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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YoON!(황소윤), 『So!YoON!』

“아무도 이해 못해, 내 여자만 이해하지”

                                          –  「FNTSY」 中

  황소윤이라는 아티스트에 대해 우리는 어떠한 말을 꺼낼 수 있을까. 다른 아티스트들에게 무한한 리스펙을 받고 있는 여성 아티스트, 그룹 ‘모임 별’의 일원.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떠오를 사실은, 그녀가 2017년 국내 음악계에 큰 족적을 남겼던 밴드 ‘새소년’의 사실상 주축이었다는 것일 것이다. 색안경을 필두로 한 독특한 패션, 1997년생의 비교적 어린 나이, 밴드 이름과 같이 ‘소년’을 연상케 하는 중성적이면서도 깊은 음색과 매력적인 송라이팅 등, 황소윤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요소들이 그녀와 ‘새소년’의 입지를 점차 세워나갔었다. 그들이 데뷔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발매한 EP 『여름깃』 역시 준수한 작품이었고, <제 15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신인]상을 가져갔다는 사실은 당시 ‘새소년’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보여준다. 비록 현재 밴드 ‘새소년’은 강토와 문팬시가 병역 문제로 임시 탈퇴한 후 새 멤버로 유수와 박현진을 영입하며 휴식기에 들어갔기는 했지만, 황소윤이라는 이름이 여전히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사람들은 여전히 ‘새소년’에 많은 기대를 보내고 있다.

  그렇다면 궁금해진다. 밴드 ‘새소년’이 휴식기를 통해 재정비를 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황소윤은 솔로 아티스트로서 우리에게 어떠한 음악을 선보일 것인가? 2019년 4월, 그녀의 솔로 앨범 발매가 예보되어있던 상황에서 발매된 선공개 싱글 「HOLIDAY」는 그 대답이 되었다. 아마 많은 이들이 듣고 놀랐을 것이다. 그 트랙에서 우리는 밴드 ‘새소년’의 사운드도, 감성도 엿보기 힘들었다. 대신 그 자리를 편곡에 참여한 선우정아의 색채가 짙은 선율과 명징한 멜로디, 펑키한 R&B 사운드가 가져갔다. 어쩌면 황소윤이 ‘새소년’의 주축으로서 솔로 활동에서도 다른 방식의 록 음악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했던 사람들은 당혹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HOLIDAY」가 비록 다소간의 약점은 있었던 트랙일지라도, 황소윤의 음색이 펑키한 R&B 사운드와 묘하게 어우러지며 그녀의 목소리가 어떠한 장르의 음악에도 자신의 개성을 뽐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우리에게 주었다는 것이다.

