서 첫 트랙 「Singularity」는 우리가 본작을 듣는 데 있어 반드시 주목해야만 할 트랙이다. 불길한 앰비언트로 스타트를 끊더니, 점점 끌어올려지는 신시사이저와 하우스 비트가 그 모습을 드러내며 깎아 지르는 듯 황홀한 궤적을 그린다. 허나 별안간에 신시사이저가 모습을 감추고 함께했던 비트의 강박만이 남아 잠시나마 테크노를 연상케 하다가도, 뒤이어 새로이 등장하는 묵직한 비트가 IDM의 형태를 갖추며 다가와 듣는 이에게 초반부의 불길함을 다른 형태로 상기시킨다.

  「Singularity」 한 트랙에 녹아있는 Jon Hopkins의 여정은 매우 자연스럽게 흘러가며, 그것이 곧 본작의 진행을 예고하는 예언처럼 기능한다. 신시사이저와 건반에 이은 강렬하게 찍어 누르는 비트가 인상적인 다음 트랙 「Emerald Rush」에서부터 전작 『Immunity』를 노골적으로 계승하다가, 「Everything Connected」의 후반부에서 등장하는 묘한 앰비언트를 시작으로 「Feel First Life」에서부터 본작의 방향이 아예 뒤바뀌어버린다. 「Feel First Life」의 앰비언트와 가스펠-스러운 합창이 만들어낸 성스러움은 「C O S M」의 물소리를 연상케 하는 이펙트가 더해진 밝은 앰비언스와 피아노의 선율이 다시금 무드를 차분하게 전환하는 「Echo Dissolve」까지의 흐름으로 화해 마치 기독교적인 교리 아래 생명과 자연이 살아 숨 쉬는 모습을 떠올리게까지 한다. 본작에 새겨진 Jon Hopkins의 족적은 단순히 과거부터 현재의 그를 조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의 다음 발자국이 어디로 갈지 그 방향 역시 알려준다. 『Immunity』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과거를 통해 그를 극복하려는 움직임, 노련한 뮤지션의 본작은 그의 다음 행보를 더욱 더 기대하게 만든다.

 

 

 

 

 

 

 

 

 

 

  12년간 드림-팝을 고수해온 듀오 Beach House의 7번째 기록인 본작 『7』은 그들에게 있어서도 상당히 특별했던 모양이다. 본작이 발매되었을 당시 그들이 같이 써서 올린 에세이에는 본작의 타이틀 『7』의 의미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다고 말하면서도(* “The title, 7, itself is simply a number that represents our seventh record.”), 동시에 숫자 7이 수비학적이나 종교적으로 가지는 의미에 대해 이야기한 것을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런 만큼 본작에서 그들이 시도한 전회 역시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이전까지 자신들의 음악적 방법론의 핵심과도 같이 끌고 왔던 미니멀함을 어느 정도 내려놓았고, 새로운 멤버 Pete Kember에게 그간 누구에게도 양보하지 않았던 프로듀서의 자리를 선사하며 협업하는 등 작업하는 동안 많은 것이 달랐고, 그렇기에 그 결과 역시 달라진 앨범이다.

  첫 트랙 「Dark Spring」에서의 슈게이징과 후반부에 등장하는 사이렌을 연상시키는 신시사이저를 시작으로, 「Lemon Glow」에서의 레이어를 점차 확장시키며 우리를 어딘가로 이끄는 사운드의 흐름, 「L’inconnue」에서의 이질감이 드는 경건함 등등 본작의 전반부에서 중반부에 걸쳐 Pete Kember가 함께한 트랙들은 기존 Beach House의 작품이라곤 생각되지 않을 만큼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몽환적인 무드와 사운드의 질감은 여전히 드림-팝의 형태를 취하며 그들의 지향점이 어디에 있는지는 잊지 않은 모습이다. 비교적 이전에 그들이 보여줬던 음악색을 취하는 후반부 역시 「Lose Your Smile」 – 「Woo」 – 「Girl Of The Year」로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쫀득한 흐름과 「Last Ride」라는 인상 깊은 마무리 트랙을 바탕으로 빛이 난다. 7번째 앨범을 맞으며 그들이 선보인 변화는 유효했고, 그들이 왜 최고의 드림-팝 밴드 중 하나라고 불리는지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본작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놀라움은 첫 트랙 「BUSY/SIRENS」에서부터 시작된다. 우울하게 피어나는 멜로디 뒤로 여유롭게 등장하는 Saba의 유려한 랩 퍼포먼스가 청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하는데, 이렇듯 본작에서 기량이 한껏 오른 Saba의 퍼포먼스는 잔잔하면서도 곳곳에서 변주되며 그를 서포트하는 사운드 프로덕션을 성공적으로 장악한다. 앞서 말했던 첫 트랙 「BUSY/SIRENS」을 포함해서, 특히 폭발적인 후반부의 퍼포먼스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멜로디가 분명한 사운드 위로 인상적인 훅과 싱잉-랩을 만들어낸 「LOGOUT」, 차분하게 이어지다 폭발하는 감정의 흐름을 잘 살린 「GREY」, 7분이 넘는 시간을 오직 랩만으로 지루하지 않게 끌고나가는 기량이 돋보이는 「PROM/KING」은 본작이 다른 요소를 더 살펴볼 필요 없이도 이미 충분히 뛰어난 랩 앨범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단순히 뛰어난 Saba의 기량에만 감탄하기엔 부족하다. 그의 사촌 John Walt가 그의 옷을 노린 괴한의 칼에 찔려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본작에는 그 이상의 슬픈 내러티브가 잠식하고 있다. 본작의 문을 여는 「BUSY/SIRENS」의 첫 라인 “I`m so alone”은 더한 수사 없이도 본작에서의 Saba가 어떠한 상태에 놓여있는지를 잘 드러낸다. “Jesus got killed for our sins, Walter got killed for a coat”라는 라인으로 무려 예수의 죽음과 John Walt의 죽음을 동일시하는 Saba는 그의 사망 이후 극심한 외로움에 거짓 관계들을 맺으며 방황하고, John Walt의 죽음과 자신의 처지를 그와 연관된 현실에 대한 비판으로 회피하기 위해 「LIFE」, 「CALIGRAPHY」, 「LOGOUT」과 같은 트랙을 써 내리기도 하지만 미봉책일 따름이었다. 본작 위에서 고통스러워하는 Saba의 모습은 그의 탁월한 퍼포먼스와 노랫말과 함께 강한 설득력을 얻고, 그렇기에 우리는 본작이 진행되는 내내 그와 함께 비통함을 느끼며 걷게 된다. 끝내 「PROM/KING」에서 John Walt의 죽음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HEAVEN ALL AROUND ME」를 통해 그를 떠나보낼 때 오만 감정들이 하나씩 교차하게 되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첫 트랙 「This Old House Is All I Have」에서부터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 낮고 음울한 신시사이저의 위로 보컬 샘플이 듣는 이를 조용히 위협하듯 다가오더니, 기타 리프와 지직거리는 노이즈가 쌓이며 점점 분위기를 고조시키다가, 폭발할 것이라 기대하던 타이밍에 갑자기 다음 트랙 「I Never Dream」으로 넘어가버린다. 그러한 당혹스러움을 주워 담으며 「I Never Dream」을 마주하면 비로소 「This Old House Is All I Have」의 타이틀이 이해가 된다. 「I Never Dream」은 전형적인 하우스의 박자와 방법론을 보여주지만, 그 속에서 샘플된 보컬의 Lo-Fi함이 동세대 하우스 트랙들과는 사뭇 다른 이질감을 줌과 동시에 짜인 리듬 패턴이 하우스보다는 오히려 90년대의 IDM 내지는 브레이크비트와 유사할뿐더러 밝은 신스와 별개로 긴장감을 조성하기까지 한다. 본작의 타이틀이 『2012-2017』이라는 것을 고려해보았을 때, 「I Never Dream」의 흐름은 2010년대에 붐을 이룬 딥 하우스 열풍을 따라가면서도 어느 정도 선을 긋는 모습을 보이며, 그것이 본작의 인트로 트랙이 「This Old House Is All I Have」이라고 정의되는 게 납득되는 이유이다.

