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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AN`s List of 2018 : 2018 국외 베스트 트랙 50


 
 

2018 국외 베스트 트랙 50

– written by. coloringCYAN –

(대상 기간 2017.12.01 ~ 2018.11.30)

 
 

  어느새 2019년을 맞이한지도 수 개월이 흘렀다. 점점 2018년의 기억은 흐릿해지지만, 그 때의 음악은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있다. 그들을 기억하고자 간소하게나마 개인적인 2018년의 결산을 준비했다. 이번엔 2018년 발매된 국외 트랙들 중 50 트랙을 추려 짧은 단평을 적어내렸다. 비록 이 리스트가 모두에게 공감을 받을 수는 없어도, 누군가에게 2018년을 떠올리는 촉매가 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 본고는 필진 coloringCYAN 개인의 2018년 결산으로서, 웹진 [온음]의 총결산과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Tame Impala가 프로듀서로 참여해 그들의 최고작이자 2015년의 걸작이었던 『Currents』의 싸이키델릭 바이브를 완벽하게 녹여낸다. 기타 리프 위로 보컬이 흘러내리며 이내 터져나오는 구성은 감탄을 자아내고, 그 위로 얹히는 Travis Scott의 랩은 빼어나다. 성공한 Travis Scott의 삶을 마약을 한 듯 붕 뜬 바이브로 연출한 랩-메이킹은 우리가 그에 기꺼이 몸을 맡긴 채 떠다니게 만든다. 조연으로 등장해 무드를 조성하는 보컬 퍼포먼스로 트랙을 빛낸 The Weekend와 Pharell Willams의 활약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멜로디가 분명한 기타 리프로 시작하는 그녀의 연주가 분명하게 중심을 잡고, Sophie Allison의 목소리가 등장할 때는 베이스가 낮게 깔리며 분위기를 맞춘다. 역학 관계의 균형이 완전히 무너져버린 애인 간의 이야기를 ‘견주’와 ‘개’로 비유하며, 사람에게 길러지는 개의 습관까지 묘사하는 세밀한 표현력까지 보인다. 도망치려고 반복하지만 끝내 다시 돌아오게 되는 모습은 Sophie Allison의 음색과 겹쳐 처연하게 보인다. 그럼에도 “I want a love that lets me breathe”라고 외치는 본 트랙은 단순히 자신의 상처에 대한 고백에 머무는 것이 아닌 절망하지 않는 주체의 당당함으로 남는다.

 
 

 
 
 
 
 
 
 

 

  MIKE WILL MADE IT과 James Blake라는 걸출한 프로듀서 둘이 합작한 결과물은 환상적이었다. 둔탁하게 때려박는 트랩 비트가 긴장감을 조성하는 전반부에는 Jay Rock과 Future이 활약한다. 수준급의 기량을 뽐내면서도 “La di da di da, slob on me knob”과 같은 재미있는 레퍼런스도 잊지 않았다. 절정은 후반부에 이르러 시작된다. 불안정하게 찢어지는 사운드로 급격히 무드가 전환되며, 마치 영화 속의 Eric Killmonger에 빙의한 듯한 Kendrick Lamar의 ‘미친’ 랩 퍼포먼스가 트랙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다. Killmonger가 왕위를 찬탈하듯, 그의 퍼포먼스는 그저 넋을 잃게 한다.

 
 

 
 
 
 
 
 
 

 

  ‘달 위의 호텔’이라는 명확한 콘셉트를 가지고 리뷰를 가장한 광고로 우리들에게 호텔로 올 것을 권유한다. 솔직히 말도 안 된다. 트랙에 등장하는 라인들이 하나같이 거짓말에, 심지어 Arctic Monkeys 본인들이 직접 제 4의 벽을 뚫어버리기까지 한다(* “I can lift you up another semitone”). 하지만 그 속에서 “Four stars out of five”로 비평가들을 조롱하기도 하고, 가게 이름으로 등장하는 “The Information-Action Ratio” 라인은 인터넷의 도래 이후 정보의 홍수 속에 잠긴 현대인을 비꼬기도 하며 트랙의 방향이 오롯이 우리의 현실에 있음을 드러낸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 속에서 현실성을 찾는다. 그래서 더욱 매력적이다.