  황소윤만의 개성, 그것이 어쩌면 우리가 황소윤에게서 가장 크게 기대하고 있었던 부분일 것이다. 독보적인 캐릭터로 엄청난 찬사를 받은 그녀가 지금의 ‘새소년’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그 캐릭터는 록이라는 장르적 테두리에 갇혀있기엔 너무 좁다. 「HOLIDAY」에서 확신을 얻었듯, 보다 새로운 모습의 황소윤이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며 우리 앞에 설 것이다. 그런데 정작 우리에게 주어진 본작 『So!YoON!』은 다시 한 번 예상을 벗어난다. 10트랙이라는 크지 않은 볼륨의 앨범 위로 함께한 피처링 아티스트가 많아도 너무 많은 것이다. TE RIM, 지윤해,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나잠 수, SUMIN, 선우정아, Jvcki Wai, 공중도둑, SAM KIM, 적재, 무지개, 장석훈, 황소윤이 몸담고 있는 새소년과 모임 별에 따로 명시되진 않았지만 Zion.T까지. 여기에 더해 이들은 단순히 각 트랙에 ‘참여’했다는 것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각 트랙의 작사/작곡/편곡에까지 깊숙이 관여했다. 과거 ‘새소년’ 시절 강토와 문팬시라는 준수한 연주자들을 두고 황소윤이 작사/작곡/편곡의 중심에 섰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확실히 위험한 방식이다. 잘 만들어지기만 하면 다채로울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앨범이 급속도로 난잡해질뿐더러 황소윤이라는 아티스트의 개성이 다른 아티스트들에게 매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첫 앨범부터 과감하게 리스크를 떠안은 황소윤의 본작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양함에서 비롯하는 다채로움과 난잡함에서 비롯하는 몰-개성화를 한 번에 모두 끌어안았다. 인트로 트랙 「So!YoON!」에서는 황소윤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보컬이 비어있고, 그 자리를 지극히 간-장르적인 사운드들이 메운다. 초장부터 전자음이 우리의 머리 위를 수놓다가도, 중반부터 거침없이 몰아치는 기타 연주와 808 드럼과 하이햇, 그 속에서 엿보이는 펑키함과 팝적인 요소까지. 이는 말 그대로 뒤이을 트랙들에 대한 인트로이자 예고편이었다. 뒤이은 트랙 「zZ`City」에선 신시사이저가 중심이 되는 팝 사운드가 울리고, 「Noonwalk」에선 그 기조가 더욱 노골적으로 변함과 동시에 전자음과 R&B 색채가 더해진다. 이어 앞서 설명했던 「HOLIDAY」와 짧은 러닝타임으로 Skit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MI RAE」까지, 본작의 초중반부는 확실히 팝과 R&B, 그리고 펑키함이라는 중심이 잡혀있다. 「MI RAE」의 마지막에서 또 다른 별을 찾아서 떠나갈 거야라는 노랫말과 함께 테이프가 다시 돌아가기 전까지는. 이후의 후반부 트랙들에서는 초중반부의 기조를 잡았던 중심이 사라지고 이리저리 격변하는 모습이 보인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황소윤의 과감함에 있다. 앞서 본작의 진행 방식이 다채로워 보일 수는 있어도, 자칫 잘못하면 다른 피처링 아티스트들에게 황소윤이 매몰될 위험함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런데 황소윤은 그러한 우려를 비웃듯, 오히려 피처링 아티스트들에게 그들의 개성을 더 강하게 뽐낼 만한 상을 차려준다. 가령 우리는 「Noonwalk」의 통통 튀는 전자음이 날리는 전주만 들어도 이것이 SUMIN의 음악임을 직감할 수 있고, 「FNTSY」의 초장에서 자동차를 주차하는 소리를 통해 힙합의 클리셰를 떠올릴 수 있다. 또한 우리는 「A/DC=」를 틀자마자 “도둑이야! 도둑!”을 외치며 황급히 경찰을 찾을 수도 있고, 마지막 트랙인 「zZ`City (Byul.org remix)」는 우리에게 모임 별의 훌륭한 트랙이었던 「나리 유코 진」을 떠올리게 한다. 이외의 다른 트랙들 역시 참여한 피처링 아티스트들에 따라 다소간의 다른 색깔을 선보인다. 본작을 들었던 많은 사람들이 본작이 황소윤의 앨범이 아닌 컴필레이션 앨범과 같다고 평한 데에는 그러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황소윤은 그렇게 개성 강한 아티스트들 사이를 미끄러지듯 횡단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오히려 그러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다른 아티스트들과 타협하는 모양새까지 보이니 재밌다. 「FNTSY」에서 황소윤은 준수한 싱잉-랩을 선보임과 동시에 Jvcki Wai의 트레이드마크라고 불리었던 오토튠을 지운 채 대신 그녀에게 타이트한 랩을 할 판을 마련해주었고, Jvcki Wai가 들었던 프로파간다의 깃발만큼이나 매력적인 페미니즘 트랙을 만들어냈다(걱정마, my sister”, 아무도 이해못해, 내 여자만 이해하지). 또한 「A/DC=」를 보면, 황소윤은 공중도둑의 추상적인 노랫말에 ‘발을 맞추어 따라가’며 공중도둑은 그에 화답하듯 그의 커리어 사상 가장 선명한 사운드와 ‘잘 들리는’ 보컬을 선사한다. 이외에도 SAM KIM이 무려 랩을 선보이는 그루비한 밴드 사운드의 「FOREVER Dumb」과 새소년의 하드 록이라는 독특한 시도를 엿볼 수 있는 「Athena」, 그리고 모임 별의 사운드를 위해 다시 한 번 보컬을 접어둔 「zZ`City (Byul.org remix)」 역시 황소윤과 피처링 아티스트 서로에 대한 배려가 돋보인다. 확실히 본작의 후반부는 전반부에 비해 중심이 없이 이리저리 흩날리지만 황소윤의 영리한 기획력은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피처링 아티스트들과의 매력적인 조화를 이루어냈다. 서로의 강점을 한 발씩 후퇴시키고, 그 빈 공간을 서로가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모습으로 꾸며낸 선택이 본작이 우려되었던 부분을 어느 정도 해소하는 데 성공한 모양새다.

  아이러니하게도 후반부의 약점이 해소되니 전반부의 약점이 드러난다. 후반부에서 우려되었던 난잡함을 양보를 통한 조화를 선택해 다채로움으로 꾸며내고 나니 비교적 중심이 단단했던 전반부가 빛이 바랜다. 특히 인상적이지 못한 멜로디와 노랫말, 그리고 프로듀서 나잠 수와의 밸런스 조정이 실패한 모습을 보여주는 「zZ`City」가 그렇고(* 모임 별이 리믹스한 마지막 트랙 「zZ`City (Byul.org remix)」가 꽤 훌륭했다는 것을 떠올린다면 그 아쉬움이 더 크다), 「MI RAE」 이전의 다른 트랙들 역시 「MI RAE」 이후의 트랙들에 비한 아쉬움이 상당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본작을 통해 황소윤의 과감함과 영리함을 보았고, 그것은 ‘새소년’의 메인이 아닌, So!YoON!이라는 이름의 솔로 아티스트가 가진 가능성이 되었다는 것이다. 혹자는 본작에 대해 “강속구 투수한테 구태여 변화구를 붙여주는 이유가 없는 것인데.”(** 네이버 뮤직 댓글 참조)라고 말하며 ‘새소년’ 시절의 카리스마를 그리워하기도 한다. 비록 ‘새소년’ 시절과 본작이 가지는 괴리는 상당하지만, 황소윤은 황소윤일 뿐 ‘새소년’이 절대 아니다. 자신의 이름을 한 글자씩 강하게 찍어내리는 그녀의 새 예명 ‘So!YoON!’과 같이, 우리는 그녀가 또 어떤 강한 존재감을 음악계에 써내려갈지 지켜보기만 하면 될 뿐이다.
 
 
 

 

 
* 한 구독자분께서 본고에 대해 다음 글과 유사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셨습니다.

coloringCYAN
음악을 듣고, 글을 씁니다.
http://www.tonple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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