  A.A.L.(Against All Logic)의 이름을 뒤집어쓰고 있는 아티스트 Nicolas Jaar는 본작에서 이전에 자신이 보여줬던 음악들보다 조금 더 힘을 뺀 채 댄서블함에 천착한 모양새인데, 그러한 요소를 중점으로 두면서도 다양한 방식으로의 나아감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본작은 큰 의미를 갖는다. 앞서 설명한 「I Never Dream」 같은 경우도 그렇고, 「Some Kind of Game」의 강박적인 피아노와 리듬, 그리고 잔뜩 쪼개진 채 예측 불가능한 거북함을 선사하는 샘플, 「Hopeless」에서의 과감한 전개, 「Know You」에서의 보컬 샘플과 브라스의 적절한 활용, 「City Fade」에서의 역동적인 퍼커션, 「You Are Going to Love Me and Scream」에서의 투-스텝과 딥-하우스가 혼합된 색다른 흐름 등, 전반적으로 하우스/딥-하우스를 표방하면서도 다채로운 시도로 우리가 지칠 틈이 없게 만든다. 천재라고 불리던 아티스트가 다시 한 번 자신의 천재성을 입증해보인 순간이고, 우리는 그저 그가 만들어 놓은 놀이판 위에서 신나게 춤 추고 즐기면 될 일이다.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이 스웨덴 Pop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 ABBA의 이름을 반드시 집어넣으며, 그 외에도 Roxette, Ace of Base 등 몇몇 아티스트들의 이름이 스쳐지나가기도 한다. 하지만 앞으로 스웨덴의 음악을 이야기할 때 묵직한 그들의 이름만큼이나 절대 빠져서는 안 될 아티스트, Robyn의 본작 『Honey』가 자국 스웨덴을 넘어 영미권에서도 특기할만한 열광적인 성공을 거뒀다는 사실에도 우리는 주목해야만 할 것이다. 물론 그녀는 활동한 지 20년이 넘어가는 베테랑 아티스트이고, 그녀의 전작들 역시 어느 정도 긍정적인 호응을 얻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본작이 성공한 이유는 단순히 그러한 부차적인 이유들에 기대고 있지 않다. 우리는 모든 것을 고스란히 Robyn의 역량과 관록에 집중시켜야만 한다.

  댄서블한 음악 위로 밝으면서도 아련하게 슬픔을 노래하는 것은 Robyn이 자주 사용하던 방법론이다. 하지만 우리는 본작에서 그녀가 얼마나 멋진 절충을 이뤄냈는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 트랙 「Missing U」에서 끊이지 않는 신시사이저와 쿵쿵대는 킥이 번갈아가며 서로의 자리를 차지하다가, 이내 합일을 이루는 전개는 본작의 시작부터 Robyn의 영민함을 보여주며, 이어지는 「Human Being」에서는 길게 늘어지는 신시사이저와 묵직한 비트가 뚜렷한 사운드 위에서 오로지 자신의 목소리로 멜로디를 창조해내는 모습도 보여준다. 이외에도 전체적으로 본작의 흐름은 일렉트로닉 장르들에 상당 부분 자신의 몸을 기대지만, 그것을 Pop 음악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Robyn은 기존에 흔히 사용되어온 공식들을 답습하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로, 노랫말로, 영민한 멜로디-메이킹으로 이루어낸다. 「Honey」와 같은 트랙이 그러한 부분에서 정점을 찍는 본작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그녀가 쌓아온 세월은 끝내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고, 오히려 그를 넘어서 우리에게 또다른 차원의 감동까지 선사하고 말았다.

 

 

 

 

 

 

 

 

 

 

  Pharell Williams가 메인이 되는 프로듀서진에서 Max Martin이라는 이름이 눈에 띈다. 그들이 본작에서 벌인 재미있는 실험은, 그가 2017년 말에 발매한 앨범 『No_One Ever Really Dies』의 바이브를 트랩이라는 장르로서 리바이벌하고, 그것을 다시 Pop의 문법으로 체계화시킨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본작은 그 시도가 문제적이면서 흥미로운 작품으로 남았다. 가령 본작에서 가장 실험적인 곡 중 하나인 「the light is coming」은 Pharell Williams가 「Lemon」에서 썼던 통통 튀는 이펙트와 신시사이저를 그대로 차용하면서 거기에 트랩 풍의 하드한 베이스와 보이스 샘플을 더해 이질적인 바이브를 구현해냈고, 「Sweetener」에서 수려한 팝 멜로디로 Verse를 이끌어가다 훅에 이르러 갑자기 그 흐름을 배반한 채 랩이 흘러나오는 흐름을 보여주는 것 등이 대표적인 예시다.

  본작에서 Ariana Grande는 트랩 뮤직에 흔히 쓰이는 랩 플로우들을 바탕으로 두고, 그것들을 다시 한 번 Pop의 장르적 특성에 맞게 재구성한 감각적인 작사를 선보이며 자신의 역량을 증명한다. 「blazed」와 「borderline」에서 드러나는 펑키함과 「breathin`」에서 드러나는 감정적 서사, 그리고 「everytime」에서 드러나는 트랩의 보컬 중심 재해석 역시 뛰어난 편이지만, 본작의 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God is a woman」에 있다. 감각적인 기타 리프에 이어지는 트랩 베이스의 도래는 그 전환이 놀라울 정도로 자연스럽고, Verse와 훅에서의 Ariana Grande의 역량은 감탄스럽다. 그러나 곡을 더욱 아름답게 하는 것은 바로 노랫말이다. 표면적으로는 남녀의 성관계와 그에 따르는 감정을 묘사하지만, 그 뒤에 등장하는 “You`ll believe God is a woman”이라는 라인은 상당히 흥미롭다. 그것이 정말로 페미니즘적 메시지인지, 단순히 성관계 후 임신을 뜻하는 관용구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고, 그 라인이 반복적이라는 점에서 청자들에게 특정한 감상을 유도하는 것 같기도 하다. 결국 본작은 Ariana Grande 커리어 사상 가장 실험적인 작품이 되었고, 21세기 Pop의 역사를 논할 때 본작의 이름은 거론될 가치가 있다. 우리는 본작을 통해 트랩이 Pop의 새로운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했기 때문이다.

 

 

 

 

 

 

 

 

 

 

  만일 Cardi B라는 아티스트의 캐릭터가 없었다면 본작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다. 우선 Cardi B가 본작에서 보인 랩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본작이 Migos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트랩을 포함해 구석구석에서 R&B, Pop, 라틴 등 다양한 장르적 요소들을 그대로 떠안은 앨범인 만큼, Cardi B 역시 다채로운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아니, 오히려 그녀가 더하다. 트랩 트랙에서 랩을 하면서도 흔히 트랩에서 쓰이는 랩 클리셰들을 최대한 회피했다. Cardi B가 주로 선택한 방법은 타이트한 정공법이다. 선배 랩퍼 Nicki Minaj의 풍미가 느껴지는 건 부정할 수 없지만, 문장을 음절 단위로 쪼개며 제련해 날카로움을 더했다. 본작에서 장르가 롤러코스터를 탈 때마다, Cardi B 역시 Pop-Rap과 Rap-Singing을 자유롭게 오가며 기량을 뽐낸다. 「Thru Your Phone」과 같은 트랙에서는 매혹적인 보컬을 선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본작에서 Cardi B라는 아티스트의 캐릭터가 차별화되는 가장 큰 이유는 Cardi B가 본작에서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다는 점에 있다. 첫 트랙 「Get up 10」의 도입부에서 “Look, they gave a bitch two options: strippin’ or lose/Used to dance in a club right across from my school”라고 외치는 것부터 예사롭지 않고, 「Bodak Yellow」의 “I don’t dance now, I make money moves” 라인이 얼마나 파괴적이었는지는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자신이 스트리퍼였던 과거를 여과 없이 청자들에게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한 과거의 잔상은 이후 몇몇 트랙에서 ‘Swaggin`’을 하는 노랫말에서도 아른거린다. 그 외에도 Cardi B는 자신의 전 애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거나, 앞으로의 포부와 다짐을 늘어놓기도 한다. 단순한 자신의 자랑만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Cardi B라는 하나의 인간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며 그것이 본작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본작의 감상에 있어 가장 거대하게 다가오는 것은 Cardi B라는 인간 그 자체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러나 조심하는 것이 좋다. 그녀의 인생을 듣는 일이니만큼, 우리가 본작을 듣는 것 자체가 곧 『Invasion of Privacy』(사생활 침해)니까 말이다.

