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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er Soul X Charming Lips, 『The Suicide Diary』

 

“I really need to kill you bae”

                                          –  「Million Reasons To Kill You」 中

 

  2018년 발매된 국내 앨범 중 감히 최고였다고 칭할 수 있는 공중도둑의 『무너지기』가 가져다 준 충격은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있지만, 우리는 『무너지기』의 성공이 오롯이 공중도둑의 뛰어난 역량만으로 세워진 것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무너지기』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빼놓아서는 안 될 요소가 바로 앨범 전체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객원 아티스트 Summer Soul의 활약에 있기 때문이다. 가령 「감은 듯」에서 공중도둑의 보컬을 감싸 안던 Summer Soul의 목소리는 트랙의 후반부 흩날리는 전자음들의 향연과 어우러지며 묘한 따스함을 구현해내는데 크게 일조하였고, 「곡선과 투과광」에서 공중도둑과 문답을 주고받으며 우리에게 먹먹한 의미를 남기기도 하였다. 그 외에도 「왜?」에서 어쿠스틱 기타, 신시사이저와 뒤섞이거나 「수호자」에서 그저 목소리만으로 전자음들이 치고 들어오는 장면을 보조하는 등, 『무너지기』에 Summer Soul의 참여가 없었다면 앨범에 대한 평가가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 정도로 그녀의 참여는 『무너지기』에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였다.

  하지만 단순히 『무너지기』에서의 활약상만을 보고 그녀를 공중도둑과 유사한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로 넘겨짚으면 곤란하다. 네이버 뮤지션리그를 중심으로 꾸준한 활약상을 선보였던 Summer Soul의 음악은 확실히 『무너지기』에서 보여주었던 모습과는 다른 결이 있다. 『무너지기』에서의 그녀는 공중도둑이 그러하였던 것처럼 위태로운 목소리를 선보였고, 역시 공중도둑이 그러하였던 것처럼 추상적인 노랫말들을 적어 내려갔지만, Summer Soul이라는 이름을 정면에 내건 그녀의 작품은 『무너지기』에서보다 직설적인 의미를 뱉고, 보다 명징하지만 또 몽롱하고 흡착력 있는 목소리로 수놓아진다. 한국어보다는 영어의 비중이 높은 그녀의 노랫말은(* 「barefoot」과 같이 한국어가 노랫말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트랙도 있긴 하지만) 몽롱한 그녀의 음색을 더욱 유려하게 만들어 그녀의 음악을 감상함에 있어 보다 감성적인 부분에 치중할 수 있게 돕는다.

  OLNL의 작품에 참여하며 이름을 알린 프로듀서 Charming Lips와 의기투합한 그녀의 본작 『The Suicide Diary』는 Summer Soul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발매하는 첫 앨범 단위 작업물로서, Summer Soul이라는 아티스트가 어떠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구체화시킨 결과이다. 사실 이전에 Charming Lips와는 「Kill Your Darling」, 「Couple」 등의 트랙에서 협업한 적이 있는 만큼 둘의 조합으로 탄생할 작품이 어떠한 것일지는 짐작할 수 있었고, 본작의 흐름 역시 그를 크게 거스르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첫 트랙 「What`s In Your Head?」에서부터 드럼에 이어지는 기타 연주가 따뜻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그 위를 수놓는 Summer Soul의 목소리는 여전히 여유롭고, 몽롱한 음색을 바탕으로 우리를 트랙의 한복판으로 끌어내린다. 비교적 성긴 단어의 배치가 눈에 띄는 노랫말은 오히려 그 성김이 노랫말의 의미보다는 Summer Soul의 몽롱한 목소리와 따뜻한 연주에 감상의 주안점을 두게 만들고, 그로 인해 연인 간의 다툼을 이야기하는 차가운 노랫말마저도 사운드와 목소리에 묻혀 오히려 따뜻한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인 것처럼 가볍게 듣고 웃어넘길 수 있는 앨범이다.”라는 앨범 소개글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순간이고, 그러한 아이러니가 본작이 가지는 가장 큰 강점이다.

