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are here
Home > coloringCYAN > Album > Domestic > BLACKPINK, 『KILL THIS LOVE』

BLACKPINK, 『KILL THIS LOVE』

 

“캄캄한 저 하늘 위에 한바탕 난리를 치며 불을 지를 거야”

                                          –  「Kick It」 中

 

  이미 어느 정도 만족스러웠던 일본 데뷔를 이뤄낸 이후, 「뚜두뚜두」의 성공과 함께 주목되었던 BLACKPINK의 다음 행보는 놀랍게도 북미 시장을 향했다. 물론 이전부터 몇몇 K-Pop 아티스트들이 북미 시장을 공략하며 도전적인 행보를 선보인 전례가 있지만, 대다수가 실패했으며 사실상 BTS를 제외하고는 북미 시장 공략에 성공한 아티스트는 없었다. 특히나 국제 팬덤의 대부분이 태국인 멤버 리사의 영향으로 동남아 지역에 집중되어있는 BLACKPINK와 같은 경우는 북미로의 성공적인 진출 가능성이 더욱 불투명해보였다. 이에 많은 이들이 그녀들의 결정에 응원과 함께 우려를 보탰고, 인터스코프 레코드와의 계약으로 시작된 그녀들의 북미 공략의 시작은 그렇게 좋지만은 못했다. 유명 토크쇼에서 무대도 선보이고, 음악 페스티벌 Coachella에도 초대가 확정되고, 엄청난 기세를 올리고 있는 유튜브 조회수의 힘은 여전히 유효했지만 정작 투어에서 만족스러운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는 사실이 그러한 판단의 이유였다. YG는 이미 지난 3월에 BLACKPINK의 북미 투어가 모두 매진되어 2회 추가 공연까지 확정했다는 기사를 냈지만 이는 사실무근의 언론 플레이였고, 잇따른 취소표의 등장은 그녀들의 북미 진출이 지지부진하게 마감될 것이라는 우려를 커지게 했다.

  그러나 그녀들의 행보에 대한 그러한 불안함을 타파한 것이 본작 『KILL THIS LOVE』의 힘이었다. K-Pop 걸그룹 최초로 빌보드 HOT 100 싱글차트에 타이틀 트랙 「Kill This Love」가 2주 연속 랭크되었고, 『KILL THIS LOVE』 역시 K-Pop 걸그룹 최초로 빌보드 HOT 200 앨범차트에 2주 연속 랭크되는 기염을 토했다. 뿐만 아니라 아이튠즈 US 송차트에서 걸그룹으로서는 15년 만에 정상에 오르는 등 미국 차트들에서 높은 성적을 거두며 그녀들에게 쏟아졌던 우려들을 단번에 불식시켰다. 어디 그 뿐이랴, 우려의 목소리가 가장 컸던 현지에서의 투어 호응도 『KILL THIS LOVE』의 성공에 힘입어 점점 커져갔고, 실제로 Coachella에서 선보여진 무대들 중 가장 높은 관심을 가져간 무대의 주인공이 그녀들이기도 했다. 원래부터 BLACKPINK의 강점이었던 뮤직비디오 성적 역시 더욱 강해져서, 타이틀 트랙 「Kill This Love」의 뮤직비디오가 유튜브 역사상 최단 기간 1억회를 갱신하기도 하는 등(* 이는 BTS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뮤직비디오가 다시 갱신한다)의 호성적을 거두며 2019년 4월 30일 현재 2억 7000만 조회수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국내 및 그 밖에 다른 국가들에서도 역시 호성적을 거두고 있음은 당연하다.

  이렇듯 BLACKPINK가 미국 시장 진출을 통해 얻은 성과들은 괄목할 만하며, 이는 「뚜두뚜두」를 필두로 한 전작 『SQUARE UP』의 성공 공식을 철저하게 재현한 결과이기도 하다. 실제로 앨범의 얇은 볼륨과 트랙의 배치 방식, 각 타이틀 트랙들이 구현하고 있는 음악적 문법의 유사성, 화려하면서도 구도에 유사성이 있으며 의도한 킬링 포인트가 명확하게 다가오는 뮤직비디오(** 「뚜두뚜두」의 경우 원더걸스의 「So Hot」 뮤직비디오에서 소희가 넘어지는 장면을 비틀어낸 지수의 씬, 「Kill This Love」의 경우 안전벨트를 매지 않고 눈물을 흘리며 질주하는 로제의 운전씬) 등이 그렇다. 여기서 내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뚜두뚜두」와 「Kill This Love」가 어떠한 방식으로 유사하게 움직이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Kill This Love」가 「뚜두뚜두」의 아래로 어떻게 침잠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미리 첨언하자면, 나는 BLACKPINK가 보여준 전작과의 유사성을 직접적으로 비판할 의도는 없다. 수익성을 담보로 해야 비로소 온전히 움직일 수 있는 K-Pop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전작의 성공을 모티브로 하여 그와 유사한 셀링 포인트를 공략하는 방식은 어떻게 보면 당연히 그래야만 하는 것이고, 실제로 많은 K-Pop 아티스트들이 그러한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고 있으며, 전작과의 유사성으로 빚어지는 일종의 ‘뻔한’ 감상이 정말로 작품의 감상을 저해하는 요소인지는 잘 모르겠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모로 「뚜두뚜두」의 전철을 밟은 「Kill This Love」는 명백한 한계를 드러내었다. 「뚜두뚜두」와 마찬가지로 인트로부터 강하게 전개되는 사운드와 간드러지는 애드립에 「뚜두뚜두」의 강한 트랩 비트 대신 클랩으로 그 자리를 채우며 어느 정도 선을 그었다. 그러나 비트와 드럼이 중심이 되는 제니와 리사의 랩 파트, 비트가 배제된 사운드가 중심이 되다 점점 드럼이 상승하는 지수와 로제의 보컬, 그리고 명징한 멜로디 대신 화려한 사운드의 흩날림과 중독적인 외침으로 그 자리를 메운 훅까지 「Kill This Love」의 구성은 「뚜두뚜두」를 그대로 따라간다. 두 번째 훅이 끝나고 영어로만 노랫말을 채운 채 로제의 음색을 강조한 브릿지와 훅의 확장판처럼 느껴지는 아웃트로까지 그렇다.