 

 

 

 

 

 

 

 

 

 

  『Safe in the Hands of Love』라는 제목답게, Yves Tumor의 음악 안에 있으면 안전할 것만 같은 착각이 들지만, 사실 본작은 안전함과는 거리가 멀고, 도리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위험한 익스페리멘탈 앨범이다. 첫 트랙 「Faith In Nothing Except In Salvation」에서부터 심상치 않다. 반복되는 브라스 세션의 연주와 강렬한 드럼의 울림은 무성의하게 반복된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매 순간마다 조금의 차이를 둔 채 느리게 우리의 숨을 조이다 별안간에 끝나버린다. 갑작스런 퇴장과 함께 입장하는 다음 트랙 「Economy of Freedom」은 앰비언트를 연상케 하는 질감과 별개로 노이즈, 드럼, 베이스와 샘플로 그 안이 가득 차 있어 어두운 와중에 심각한 어지럼증을 느끼게 되고, 「Economy of Freedom」의 드럼을 이어받은 듯한 「Honestly」에서는 점점 고조되는 선명한 신시사이저와 보컬, 음압이 엄청나 한껏 돌출되는 것처럼 들리는 드럼이 불협화음을 이룬다.

  하지만 다음 트랙 「Noid」에서부터는 앞에서의 어지러운 흐름들이 전부 거세되고, 그 자리를 브릿-팝 스타일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을 연주와 함께 Sean Bowie의 보컬이 별안간에 흘러나온다. 이러한 흐름은 다음 트랙 「Licking an Orchid」를 넘어 「Lifetime」까지 이어지는데, 그 이후로는 「Recognizing The Enemy」를 제외하면 다시 전반부의 노이즈-익스페리멘탈로 회귀하며 앨범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불협으로 남게 된다. 더 주목할 것은 보컬이 있는 트랙들이 이야기하는 외침이다. 인종차별이 만연한 세태를 PTSD나 우울증 같은 자신의 정신질환으로 치환시키며 구조를 요청하는 「Noid」, ‘고환을 핥음’이라는 노골적인 타이틀만큼이나, 동성애자인 자신의 성적 지향성을 덤덤하게 노래하는 「Licking an Orchid」, 개인사의 고통이 가득한 노랫말을 무의미하게 반복하며 그 안에 담긴 의미를 그대로 지워버리는 「Lifetime」, “Inside my own living hell / It means so much to me / When I can’t recognize myself”라고 자아의 불안함을 고백하는 「Recognizing The Enemy」 까지, Sean Bowie의 텍스트는 본작의 흐름만큼이나 부조리하고, 세계와 불협으로 남아 고통스럽다. 다시금 『Safe in the Hands of Love』라는 타이틀을 떠올려보면, 그저 그에게 언젠가는 어떠한 구원이 있기를 바랄 뿐이다.

 

 

 

 

 

 

 

 

 

 

  포스트-Amy Winehouse라는 프레임 아래에 오랫동안 갇혀있었지만, 오랜 시간 끝에 발매된 Kali Uchis의 본작 『Isolation』의 다채로움은 마치 그러한 프레임으로 그녀를 가두려 했던 모든 시도를 비웃는 듯하다. 본작의 다채로움은 Thundercat, DJ Dahi, Steve Lacy, Sounwave, Two Inch Punch, Gorillaz, BadBadNotGood 등 그녀가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함께 했던 것만큼이나 수많은 프로듀서들이 본작의 사운드 형성을 도왔기에 만들어진 결과이다. 또한 여기에 더해 주목해야 할 것은, Kali Uchis의 보컬 퍼포먼스가 트랙이 지나갈 때마다 무게추가 기우는 프로덕션에 굴하지 않은 채 어느 때나 고고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이는 Thundercat의 주도 아래에서 재지한 무드가 빛나는 인트로 트랙 「Body Language (intro)」부터 시작해서, 레게 톤의 「Miami」와 「Killer」, The Internet의 음악이 연상되는 「Just A Stranger」, 비교적 정통적인 R&B 트랙 「Flight 22」, 「Your Teeth In My Neck」과 「After the Storm」에서의 펑키함, 매력적인 보사노바 「Nuestro Planeta」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에서 그렇다. Kali Uchis의 퍼포먼스는 전반적으로 몽환적이고 끈적한 음색으로 우리의 눈앞을 뿌옇게 하지만, 「Just A Stranger」에서 그루비함을 더욱 살리며 캐치함을 드러내는 모습이나, 「Your Teeth In My Neck」에서 흩날리는 베이스에 맞춰 유려한 리듬감을 선보인다거나, 신시사이저와 함께 매캐함을 극대화시킨 「Tomorrow」 등에서 유연한 그녀의 퍼포먼스가 특히나 빛난다. 1967년 항공사고를 겪었던 비행기 ‘Flight 22’를 이용해 서로를 극한까지 인도하는 사랑에 대해 적은 「Flight 22」, 「Just A Stranger」와 「Your Teeth In My Neck」에서의 물질에 매몰된 인간상, 「After the Storm」에서 그녀의 오랜 음악적 친우 Tyler, the Creator와 함께 어둠을 걷어내고 태양을 기다리자는 희망가까지, 본작에서의 그녀의 노랫말 역시 너르게 그 스펙트럼을 뽐낸다. 「Body Language (intro)」에서 그녀가 “There’s no tracking where I’m going, there’s no me for them to find”라고 말했듯, 본작에서 그녀가 우리에게 보여준 아름다운 다채로움은 우리가 함부로 종잡을 수 없고, 이제는 눈을 비빈 뒤 그녀를 다시 마주봐야 할 때다.

 

 

 

 

 

 

 

 

 

 

  15개의 트랙이 수록되어있지만, 본작 『Whack World』의 총 러닝타임 역시 15분밖에 되지 않는다. 트랙 당 러닝타임이 1분 정도라는 얘기다. 아무리 음악 감상에 있어서 스트리밍/유튜브 시대가 완전히 정착하였고, 음악들의 러닝타임이 점차 짧고 타이트한 간결함을 추구하고 있다 할지라도 이 정도는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한 짧은 러닝타임은 Tierra Whack의 영민함에 의해 그럴듯하게 우리에게 이해된다. 그녀는 모든 트랙들에서 수려한 보컬과 랩-싱잉, 그리고 멈블-랩을 오가며 다양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지만, 그 퍼포먼스들은 언제나 하이라이트로 치닫는 와중에 갑작스럽게 끝나버린다. 마치 완성된 1분짜리의 15개의 트랙들이 이어진다기보다는, 그보다 더 긴 트랙들의 중요한 부분만 잘라서 콜라주처럼 이어붙인 것 같다. 스트리밍/유튜브 시대에 점점 소모적으로 변해가는 음악 감상의 흐름을 극단적으로 캐치했을 뿐더러, 스트리밍 서비스들을 유료 구독하지 않아도 1분이라는 미리 듣기 시간 동안에 작품 전체를 감상할 수 있도록 꾸민 그녀의 기획이 상업적 음악 시장에 대한 저항으로까지 느껴진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그녀의 접근법은 우리로 하여금 본작이 마치 스트리밍/유튜브 시대의 음악의 미래처럼 여겨지게 하지만, 여러 면에 있어서 본작은 지극히 현재를 겨누고 있다.