 
 

 
 
 
 
 
 
 

 

  Quavo의 추임새와 묘하게 튕기는 기타 리프가 겹치는 인트로부터 트랙의 구성이 빼어나다는 것을 입증한다. 분열적으로 쪼개지며 불규칙성을 아름답게 승화한 베이스라인부터 볼륨을 최소화해 적절하게 치고 빠지는 더블링이 즐거움을 더한다. Beyoncé의 퍼포먼스는 발군이다. 자신의 장기인 보컬을 밀고나가기보다는 JAY Z에게 최대한 맞추는 듯 랩-싱잉과 랩을 번갈아가며 곡을 지배하는데, 그 수준이 매우 높은 경지에 도달해있다. JAY Z 역시 그래미를 디스하는 번뜩이는 라인을 집어넣는 등 트랙 내에서 존재감을 뽐낸다. 현실을 기반으로 한 그들의 자기과시 노랫말은 덤이다. 걸출한 두 아티스트가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뽐냈기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따금씩 등장하는 신시사이저와 반복적으로 울리는 하이햇이 Julia Holter의 나레이션과 겹치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I am in love. What can I do?”라고 읊조리는 그녀의 말은 사랑 앞에서 방황하는 이의 속마음을 진실하게 드러낸다. 이후 관악과 현악, 합창이 쌓이며 트랙은 점점 고조되고, “I shall love”라고 반복적으로 들리는 보컬은 그녀의 결론이 확신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본 트랙의 단순한 라인들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가진 복잡함을 숨기지 않는다. 사랑할 때 무엇을 해야 하는가? : 사랑을 해야 한다. 이 순환논증은 지금도 우리를 붙잡고 미래의 어둠 속을 헤쳐 나가는 힘이 된다.

 
 

 
 
 
 
 
 
 

 

  트럼펫과 드럼, 피아노 등이 얼기설기 얽힌 모양새는 그렇게 깔끔하지도, 섬세하지도 않다. Lonnie Holley의 퍼포먼스 역시 음과 멜로디가 있는 ‘보컬’이라기 보단 그저 하나의 울부짖음에 가깝다. 이것이 하나의 음악이고 노래인지, 그저 소음인지에 대한 대답을 잠시 미루더라도,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Lonnie Holley의 그러한 ‘울부짖음’이 진실하게 남는다는 것이다. 선택권이 없이 주어진 자신의 조국이란 이름 아래에 있는 고통스러운 현실은 차라리 그것이 꿈이길 바랄 정도로 비참하다. 반복적으로 새겨지는 “I Woke Up in a Fucked-Up America”라는 처절한 외침은 어쩌면 같은 처지에 선 우리에게 연민을 느끼게 한다.

 
 

 
 
 
 
 
 
 

 

  피부색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 하지만 선택할 수 없었던 결과가 준 가혹함은 세계사를 관통하며 수많은 흑인들에게 고통으로 다가왔다. 본 트랙의 노랫말처럼 모두가 ‘Negro Swan’이 되는 것을 원하지는 않았을 것이기에, 어떤 이들은 자신의 피부색을 원망하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담백한 기타 리프와 신시사이저로 조성된 밝은 무드의 사운드 위에서, Devonté Hynes는 오히려 자신의 숯과 같이 검은 피부색을 긍정하며 받아들인다. “Can you break sometimes?” : 아니, 그럴 수 없다. 하지만 그를 긍정하고 나아간다면, 우리에게도 작은 희망이 찾아오리라. Blood Orange는 본 트랙에서 그러한 단순한 진리를 전한다.

