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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llie Eilish, 『WHEN WE ARE FALL ASLEEP, WHERE DO WE GO?』

 

“I`m the bad guy… duh.”

                                          –  「bad guy」 中

 

  현 힙합 씬 최고의 악동이라고 불릴 만한 Lil Pump부터 작년에 『I`m All Ears』라는 준수한 앨범을 발매했던 팝 듀오 Let`s Eat Grandma 등등, 우리는 최근 들어 두각을 드러낸 10대 아티스트들의 이름을 너무나 많이 알고 있다. 예전부터 뛰어난 아티스트들이 어린 나이에서부터 재능을 선보이던 사례는 많았지만, 사람들은 현대 음악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10대 아티스트들의 음악에 대해 평가할 때 그들의 정체성 – 소위 ‘Z세대’라고 일컬어지는 – 을 종종 경유하고는 한다. 그러한 음악 비평 방법론에 대해 본고에서 내가 내놓을 입장은 없지만, 적어도 그러한 방법론이 종종 사용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납득할만한 여지가 있는 게, 그들이 음악 시장을 뒤흔드는 움직임이 선배 아티스트들의 시대와는 확실히 구분되기 때문이다. 그들은 트렌드를 영리하게 캐치할 줄 알고, SNS를 이용해 팬덤을 움직이는 데 매우 능숙하다. 비슷한 세대를 겪었거나 살고 있는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듣고 싶어 하는지를 너무나 잘 알기에 그를 보여주고 들려주면 그만일 뿐이다.

  다른 10대 아티스트들과 비슷한 시기에 활동을 시작하며 주목받고 있는 Billie Eilish의 커리어와 음악 역시 그와 비슷한 맥락에서 읽힐 수 있다. 그녀는 본격적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전부터 – 여타 10대 아티스트들과 다를 바 없이 – 대형 음악 플랫폼 ‘사운드클라우드’에서 활동했었고, 사람들은 그녀의 SNS에 지금도 열광하고 있다(* 팔로잉 계정의 숫자를 666으로 맞추는 컨셉츄얼함, 음울한 그녀의 음악과는 상반되는 SNS 게시글들에서 느껴지는 갭과 같은 요소들이 대표적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어쩌면 그녀의 삶이 그대로 담겼을 그녀의 노랫말 역시 ‘Z세대’의 감성으로 읽히곤 한다. 가령 웹진 [izm]의 김도헌 평론가는 「wish you were gay」에 대해 “진심을 전하는 데 인색하고 또 서툰 Z세대의 송가다.”라고 평한 바 있으며, 「bad guy」에서 “I`m that bad type might seduce your dad type”이라는 흔히 ‘상남자’로 불리는 마초적 스탠스에 반하는 당당함을 보이다가도 「listen before i go」에서 “Sorry can`t save me now, sorry I don`t know how”라고 말하며 한없이 거꾸러지기도 한다.

  이르게 많은 것을 겪고 접하며 발생하는 양가적 감정을 서툰 것으로 정의하는 비-Z세대의 내려다봄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WHEN WE ARE FALL ASLEEP, WHERE DO WE GO?』에서 드러나는 Billie Eilish의 노랫말은 그만큼 불안정하고, Billie Eilish 본인도 이에 대해 노골적이라는 것이다. 첫 트랙 「!!!!!!!」에서 Billie Eilish가 친오빠인 Finneas O’Connell과 나눈 우스갯소리 “I have taken out my invisalign, and this is the album”(내 투명 교정기를 제거했는데, 이게 내 앨범이야)는 흔히들 치아 교정을 청소년기 때 시작해 성년이 되기 전에 마친다는 것을 고려해봤을 때, 이는 본작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바로 이어지는 트랙 「bad guy」에서 Billie Eilish는 스스로를 “bad guy”라고 칭하며 으스대는데, 앞서서도 언급했던 “I`m that bad type might seduce your dad type”이라고 칭하는 라인이 인상적이나 사실 그 뒤에 이어지는 트랙들에서의 Billie Eilish는 그렇게 ‘bad’하지 못하다. 그녀는 그저 혼란스러울 뿐이다. 「xanny」에서 같이 파티를 하고 있는 친구들의 문제점을 잘 알지만, 동시에 그녀 자신 역시 그 파티 안에 속해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그녀에게 있어 온전히 죄인인 것은 자신뿐이다. 12부터 역순으로 수를 세며 시간 속에 몸을 맡기는 센스를 보여준 「wish you were gay」에서는 뜻대로 되지 않는 사랑에 숨을 삼키고, 「8」에서는 똑같이 자신 때문에 숨을 삼켰던 상대의 입장을 재단하며 스스로를 비난하기도 하지만 뒤바뀐 입장의 두 곡에서 모두 화살은 그녀 자신을 향한다. ‘침대 밑의 괴물’이라는 다소 유아적인 환상을 자기 자신과 대치시키는 「bury a friend」 역시 대표적이다. 그 과정 속에서 등장하는 대상들은 그녀에게 있어 의존적으로 세워진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본작 전체적으로 핵심적으로 등장하지만 정작 그녀는 그들과의 ‘이별’을 우선적으로 논한다. 마치 그녀 자신이 그들을 사랑하거나 사랑했던 것이 아니라, 그들과 헤어지거나 이별하는 것에 더 예민했다는 인상이다.