 

 

 

 

 

 

 

 

 

 

  2018년의 음악을 이야기하는데 있어 Kanye West의 Wyoming 프로젝트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Wyoming의 깊숙한 산골에서 만들어낸 작품들을 1주일 단위로 공개한다는 Kanye West의 기획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의 스타일을 다시 한 번 드러냄과 동시에 리스너들에게 많은 기대를 심어주었었다. Wyoming 프로젝트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던 작품인 Pusha T의 본작 『DAYTONA』는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Wyoming 프로젝트가 남긴 가장 뛰어난 작품이다. 첫 트랙 「If You Know You Know」에서부터 감탄을 금치 못하게 된다. 밴드 Air의 「Twelve O’Clock Satanial」의 보컬과 신시사이저를 샘플로 따와 그를 피치-업 시켜 반복시킨 매력적인 사운드는 이미 수백 번도 더 증명된 Kanye West의 타고난 감각을 우리에게 다시 한 번 일깨워주고, 그 비트 위로 Pusha T는 성공한 힙합 아티스트와 마약상이라는 두 가지 정체성을 드러내며 말을 굴린다. “A rapper turned trapper can’t morph into us / But a trapper turned rapper can morph into Puff”와 같은 직설적인 라인은 대표적이다.

  그 이후에도 두 베테랑 Kanye West와 Pusha T의 멋들어진 합은 계속 이어진다. 제목 답게 중후한 건반이 이어지면서 멋들어진 바이브를 형성함과 동시에 하이햇, 비트와 그럴듯한 조화를 이루는 「Hard Piano」와 기타 리프가 반복적으로 이어지다가 보컬이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반전되며 긴장감을 극으로 끌어올리는 「Santeria」와 같은 트랙은 Kanye West의 역량이 잘 드러난 대표적인 트랙이다. 반대로 Pusha T의 역량은 「What Would Meek Do?」와 「Infrared」에서 더욱 빛이 난다. 「What Would Meek Do?」에서 그는 동료 래퍼 Meek Mill이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며 오토바이의 앞바퀴를 들었다가 수감된 사실을 언급하며 여유로운 플로우로 자기과시와 공권력에 대한 은근한 비판을 동시에 드러내고, 「Infrared」에서는 “The lyric pennin’ equal the Trumps winnin’ / The bigger question is how the Russians did it / It was written like Nas but it came from Quentin”이라는 영민한 라인을 통해 역시나 2018년 음악계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 Drake와의 디스전의 시작을 알렸고, 미국 대통령 Donald Trump까지도 비판하는 모습을 보인다. 7트랙에 21분이라는 결코 길지 않은 구성 속에서도 두 아티스트는 자신의 빛이 나는 역량을 고스란히 증명해냈고, 그 시너지가 만들어낸 즐거움은 쉽게 잊혀질 수 없을 것 같다.

 

 

 

 

 

 

 

 

 

 

  Tennessee주 Nashville에서부터 출발하여 미국 백인들의 정서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장르 컨트리는, 그 특성상 다른 장르들에 비해 지극히 보수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컨트리 그룹 Dixie Chicks가 공연 도중 정치색이 섞인 발언을 했다가 컨트리 팬들에게 살해 협박까지 받았던 사건은 이미 유명하고, 많은 동성애자 컨트리 아티스트들이 커밍-아웃을 하고 난 뒤 컨트리 팬들에게 원색적인 모욕과 냉대를 당했던 바 있다. 지금은 좀 나아지긴 했지만, 음악적으로도 정통적이고 전형적인 컨트리의 색깔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간-장르적인 컨트리 음악들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것 역시 컨트리 음악의 보수성을 보여주는 예시다. 그런 의미에서 Kacey Musgraves는 단연 돋보인다. 이미 파격적인 노랫말로 엄청난 화제와 비난을 동시에 받았던 2013년 발매된 그녀의 트랙 「Follow Your Arrow」은 대표적이고, 본작 『Golden Hour』 역시 컨트리의 보수성을 깨부수는 음악으로서 주목해야만 할 것이다.

  첫 트랙 「Slow Burn」의 초반부까지만 해도 전형적인 컨트리의 색이 느껴지지만, 트랙 후반부에 현악기와 신시사이저, 백 코러스가 덧대어지면서 그 틀에서 어긋나게 된다. 그 뒤로도 「Oh, What a World」의 초반부에서 보코더를 이용해 목소리를 기계적으로 변조하거나, 「Mother」에서 단출한 피아노 반주 위로 구슬픈 발라드를 선보이거나, 「Space Cowboy」에서 실로폰이 등장한다거나, 「High Horse」와 같은 노골적인 디스코 넘버를 선보이는 등, 컨트리의 보수성이 그어놓은 장르적 선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도 그 이름은 유지하는 그녀의 영민함은 ‘Nashville의 노인’들의 이미지로 비꼬아지는 컨트리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어디 그 뿐인가, 그녀는 「High Horse」에서 “You’re classic in the wrong way”라고 비꼬는 노랫말부터 해서 “So, why don’t you giddy up, giddy up, and ride straight out of this town”라고 직접적으로 쏘아대며 그들을 향해 도발을 날리기까지 한다.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그녀의 파격적인 행보는 어떠한 결말을 낳았는가? 그녀의 본작은 컨트리의 보수성을 두둔하는 경향이 있던 2019년 제 61회 GRAMMY AWARDS에서 ‘Album of the Year’를 포함해 4관왕을 휩쓸었고, 그 나비효과인지는 알 수 없지만 몇 개월 뒤 컨트리와 트랩을 조화롭게 꾸민 Lil Nas X의 「Old Town Road」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확실히 경직된 컨트리 씬은 점점 무너지고 있고, 나는 그 구체적인 시발점으로 본작을 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Earl Sweatshirt의 초기작 『Earl』과 『Doris』는 Odd Future의 그늘 아래에서 피어난 꽃이라고 부를 수 있었고, Odd Future를 나온 이후 발매된 『I Don’t Like Shit, I Don’t Go Outside』에는 Earl Sweatshirt 본연의 어두움이 강한 인상을 드러냈다면, 본작 『Some Rap Songs』에는 뉴욕의 익스페리멘탈-재즈 힙합 그룹 sLUms와 교류하며 받았던 영향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모든 트랙이 3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러닝타임으로 치고 빠지며, 재즈, 소울 등의 장르들에서 따온 파편적인 샘플과 묵직한 드럼, 맥락 없이 등장하는 신시사이저와 이펙트, 귀를 어지럽히는 노이즈, 음압의 균형이 맞지 않아 잘 들리지 않는 Earl Sweatshirt의 Lo-Fi한 랩과 그만큼이나 불친절한 트랙들의 구성까지, 본작은 모든 요소에서 쉽게 들리기를 거부한 채 그저 듣는 이들의 귀 근처에서 떠돌 뿐이다. 다양한 소스들이 균형을 잃은 채 비틀거리며, 비트마저도 희미해지는 찰나에 Earl Sweatshirt의 랩만이 더듬거리며 나아가는 「Nowhere2go」, 어지럽게 피어나는 샘플 사이로 시끄러운 심벌의 소리가 거슬리다가 후반부에 뜬금없는 분위기의 전환을 선보이는 「Ontheway!」, 그나마 듣기 편했던 도입부 샘플을 넘어 과장된 피아노 연주와 랩 퍼포먼스가 끊임없이 불협을 일으키는 「The Mint」 등이 대표적이다.