  앨범 전체적으로 「What`s In Your Head?」와 같은 따뜻한 연주가 이어지지만 여섯 트랙의 노랫말 모두가 그러한 낭만적인 따스함을 말하진 않는다. 넌 언제나 환하게 웃고 있어 / 네 눈을 날 향해 본 적이 없어라며 관계의 비-순수성을 암시하는 「Billionaire」, 최근 Summer Soul이 공개한 트랙 「100 Reasons Why I Love You」의 역으로 기능하는 듯 무자비하게 상대방을 공격하는 「Million Reasons To Kill You」, 괜찮아 말해 봐 다 들어 줄게 / 사실 안 괜찮아, 너 혼자서 해결해와 같은 라인이 돋보이는 고민 상담을 가장한 질책 「Foolish Frogs」가 그렇다. 그리고 위 트랙들의 전혀 따뜻하지 않은 노랫말은 앞서 「What`s In Your Head?」에 관해 이야기한 것과 같이 독특한 아이러니를 불러일으키며 감상의 재미를 더한다. 그 와중에 영어의 비중이 높은 노랫말에서 위 트랙들의 핵심 라인들이 한국어로 드러나는 연출은 인상적인데, 앞서 말했듯 목소리와 사운드에 묻혀 숨은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던 청자로 하여금 감상의 방향을 자신의 의도대로 강제하는 영민함이 돋보인다. 스스로의 음악에서 짚고자 하는 포인트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줄 아는 모습이다.

  하지만 강점이 확실한 만큼 약점도 보다 분명하게 다가온다. 사운드가 불러일으키는 따뜻함을 끝까지 안고 가는 「I Love Milk」, 「To My Lovers」 같은 경우 오히려 그렇지 않은 트랙들 사이에서 붕 떠버리는 느낌이고, 앨범 전체적으로 성긴 단어의 배치가 불러일으킨 멜로디의 평탄화가 눈에 띄게 드러난다. 특히 「To My Lovers」에서 한국어로 채운 Verse가 아쉬운 지점인데, (** 비록 그것이 Summer Soul 본인의 의도일 가능성을 인정하더라도) 약하게 얽힌 단어의 흐름이 리듬감을 잃고 사운드와 어우러지지 못해 긍정적이었던 도입부와는 대조되는 감상을 준다. 보컬 퍼포먼스에서 비롯한 아쉬움은 앨범의 사운드에도 영향을 끼쳐, 일관되게 킥과 기타 연주로 따스한 바이브를 풍기는 사운드의 흐름이 오히려 지나치게 단조롭다는 인상까지도 준다. 이를 종합해서 말하면, 앨범 내에서 감상의 포인트를 전환시키는 변곡점이 부재해 역으로 개별 트랙들의 매력이 반감되고 아쉬운 지점이 크게 도드라지는 형국이다. 확실히 각 트랙들은 충분히 매력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막상 『The Suicide Diary』라는 이름 아래로 여섯 트랙을 모았을 때 그 ‘매력 있음’이 트랙들의 몰개성화를 낳았다.

  그럼에도 본작은, 앞서 앨범 소개글에 대해 이야기한 것처럼 “가볍게 듣고 웃어넘길 수 있는 앨범”이다. Summer Soul의 몽롱한 목소리와 연주가 만나 불러일으키는 따뜻함은 본작을 감상함에 있어 기분이 좋아지는 지점이다. 곳곳에 숨겨진 압정과도 같은 날카로움은 보고 피해가도 되겠지만, 설사 보지 못한다고 해도 적극적으로 우리를 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특별할 것도, 특별할 필요도 없는 기분 좋은 바이브, Summer Soul의 다음 행보를 넌지시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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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듣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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