 
 

 
 
 
 
 
 
 

 

  잔뜩 일그러지는 연주와 함께 느린 템포로 가라앉는 멜로디는 ‘슬로-코어’ 장르의 전형이지만, 두 보컬리스트 Alan Sparhawk와 Mimi Parker의 목소리에 리버브와 이펙트를 잔뜩 먹여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듦과 동시에 이질적인 질감을 느낄 수 있게 하였다. 섞일 듯하면서도 끝내 겉도는 두 보컬리스트의 목소리의 합은 권태기에 이르러 모호해진 두 애인의 이야기를 다룬 노랫말과 잘 맞아떨어지는 듯하다. “Always trying to work it out”, 서로가 아닌 자신만을 위한 이 항변은 언제나 슬프게 들리지만, Low는 그러한 슬픔과 우울을 극대화시킨 사운드와 보컬로 우리의 감정을 극대화시켰다.

 
 

 
 
 
 
 
 
 

 

  이미 많은 이들에게 ‘전설’로서 회자되고 있는 Beatles의 멤버 Paul McCartney의 창작욕은 현재까지도 사그라지지 않았고, 본 트랙은 그를 증명한다. 트랙의 수면 위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드럼 아래에서 다른 악기들의 연주가 가지런하게 정렬되고, 그를 수놓는 Paul McCartney의 쭉쭉 뻗어나가는 보컬은 시원하다. 그러면서도 브라스와 피아노를 활용해 중간중간 분위기를 환기하는 센스도 일품이다. 순식간에 사랑에 빠져버리는 Paul McCartney의 솔직 담백한 노랫말은 수려한 멜로디로 트랙 위에 쓰였다. ‘거장’인 그에게 더 이상 증명을 요구할 수는 없다. 다만 Paul McCartney는 스스로 증명해낼 뿐이다.

 
 

 
 
 
 
 
 
 

 

  시작부터 빠른 템포로 분열하는 드럼이 뒤에 낮게 깔리는 코러스와 결합할 때까지만 해도 무엇인가 굉장히 예측 불가능한 트랙이 나오겠다는 기대를 하게 되지만, 뒤이어 반복적으로 되풀이되는 보컬이 트랙의 틀을 잡는다. 하지만 사운드의 힘은 여전히 파괴적으로 남는다. 모든 것을 때려 부술 듯 질주하는 드럼의 밑으로 보컬 멜로디와 조화되지 못하는 신시사이저가 흐르며 이질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고, 우리는 그 위에서 붕 떠 그 흐름에 몸을 맡기는 수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Scorpion can’t hold me back. I cannot breathe, I swear, It’s torture”라는 라인의 노랫말은 사실 Yves Tumor의 개인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그것이 지속적으로 되풀이되며 도리어 우리에게 아무 의미 없는 라인으로서 다가오게 된다. 마지막에는 드럼이 뒤로 후퇴하는 것 같을 정도로 신시사이저와 다른 사운드들의 음량이 올라가며 절정에 치닫는다. 빨려들어가게 된다.

 
 

 
 
 
 
 
 
 

 

  도입부부터 과감하게 울리는 첫 음을 필두로 트랙은 간헐천(* geyser)처럼 터져 나올 준비를 한다. 신시사이저와 지직거리는 노이즈가 초반부에 자리하며 Mitski의 보컬을 더욱 외롭게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베이스가 합류하고, 드럼이 합류하고, 일렉트릭 기타가 합류하며 밴드의 구색을 갖춰 Mitski의 목소리를 함께 보듬는다. “You’re my number one”이라며 조심스럽게 운을 떼는 Mitski의 ‘you’에 대한 감정은 간헐천이 터져 나오듯 풍성해지는 사운드에 맞춰 “I just can’t be without you”이라는 확신으로 나아간다. Mitski가 NPR과의 인터뷰에서 “…which might disappoint listeners because it’s so much more romantic if it was about a person.”이라고 밝혔듯, 그 과정은 절절한 사랑 이야기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감정이 질다. 하지만 본 트랙은 사람 간의 사랑이 아닌 Mitski의 음악에 대한 욕망을 드러낸다. 이토록 엄청난 열정을 가진 아티스트의 작품은 그 결과물이 좋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이전까지 듣던 SOPHIE의 모습이다. 묵직한 베이스가 귀를 계속 때리고, 그 위로 덮이는 이상한 글리치들이 효과음이 되어 우리를 어지럽힌다. 보컬은 기괴하게 변조되어 곳곳에서 알아듣기 힘든 지점들이 산재하지만, “I’m real when I shop my face”라고 읊조리는 나레이션만큼은 분명하게 다가와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드러낸다. 나레이션과 전자음, 코러스가 반복되는 전개는 전자음의 날카로움과 목소리의 담백함을 오가는 괴리 속으로 우리를 이끌고, 그 과정 속에서 긴장감은 점점 상승한다. 하지만 이 순간 갑작스럽게 모든 것이 퇴장하고 나타나는 강한 신시사이저와 Mozart`s Sister의 한껏 감정이 과장된 보컬이 등장하며 이전까지의 흐름이 준 감상을 모조리 지워 없애버린다. 엄청난 당혹감과 함께 정신을 차리지 못할 때쯤 다시 원래의 전개로 회귀하지만, 이미 강렬하게 다가온 소거의 경험은 선명하게 남는다.