  Earl Sweatshirt의 길었던 공백기 속에는 온전히 그가 감당해야 했던 정신적인 고통이 가득했고, 그 상흔은 본작 구석구석에 배여있다. 여전히 「Ontheway!」에서의 “The wealth be the labor’s fruit” 라인과 같이 정치적인 색깔이 남아있는 부분도 있지만, 그는 본작의 대부분을 자신이 겪었던 정신적 고통과 과거의 회포를 풀어내는 데 집중한다. 「Nowhere2go」에서의 “Yeah, I think I spent most of my life depressed (Most of my) / Only thing on my mind was death (On my) / Didn’t know if my time was next” 라인은 대표적이다. 그러한 감정들은 후반부에 이르러 가족들과 마주하게 되며 폭발하고야 만다. Earl Sweatshirt의 어머니 Cheryl Harris와 작고한 Earl Sweatshirt의 아버지 Keorapetse Kgositsile의 시를 대화 형식으로 이어붙인 「Playing Possum」에 이어, 아버지에게 전하지 못한 그의 말들을 일그러진 사운드 위에서 절절하게 풀어내는 「Peanut」, 끝내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장송곡과도 같은 마지막 트랙 「Riot!」까지의 여정은 그를 지켜보는 우리의 가슴 역시도 너무나 저리게 만든다. Earl Sweatshirt가 아버지와 화해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본작을 끝내 그의 아버지는 듣지 못했고, 넘실대는 감정으로 가득한 본작은 끝내 유산이 되었다. 본작은 모든 영역에서 훌륭한 진보를 이뤘지만, 과연 그에게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Pop이라는 이름이 음악에 있어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생각해보면, 장르로서의 Pop을 의미하는 좁은 정의와 대중음악 전반을 일컫는 넓은 정의가 떠오르겠지만, 사실 Pop이라는 단어의 어원이 Popular에서 도출된 것을 고려해볼 때 두 가지의 정의는 공존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과거 록이 대중음악의 역사를 주름잡던 시기에 발생한 록의 하위 장르 ‘파워 팝’과 ‘드림 팝’ 등에 ‘Pop’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 역시 그런 의미로 해석될 수 있고, Pop이라는 장르의 문법이 소리가 어떻게 발현되는지에 의존적이라기보다는 보다 많은 이들의 귀에 달라붙을 수 있는 명징한 멜로디와 리듬, 따라가기 쉬운 전개 방식 등에 초점이 맞춰진다는 사실 역시 그렇다. 그렇기에 현재의 Pop은 현재 음악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장르에 발을 걸치고 있고, 형식상으로 가장 자유로운 장르로 남아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Pop의 두 가지 측면 모두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은 다름 아닌 Pop 음악을 구축하는 언어다. 현재까지의 음악사는 상당히 많은 부분을 영미권 음악에 빚지고 있고, 영미권 음악의 파급력은 유튜브 시대에 접어든 현재에 이르러 더욱 거세져 전 세계적으로 ‘영어로 만들어진 음악’이 자국의 음악들을 밀어내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예로부터도, 지금에도, ‘Popular’의 표준은 영어 음악에 있다. ‘Pop’이라는 단어를 보았을 때 다양한 영어 노래들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유이기도하다.

  물론 1961년부터 빌보드 1위를 석권한 사카모토 큐를 필두로 영미권 음악을 꾸준히 위협하던 J-Pop, 아티스트의 캐릭터성을 상업적으로 극대화시키며 방안을 모색한 K-Pop 등이 영미권 Pop에 대응한다고 볼 수 있지만, 그들 역시 영미권식 음악에 익숙해져버린 지 오래다. 그것이 Rosalía의 본작 『El Mal Querer』의 성과가 우리에게 더욱 놀랍게 다가오는 이유다. 스페인 카탈루냐에서 태어난 아티스트가, 스페인 남부에서 출발한 민속 음악 Flamenco를 바탕으로, 스페인의 중세 문학에서 영감을 받아, 스페인어로 노래를 부른다. 언뜻 보면 스페인 음악으로만 보이지만, 그 속내를 더 깊숙하게 들여다보자니 이 작품은 너무나도 Pop, 그것도 영미권의 Pop과 닮아있다. 보다 Flamenco 고유의 문법에 충실하고자 했던 그녀의 전작 『Los ángeles』와 달리 본작에는 Flamenco의 리듬과 함께 번쩍이는 신시사이저가 있고, 전자음들이 있고, 힙합과 R&B 등 다양한 장르에서 빌려온 것들이 있다. 그 위에서 노니는 Rosalía의 가창은 보다 영미권 아티스트-스러워졌고, 본작의 구성과 전개 역시 더욱 분명해졌다.

  스페인 Flamenco 고유의 특징을 영미권 음악과 버무리는 과정은 자칫 잘못하면 한 쪽의 색이 다른 한 쪽에 매몰되어버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Rosalía의 명민함은 그러한 우려를 불식시킨다. 본작은 사실 생각보다도 더욱 영미권 Pop에 근접해있지만, Rosalía는 그들에게 빚을 지는 와중에도 Flamenco 특유의 바이브를 심도 있게 구현해내는 데 성공했다. 첫 트랙 「Malamente (Cap. 1: Augurio)」에서는 신시사이저 리프가 이어지는 와중에 클랩과 드럼으로 Flamenco의 리듬을 구현해내고, 마치 정통적인 Flamenco cante를 듣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노골적인 「Que no salga la luna (Cap. 2: Boda)」, 「Pienso en tu mirá (Cap. 3: Celos)」에서의 전자 기타를 통한 Flamenco 리바이벌, 오토바이들의 질주 위로 음산한 Rosalía의 목소리가 특유의 리듬이 되어 샘플로서 수놓이는 「De aquí no sales” (Cap. 4: Disputa)」 등등, 앨범의 처음부터 끝까지 끊임없이 치고 빠지는 Flamenco와 현대 Pop의 조화로움은 듣는 이로 하여금 넋을 잃게 하기에 충분하다.

  남성의 어긋난 사랑에 의해 탑에 갇힌 여성의 시점으로 풀어지는 본작의 이야기는 스페인의 중세 문학과 함께 그를 차용하여 불리곤 했던 ‘Flamenco cante’를 연상시키지만, Rosalía의 영미권스러운 가창이 묘한 불협화음을 일으키며 오히려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킨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Flamenco cante’의 고유함과 같았던 비련함, 슬픔, 열정, 회한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감정선은 여전히 유효하다. 결과적으로 본작은 과거 스페인의 향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Pop’ 음악이고, 그러한 Rosalía의 성과는 지금까지의 ‘Pop’ 음악 위에 새로운 물길을 파내는 것만 같아 통쾌하기까지 하다. 비록 그녀의 성과 역시 현재의 ‘Pop’ 음악에 상당 부분 빚을 지고 있긴 하지만,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마주보며 미래를 도모하는 작품이라니, 더할 나위 없이 매력이 넘친다.

 

 

 

 

 

 

 

 

 

 

 

음악에서의 ‘컨셔스함’이란, 우리는 이 이름에 대해 언제나 크나큰 기대를 걸곤 한다. 컨셔스한 음악은 각자의 감정에서만 맴도는 다른 음악들, 자기자랑만 하는 음악들과는 무언가 다를 것이고, 그러한 다름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와 시스템의 부조리함 혹은 그 부조리함을 전유하고 있는 기득권층을 향한 통렬한 비판으로 수반될 것이며,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앞장섬에 등 뒤에서 박수를 보낼 것이다! 그러한 방식으로 풀어진 음악만이 진정 ‘컨셔스함’을 ‘컨셔스’하게 만들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아, 그리고 그러한 방식들은 지나치게 폭력적이어서는 또 안 된다. N.W.A.가 백인 경찰들에게 엿을 날리던 시대는 이미 지나가버렸으니 말이다. 말로 조곤조곤하게, 논리적으로 타당하며 반대에 선 이들이 그를 반박하는 말을 할 수 없게, 그래야만이 진정한 ‘컨셔스’ 뮤지션으로서 우리가 박수를 보낼 수 있으니까. 아아, 저기 그들이 지나간다, 어서 저들에게 무한한 박수와 찬양을!

‘컨셔스함’, 그 이름의 이면에는 소위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컨셔스’하지 않은 의식의 상태를 지극히 일반적인 상태로 부상시키는 함정이 있다. 뮤지션들에게 ‘컨셔스하다’라는 호칭을 부여하며 그들을 마치 타락해버린 채 부조리한 시스템과 맞서 싸우는 정의의 사도가 된 양 치부해버리며, 음악으로써 싸우는 그들의 뒤에 선 채 그저 박수만 열심히 치고, 부당함과 부조리함에 대한 고찰을 온전히 그들의 몫으로 떠넘겨버린다. 그래서 우리는 음악에서의 ‘컨셔스함’에 대해 다시 한 번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특별히 특정 뮤지션들의 노랫말들로서 저항적인 말들이 돌출될 때에만 음악에서의 의식은 힘을 가지게 되는가? 그러한 뮤지션들이 가지는 사도의 자격은 무엇으로 인해 정당화되는가? 그들이 음악으로서 투쟁할 때, 그들의 음악을 소비하는 우리들은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Noname의 본작 『Room 25』는 그런 의미에서 통용되는 ‘컨셔스함’이라는 개념에 의문을 던지는 문제작이다. 확실히 본작에서 그녀는 여성으로서, 흑인으로서 부당한 차별을 당하는 미국 사회의 문제점들을 강하게 비판하지만, 동시에 군데군데에서 그녀 자신 역시 그러한 문제점들을 부드럽게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가령 힙합의 문법에서 꽤나 중요하지만, 동시에 어떠한 방법을 거쳐도 여성혐오를 경유하며 탄생할 수밖에 없는 ‘Bitch’라는 단어를 종종 남성적인 입장에 서서 사용하거나, 「Montego Bae」에서 “’Cause a bitch really ’bout her freedom ’cause a bitch suckin dick in the new Adidas”라고 언급하며 흑인차별 논란이 일었던 기업 Adidas의 제품을 거리낌 없이 투영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Noname 역시 본작 내에서 자신의 태도가 가지는 문제점을 잘 알고 있는 모양새다. 앞서 설명한 Adidas 라인 바로 뒤에 “And yes and yes, I’m problematic too”라며 자조하거나, 「Don’t Forget About Me」에서 자기 자신을 그저 “half awake”라고 칭하는 점 등이 그렇다.