  그러나 그러한 과정 속에서 「Kill This Love」가 돋보이게 짚어내야만 했던 포인트들이 아쉽게 흘러간다. 한껏 과장된 바이브로 전개되는 제니의 첫 랩 파트는 이목을 사로잡지만, 이후 리사가 보여주는 소위 ‘Migos’식 플로우의 랩은 미국 진출을 과하게 의식한 결과물처럼 부담스러울 뿐이었다. 첫 훅이 끝난 후 두 번째 랩 파트에서 제니와 리사가 랩을 주고받는 과감한 시도를 보였으나 뚜렷한 포인트 없이 짜인 영어 라임은 우리의 뇌리에서 그녀들의 랩을 휘발시켰다. 하지만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후 드러나는 지수와 로제의 보컬 파트인데, 쫀쫀한 멜로디의 짜임으로 긴장감을 고조시켰던 「뚜두뚜두」와 달리 성긴 멜로디의 노랫말이 하이라이트로 들어가기 이전부터 힘을 쭉 빼놓아버린다. 여기서 다시 제기할 수 있는 문제가 바로 지수의 기량에 대한 것이다. 멜로디의 힘으로 로제와 훌륭하게 합을 주고받았던 「뚜두뚜두」에서의 모습과 달리 「Kill This Love」에서 어떠한 강점도 드러내지 못한 채 이전의 붕 뜨는 모습으로 회귀해버리는 그녀의 목소리는, 개성 강한 그룹 내에서 이렇다 할 특색이 없는 지수의 보컬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의 여지를 남긴다. 또한 화려하게 수놓이는 EDM에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강력한 모습을 보였던 「뚜두뚜두」의 사운드와 달리, 브라스를 중심으로 한 「Kill This Love」의 사운드는 인상적이지 못하다. 분명히 「뚜두뚜두」의 문법을 충실하게 따랐음에도, 내실이 그에 비해 형편없는 수준이다.

  제작 과정에서 「Forever Young」의 모습을 기대했을 2번 수록 트랙 「Don`t Know What To Do」 같은 경우 「Forever Young」보다 조금 가라앉은 느낌을 구현하면서도 어느 정도의 유사성은 담보로 하며 진행되는데, 철저하게 보컬 중심으로 이루어지다보니 이번에는 리사가 트랙에 잡아먹히는 아쉬움을 남긴다. 「Forever Young」을 빛냈던 제니의 8마디 랩도 없고, 로제의 음색에 의존하는 보컬 퍼포먼스 역시 의문스러우며 훅에서 보이는 지수의 애드립도 부담스러울 뿐이다. 전형적인 YG 스타일 발라드 트랙 「아니길 (Hope Not)」 역시 「Don`t Know What To Do」와 비슷한 문제점을 공유하고 있고, 팬들에게 전작에 대한 기억을 리바이벌할 의도가 분명했던 마지막 트랙 「뚜두뚜두 (Remix)」는 원 트랙 「뚜두뚜두」가 걸작이었던 이유가 철저히 계산적으로 짜인 사운드와 멜로디의 YG스러운 뻔한 조화에 있었음을 다시금 떠올리게 할 뿐이었다. 그나마 3번 트랙 「Kick It」에서 기타 리프와 신시사이저의 그럴듯한 조화, 각 멤버들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퍼포먼스, 깔끔하면서도 귀에 쏙쏙 박히는 훅, 리사의 훌륭한 랩 등 긍정적인 요소들이 여럿 어우러지며 좋은 감상을 남길 뿐이다.

  이러한 점들이 『KILL THIS LOVE』가 상업적으로 엄청난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음악적으로 보았을 때 여러모로 부정적인 인상만이 짙게 남는 이유이다. 어쩌면 이는 전작 『SQUARE UP』의 타이틀 트랙 「뚜두뚜두」가 2018년을 빛낸 상당히 인상적인 걸작이었음에도, 그 발자취를 철저하게 답습한 「Kill This Love」가 그에 미치지 못했다는 사실에서부터 짐작 가능한 범위 안에 있었을지 모른다. 재밌는 것은 『SQUARE UP』에서 쉴 새 없이 울렸던 “BLACKPINK in your area”라는 노랫말이 본작에서는 「Kill This Love」의 인트로를 제외하고는 들리지 않는다는 점인데, 이는 굳이 BLACKPINK 본인들이 직접 언급하지 않아도 지금의 우리가 BLACKPINK의 ‘Area’ 안에 있음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그녀들의 높아진 위상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상하다. 주술처럼 귀에 박혔던 전작의 “BLACKPINK in your area”는 꽤나 설득력이 강했었는데, 본작에 이르러서는 그 챈트를 받아들이기가 힘들어졌다. 아마 그 이유 역시 본작 안에 있을지 모르겠다.

 

 

 

coloringCYAN
음악을 듣고, 글을 씁니다.
http://www.tonplein.com

댓글 남기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