  그렇게 종잡을 수 없는 그녀의 노랫말은 후반부에 가서 어느 정도 갈무리되는 모습을 보인다. 자신에 대한 혼란과 타인에 대한 의존은 극단으로 치달아 이내 그녀를 옥상 위로 끌어올려 누군가를 찾게 하였고(「listen before i go」), 그녀는 그 광경을 우리에게 먼저 보여준 뒤 훅의 마지막 라인의 도치를 이용해(** “I love you, and I don`t want to”, “I don`t want to, but I love you”) 용기를 내는 그녀의 모습을 비춘다. 마지막 트랙 「goodbye」는 본작의 트랙들에서 등장했던 노랫말들을 역순으로 보여주며, 그녀가 첫 트랙 「!!!!!!!」에서 언급한 ‘투명 교정기’를 비로소 떠올리게 한다. 트랙 제목의 배치에서부터 설계되었다는 인상이 강한 후반부 세 트랙의 갈무리는 조금 성급한 감은 있어도 우리에게 Billie Eilish가 겪었을 극한의 혼란을 강렬하게 상기시킨다.

  본작의 프로듀싱 방향성은 그녀의 전작 『don`t smile at me』와 마찬가지로 Billie Eilish의 친오빠이자 음악적 동료인 Finneas O’Connell에 의해 주도되었고,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너른 장르의 융합과 적재적소에 들어맞는 샘플, 연주를 보여주며 수준급의 만족감을 선사한다. 특히나 본작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것은 각 트랙들에서 드러나는 연출인데, 탁하고 뿌연 환경을 조성하여 청자들을 연기 속으로 내모는 「xanny」의 훅이나 드릴 소리를 샘플로 사용하여 트랙에서 느껴지는 공포감을 극대화시킨 「bury a friend」를 대표적으로, Billie Eilish가 본작에서 우리에게 보여주는 혼란함을 극대화시킨 연출은 설사 누군가에게 그녀의 이야기가 그저 하소연처럼 보일지라도 그로 하여금 음악을 귀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든다. Billie Eilish와 Finneas O’Connell에게 거대한 음악적 영감이 되었던 Tyler, the Creator, Aurora, Lana Del Rey와 같은 이름들을 언급하는 것은 이젠 새삼스러운 일일 수도 있겠지만, 본작에서도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는 그들의 이름을 여러 가지 요소를 통해 자신들의 밑으로 둔 Billie Eilish와 Finneas O’Connell의 역량은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본작의 발매 전날까지도 Billie Eilish는 본작의 발매를 심각하게 재고했었다고 한다. 누군가가 자신의 앨범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것이 꺼려졌다는 그녀의 말을 통해 우리는 본작에 담겨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알 수 있다. “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 그녀가 혼란 속에서 던졌던 물음들이 그녀 자신에게 무엇을 가져다주었는지 우리는 분명하게 알 수 없다. 다만 하나 바랄 것은, 비약적으로 높아진 그녀의 위치가 그에 걸맞는 안정감을 그녀에게 전했으면 하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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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듣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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