Noname이 이러한 태도를 유지하는 이유는 그녀 자신이 비판적인 노랫말을 적고 뱉는다고 해서 성스러운 정의의 사도가 되는 것이 아닌, 어떤 면에서는 지극히 평범할 수밖에 없는 인간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본작에 대해 이야기할 때 「Self」에서의 “My pussy wrote a thesis on colonialism”, 「Regal」에서의 “Africa’s never dead, Africa’s always dying”과 같은 그녀의 탁월한 노랫말들이나 기량이 한껏 오른 멋들어진 랩, 재즈 랩과 네오-소울 사이의 균형을 조화로이 이룬 프로덕션 등을 짚고 넘어가는 것도 좋겠지만, 그래도 나는 본작을 이 리스트에 올리면서 다음을 제안하고 싶다 : 본작을 통해 우리는 음악에서의 ‘컨셔스함’에 대해 다시 한 번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시스템의 부조리함에 대한 깊은 고민과 행동은 천재적인 능력을 가진 특정 개인들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가? 본작에서의 Noname은, 「Don’t Forget About Me」에서 그녀가 “All I am is everything and nothing at all”이라고 썼듯, 또 「Ace」에서 “I’m just writing my darkest secrets like wait and just hear me out”이라고 썼듯, 누군가와 같은 평범하고 취약한 인간 중 하나일 뿐이다. 마지막 트랙 「No Name」에서 자신의 이름을 지워내는 그녀의 모습과 마주했을 때, 비로소 우리는 그녀의 진의를 깨닫게 된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Mitski가 정의하길, 『Be The Cowboy』는 그녀의 커리어 전체를 놓고 봐도 가장 슬픈 앨범이라고 한다. 그래서 인지는 몰라도 본작의 노랫말은 그녀의 어린 시절 기억들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다. 리드 싱글 「Nobody」 같은 경우를 보면 그것이 분명히 드러나는데, 그 곡에서의 “So I open the windows / to hear sounds of people”라는 노랫말은 그녀가 말레이시아에 거주하던 시절, 너무 외로운 나머지 사람들의 소리라도 듣기 위해 집에서 창문을 열고 지냈던 기억을 반영하고, “I have been big and small big and small / and still nobody wants me”라는 아리송한 노랫말은 그녀가 주변인의 관심을 끌기 위해 살을 찌웠다 뺐다를 반복했지만 누구도 그녀를 사랑해준 적이 없었다는 그녀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다. 그 외에도 Lorde의 오프닝 공연에서 누구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했던 아티스트로서의 슬픔을 표현한 「Remember My Name」 같은 곡은 본작에서의 그녀의 기억이 어린 시절만으로 한정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결혼 제도와 세계에 깊숙이 뿌리내린 가부장제를 비꼬는 「Me And My Husband」와 「Washing Machine Heart」는 전작이었던 『Puberty 2』의 「Your Best American Girl」에서 느꼈던 Mitski의 비판적 통찰력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한다.

  확실히 본작은 전작에 비해 더욱 감정적이고, 내면적이다. 본작은 그녀의 감정과 삶과 그녀의 생각들을 가장 정제되지 않은 상태로서 내놓은 앨범이고, 그렇기 때문에 서로 날카로이 충돌하는 각 트랙들의 향연은 그 자체로 비판적 노선을 취하게 된다. 첫 트랙 「Geyser」는 간헐천처럼 통제 없이 분출되는 그녀의 감정선에 대해 모두에게 경고하고, Mitski 본인의 아픔과 갈망으로 점철된 앨범이 진행될수록 「Geyser」의 이야기는 하나의 아이러니로 남는다. “Maybe I`m the same as all those men / writing songs of all they`re dreaming / But would you tell me if you want me?”라는 매우 강렬한 노랫말을 남긴 「Come into the water」는 얽매이지 않는 주체적 여성상을 노래하는 자신을 남성으로서 받아들일 수 있는지 묻고, 끝내 본작의 핵심적 의미를 되새기는 다음 트랙 「Nobody」가 누구도 자신을 구원해줄 수 없다는 사실을 천명함으로서 「Come into the water」는 남성이라는 젠더에 대한 풍자로 기능한다. 여성의 입장에서 쓰인 비판적 트랙 「Me And My Husband」와 「Washing Machine Heart」는 앞에 놓인 트랙 「Lonesome Love」에서 Mitski가 자신도 젠더의 편견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밝히면서 Mitski는 구원자가 아닌 평범한 인간으로 세계에 놓인다. 사랑, 그리고 그 속에 놓인 여성과 남성이라는 두 젠더간의 역학관계가 야기하는 여성의 고통, 본작은 그러한 주제 의식을 분명히 하는 콘셉트 앨범이면서도 그 컨셉츄얼한 메시지를 풀어내는 방식이 유달리 비선형적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그러한 노랫말들의 파편적 비선형성 때문인지, 본작 전체적으로 사운드의 유기성은 유사한 장르들로 엮인다는 수준에서 머문다. 하지만 그러한 방식이 오히려 불규칙하게 배열되어있는 본작의 이야기와 잘 어울린다. 각 곡의 이야기에 필요한 바이브가 어떠한 것인지를 Mitski 본인이 가장 잘 이해하고 있던 것이다. 실제로 각 곡들의 장르가 각양각색이지만, 본작의 모든 트랙들은 J-Pop 내지는 일본 시티-팝의 멜로디로서 묶이는데, 그것은 본작을 묶어줌과 동시에 일본계라는 Mitski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주는 좋은 선택이었다. 각 곡의 러닝타임은 1~2분 내외로, 러닝타임이 짧은 편이었던 『Puberty 2』보다도 평균 시간이 짧다. 마치 일본의 시구 ‘하이쿠’를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각 곡에서의 Mitski의 이야기와 사운드는 음미할 새도 없이 공기 중으로 증발하며 우리를 스쳐지나가게 되고, 그를 알아차리고 뒤를 돌아본 순간 우리는 비로소 그녀의 이야기를 마주하게 된다. 첫 트랙 「Geyser」에서 그랬듯, 제어할 수 없는 Mitski 자신의 내면과 감정의 폭주를 에너지가 넘치는 짧은 곡들에 담아 파편처럼 흩뿌린 본작을 주워 담으며, 우리는 그녀의 고통과 공허함, 외로움과 여성으로서의 상처에 손을 맞잡게 된다.

  본작의 마지막 트랙 「To Slow Dancers」는 잊어버린 젊은 시절의 과거를 그리워하는 노부부의 모습을 보여준다. 갑작스럽게 화자가 타자로 전환되며 듣는 이는 당혹스러움을 느끼게 되고, 이내 ‘학교 체육관의 냄새’를 찾으며 시간이 흘러감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드러내는 그들의 모습에 공허함을 느끼게 된다. 결국 우리는 시간 앞에 모든 기억과 에너지, 감정을 잃어버리고, 그에 대해 저항할 수 없다는 점에서, 삶은 비극이다. 시간이 지나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Mitski는 끊임없이 자신의 감정과 내면, 세계에 대해 노래하며 자신의 위치를 중심적으로 세운다. 『Be The Cowboy』, 백인 남성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이미지 중 하나인 Cowboy를 동양계 여성인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으면서 세계에 문제적인 젠더 담론을 비꼬기도 하면서, 소통할 수 없는 동물들 사이에 놓인 홀로 있는 사람이라는 자신의 외로운 내면을 드러내는 중의적인 타이틀이다. 『Be The Cowboy』라는 작품은 결국 Mitski를 중심으로서 세움과 동시에 중심에서 벗어난 소수자로서 내쫓는다. 세계는 늘 우리에게 삶의 중심이 되라고 강요하지만, 결국 세계와 그 현실은 우리를 ‘우리 자신의 삶’에서도 주변인으로 맴돌 수밖에 없게 한다. 우리가 Mitski의 『Be The Cowboy』에 주목해야만 하는 이유다.

 

 

 

 

 

 

 

 

 

 

 

 

  주어진 것들이 있다. 그들은 우리가 생존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우리의 내면 깊숙한 곳으로 침투하여 우리로 하여금 어떠한 길을 걸어가든지 간에 특정 정도를 벗어날 수 없게 조작한다. 그러한 것들은 세대에 세대를 거듭하며 전승되어왔고, 어떠한 전승되지 못한 것들과 자신들 사이에 거대한 낙차를 만들어 그렇지 못한 것들을 부-자연스러운 것, 후시 적으로 도래한 것으로 치부해버린다. 그러한 밀려남은 쌓이고 쌓이며 그 자체로 정상적인 것이 무엇인가를 정의하는 규준이 되며, 들어오지 못한 채 밀려난 것들에 대한 거부감과 구토감을 가지게 한다.

  그렇기에 우리의 존재는 마치 컴퓨터와 같다. 잘 짜인 이진의 문법 아래 정립된 것들은 쉽고 빠르게 넘겨버리지만, 그 프로그래밍의 바깥으로 벗어난 것들에 대해선 연산 오류가 일어나거나, 그것들을 바이러스로 간주해버리곤 공격하고는 한다. Janelle Monáe는 바로 이러한 점에 주목한다. 흑인, 여성, 그리고 성 소수자, ‘바이러스’들로 가득한 그녀의 삶은 타인들의 앞에서, 시스템의 앞에서 어떠한 의미를 가질 것이며, 또 그는 그 자체로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가? 그래서 Janelle Monáe는 자신의 데뷔부터 함께해온 ‘Cindi Mayweather’ 캐릭터를 잠시 내려놓은 채, 감염된 컴퓨터(『Dirty Computer』) ‘Jane 57821’로 화한다. 변화한 그녀의 의미와 ‘Cindi Mayweather’ 시절의 음악과 글귀에 내포해있는 정치적인 의미들은 크게 다를 바가 없지만, 그럼에도 그녀가 보여준 캐릭터의 변화가 불가피했던 이유는 본작의 의미들이 조금 더 현실의 Janelle Monáe 본인에게 직접 맞닿아있고, 그러한 그녀의 이야기가 ‘Cindi Mayweather’로서 공유될 여지는 희박하기 때문이다.

  The Beach Boys의 리더 Brian Wilson이 백-보컬로 참여한 첫 트랙 「Dirty Computer」에서 시작해 Janelle Monáe가 강렬한 랩으로 3분을 이끌어가는 「Django Jane」에 이르기까지의 전개는 마치 한 트랙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막힘이 없다. 그에 더해 우리는 그 속을 의미로 채워나가는 Janelle Monáe의 번뜩이는 기획력에도 주목해야만 한다. 첫 트랙 「Dirty Computer」에서 본작의 콘셉트가 무엇인지에 대해, 그리고 자신이 왜 ‘Dirty’한 ‘Computer’인지에 대해 우리를 납득시킨 데 이어, 이어지는 「Crazy, Classic, Life」에서 여성으로서의 정체, 「Take A Byte」에서 성 소수자로서의 정체를 자신에게 덧씌우더니 「Screwed」에서 그들을 어우르고 이내 「Django Jane」에서 흑인이라는 자신의 정체까지 부각시키며 멋들어진 블랙 페미니즘 서사를 만들어냈다. 그 과정에서 “My Random Access Memory wants you to come again”과 같이 콘셉트에 대한 충실함도 지켰고, “See, if everything is sex, except sex, which is power? You know power is just sex”와 같은 파괴적인 라인을 더하기도 했다.

  이후로 본작의 서사는 내면적인 정체화를 넘어 더 넓은 곳으로 시선을 돌린다. 여성 보편을 향한 무한한 찬사를 건네는 「PYNK」, 짜릿한 소수자의 사랑 이야기 「Make Me Feel」, 섹슈얼함을 여성적 시각으로 전복시킨 「I Got The Juice」, 그리고 『Dirty Computer』의 입장에 서며 자신을 배제하려는 백신들에 대한 두려움과 당당함을 표하는 이후의 이야기까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탄탄한 프로덕션과 함께 더욱 큰 설득력을 얻는다. Thundercat과 Pharrel Willams, Zoe Kravitz 와 Grimes 등 다양한 이들이 Janelle Monáe를 도와 훌륭한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또한 앞서 말했던 The Beach Boys의 리더 Brian Wilson, 그리고 Janelle Monáe의 음악적 스승이자 세상을 떠나기 전에도 본작을 위해 많은 힘을 쏟았던 전설 Prince의 이름 역시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들의 덕인지는 몰라도, 본작에는 전작 『The Electric Lady』까지의 R&B를 위시로 한 블랙뮤직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그 대신 얼터너티브, 서프, 펑크, 디스코를 넘나드는 다양한 록 장르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마지막 트랙 「Americans」 역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만 한다. 이전에 「Screwed」에서 “Hundred men telling me cover up my areolas, while they blocking equal pay, sippin’ on they Coca Colas”라고 말했듯 은근하게 드러나던 참여와 연대의 목소리가 「Americans」에 이르러 절정에 치닫는다. 여성과 성 소수자, 그리고 흑인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금 바로세우며 모든 여성, 모든 성 소수자, 그리고 모든 흑인들이 그 어떠한 소외도 당하지 않은 채 온전히 자신의 삶을 살길 바란다는 메시지는 강하고 굳건하다. 거기에 더해 “Until Latinos and Latinas don’t have to run from walls”이라고 언급하며 소수자 운동 내에서도 주목받지 못할 수 있는 다른 이들에게도 연대의 손을 내미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러한 목소리는 별안간에 “Because it’s gon’ be my America before it’s all over. Please sign your name on the dotted line”이라는 말로서 끝난다(* 이는 또한 Prince의 「Darling Nikki」에 대한 레퍼런스이기도하다). 너무나도 공허하게 끝나는 연대의 목소리의 맞은편에는, 여전히 거대한 이진의 문법이 백신을 뿌려대고 있기 때문이다. Janelle Monáe의 소망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그 해답을 찾아 그녀는, 그들은 지금도 시스템의 바이러스를 자처하고 있다.

 

 

 

 

 

 

 

 

 

 

 

 

 

 

 

  본작의 시작을 알리는 트랙 「It`s Okay to Cry」는 우리의 예상을 크게 벗어난다. SOPHIE가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데 결정적이었던 『PRODUCT』에서의 거친 모습과는 다르게, 순수한 키보드 건반의 선율이 한층 부드러운 멜로디를 만들어내며 그 위로 얹히는 SOPHIE의 목소리는 너무나 포근하다. “But I think your inside is your best side”, “It’s okay to cry”와 같은 위로와 응원의 노랫말이 반복되는 것 역시 그렇다. 하지만 그 속엔 그러한 따뜻함이 온전히 그렇게 남아있지 못하게 하는 전조가 숨어있었다. 두 번째 Verse에서부터 사운드 사이사이로 강렬한 노이즈가 숨어들어가더니, 이내 클라이맥스에서 탁한 노이즈가 사운드를 잡아먹음과 동시에 Mozart`s Sister의 여성적 목소리가 SOPHIE의 남성적 목소리를 잠식해버린다. 이 지점에서 「It`s Okay to Cry」는 초반에서의 부드러움과 후반에서의 강렬한 노이즈가 서로를 응시하며 극도로 불안정해지고, Mozart`s Sister로의 목소리의 교체는 트랜스젠더라는 SOPHIE의 정체성을 순간적으로 각인시킴과 동시에 그녀 자신과 트랙에서 등장하는 ‘You’, 즉 세계 위의 타인들과의 관계를 다른 지평 위에 올린다. 트랙에서 그녀가 “There’s a world inside you”라고 말했듯 말이다.

  그 다음부터 SOPHIE는 말 그대로 ‘파괴적’인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우리에게 각인시킨다. 하지만 그렇게 그녀가 선보이는 파괴는 그 자체로 듣는 이들에게 어떠한 쾌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닌, 전 트랙 「It`s Okay to Cry」와 같이 어딘가 뒤틀리고 불안정해 듣는 이들을 다급하게, 그리고 불쾌하게 만든다. 「Ponyboy」에서는 BDSM의 맥락을 극도로 S에 치중한 입장으로 서술하면서, 그러한 행위의 대상이 특정인에 대한 사유의 위치에서 나아가 “He is just a pony, She is just a pony, They ‘is’ just a pony”와 같이 모든 인간으로 확대함과 동시에 그 세계 속에서 군림하는 젠더의 규율마저도 조각내버린다. 그와 반대로 「Faceshopping」에서는 세계가 조이는 코르셋이 얼마나 개인들에게 자기-파괴를 강요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화장, 성형 등 자신의 외모를 경쟁적으로 가꾸는 행위가 “Positive results”로 화하는 것처럼 보여도, 끝내 막바지에 이르러 “Oh, reduce me to nothingness”라고 절규하는 여성의 목소리는 주목해야만 하는 부분이다. SOPHIE가 선보이는 파괴는 비단 텍스트에서 그치지 않는다. 가령 「Ponyboy」에서 극도로 건조하고 차가운 베이스와 노이즈의 향연 위로 너무나 팝-스러운 보컬 멜로디 또는 이질적인 신시사이저를 억지로 욱여넣는 전개라든지, 「Faceshopping」에서 금속제 노이즈와 무거운 베이스가 조화롭다가도 갑자기 그 모든 흐름이 소거된 채 과한 신시사이저와 격한 감정의 보컬이 굴러 나오는 사운드의 전개는 듣는 이들에게 어떠한 가이드도 주지 않은 채 그들의 예상을 보기 좋게 격파하며, 그렇기에 특히나 더 ‘파괴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시 생각해보자, 영원히 지속 가능한 파괴는 있을 수 있는가? 앞서 SOPHIE가 “Oh, reduce me to nothingness”라고 썼듯, 세계에 대한 파괴적 저항과 세계에 의한 자기파괴를 모두 경험한 그녀가 이제부터 마주하는 것은 파괴에 뒤따른 상흔이다. 그리고 이 시점부터 이전까지의 SOPHIE를 정의하고, 「Ponyboy」와 「Faceshopping」에서도 드러났던 금속제의 건조함과 차가움은 찾아볼 수 없게 된다. 금속제의 소리들이 소멸하고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다름 아닌 SOPHIE라는 인간이 남기는 감정이다. 「Is It Cold in the Water?」에서는 모든 것이 배제된 채 신시사이저만이 치고나오면서 “I’m freezing, I’m burning, I’ve left my home”이라는 감정의 고통을 노래하는 목소리와 만나고, 끝내 하늘 위로 치솟은 신시사이저가 물 밑으로 추락하고, 다시 치솟고 또다시 추락하는 과정을 함께하며 우리는 물 속 어딘가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SOPHIE의 삶과 직접 마주하게 된다. 무려 전자 기타 연주가 등장하는 「Infatuation」에서 그녀가 보여주는 절망과도 같은 갈망은 그 대상을 소거한 채 불쑥 우리에게 등장하고, 그렇게 나타난 갈망은 우리의 기억을 그녀의 세계로 인도한다. 이끌려가는 과정 속에서 그녀와 우리는 어떠한 말이 없다. 그녀의 과거와 현재의 혼란을 조명하는 「Not Okay」와 「Pretending」의 말없음만큼이나.

  이 모든 것은 듣는 이로서 우리가 그녀를 체험하는 길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트랜스젠더라는 그녀의 정체성이 세계의 의미부여 앞에서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를 깨닫게 되는 방법이었다. 「It`s Okay to Cry」에서의 반전도, 「Ponyboy」와 「Faceshopping」에서의 파괴도, 「Is It Cold in the Water?」와 「Infatuation」에서의 고통, 그리고 「Not Okay」와 「Pretending」에서의 침묵까지, 이 모든 것은 어떠한 계기를 통해서도 아니고, 그저 본작을 그녀와 같이 체험하는 것으로 서서히 우리에게 이해되고, 스며든다. 성 소수자라는, 정상성의 범주에서 벗어나 세계에 의해 지워진 의미, 「Pretending」의 마지막 끝에서 마주한 빛을 받으며 그녀는 정녕 우리에게 주어진 의미가 우리를 괴롭게 한다면, 그 의미들을 벗어던지는 것으로 맞서 싸울 것을 다짐한다. 그렇게 도달한 위치 「Immaterial」은 본작 내에서 가장 밝은 에너지를 가지고 가장 많은 텍스트를 우리에게 선보이지만, 정작 그 내용들은 “Without my legs or my hair, without my genes or my blood, with no name and with no type of story”라고 말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의미들을 하나씩 소거하며 무의미함을 향해 나아간다. 비록 우리 모두는 진정 세계가 구현하는 의미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존재는 의미의 소거를 통해 진정한 ‘의미’를 가지게 되고, 그렇기에 본 트랙에서 나타나는 그녀의 “Immaterial” 이라는 선언은 더욱 영웅적으로 다가온다. 후반부에 이르러 그녀가 “Anyhow, any place, anywhere, anyone, Any form, any shape, anyway, anything, anything I want”이라고 당당하게 외칠 때 온몸에 전율이 일 듯이 말이다.

  이후 「Whole New World / Pretend World」에서 그녀는 공격적인 베이스라인과 드론의 노이지함을 앞세운 채 「Immaterial」에서의 선언으로 무의미해진 그 이후를 노래하지만, 이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또다시 「Pretending」의 그것을 연상케 하는 어둠이 떠오르며 불길하게 본작이 마무리된다. 분명히 「Immaterial」은 본작 전체적으로 드러났던 세계에 대한 그녀의 저항적 과정의 완성이었고, 「Whole New World / Pretend World」에서도 “I`d looked into your eyes, I thought that I could see a Whole New World.”라고 외치지 않았는가? 그런데 그녀가 본작이 갈무리되는 마지막에서 다시금 ‘Pretend World’로 이행하며 “I feel so cold, is this the way I feel?”이라고 말한다. 「Is It Cold in the Water?」에서의 혼란이 다시금 발현된 것이다. 우리는 그녀와 같이 여행하는 과정에서 그녀의 지워진 의미가 어떠한 것인지를 체험하게 되었고, 「Immaterial」에서의 위대한 선언도 같이 목도하기도 했지만 결국 어딘가 미심쩍은 부분은 지울 수 없었다. 비록 그녀가 배제된 자신의 정체성을 시스템의 복판으로 끌고 와 자신을 배제했던 규준들에 대해 적대하며 선다고 해도, 그 투쟁의 과정을 배반한 규율은 끝내 그녀를 다시 배제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그녀의 정체성에는 다시금 의미가 덧대어지고, 그것이 SOPHIE가 마지막에 추워하는 이유이자, 본작이 지극히도 정치적인 이유이다.

 

 

coloringCYAN
음악을 듣고, 글을 씁니다.
http://www.tonplein.com

One thought on “CYAN`s List of 2018 : 2018 국외 베스트 앨범 50

  1. 긴 시간에 걸친 결산 수고하셨습니다! AOTY로 뽑힌 SOPHIE 앨범은 제게 새로운 음악이었고, 또 그만큼 동시대적인 사유가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것 같습니다. 항상 좋은 음악 추천 감사합니다!

댓글 남기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