 
 

 
 
 
 
 
 
 

 

  메인스트림 랩으로 자리잡게 된 자기과시 가득한 멈블-랩은 자유분방한 장르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상은 또 그렇지 않다. 몽롱하게 꽉 채운 사운드에 발음은 최대한 꼬면서 유려한 플로우를 만들어야하고, 그것이 Playboi Carti처럼 자신만의 고유함으로 나간다면 더욱 좋다. 그러면서 노랫말은 최대한 간지나게, 개쩔게 만드는 것이 의무 아닌 의무다. 그런데 본 트랙은 어딘가 나사가 빠져있다. 실컷 웅얼거리는 Valee와 Jeremih의 랩은 멈블이라 하기엔 너무 또렷하고, 사운드가 꽉 차있지도 않고, 노랫말은 좀 멋이 없다. 명품으로 도배되어야 할 자리에 ‘Walmart’와 ‘Puma’라는 쌩뚱맞은 이름들이 들어가 있는 것은 덤이요, 어떻게 자랑은 하는데 그 80% 이상이 섹스 얘기뿐이냐. 하지만 그냥 지나치기엔 아깝다. 반복되는 베이스와 드럼 위로 하이-햇이라는 변수를 둔 사운드는 매력적이고,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일컬어지는 중독성은 또 잘 챙겼다. 트렌드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본 트랙은 사실 그렇게 ‘트렌디’하게 보이는 것에 관심이 없는 듯 하며, 그래서 본 트랙은 나름의 고유함을 가진다.

 
 

 
 
 
 
 
 
 

 

  2017년 가장 두각을 드러냈던 신인 중 하나였던 Yaeji의 행보는 멈추지 않았다. 그 작법은 작년에 발매된 두 EP와 크게 방향이 다르지 않다. 이펙트를 먹여 미묘한 신비함을 자아내는 Yaeji의 보컬과 최대한 직접적이고 반복적으로 짜여 주술적이라는 느낌까지 주는 노랫말은 여전히 효과적이고, 최소한의 요소들만 사운드로 구현해내는 미니멀리즘은 Yaeji를 철저하게 뒷받침한다. 애인 간의 불화로 힘들었던 기억을 그대로 담은 Yaeji의 노랫말은, 도리어 그녀가 겪었던 고통들을 고통스런 과거, 과거를 다시, 한번만 더라는 라인으로서 그녀의 앞에 다시 불러들인다. 후반부 댄서블한 무드로의 변주와 함께 너 한번만 더 해봐라고 반복적으로 읊는 전개는 그녀가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당당히 마주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그대로 담는다. 본 트랙의 그녀가 그랬듯, 그녀의 음악 역시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

 
 

 
 
 
 
 
 
 

 

  라틴-팝과 트랩의 결합은 지극히 성공적이었다. 육중하게 울리는 808베이스가 존재감을 과시하는 가운데 피아노에서 브라스로, 브라스에서 코러스로 점점 외연을 확장해나가는 라틴 사운드 역시 중책을 기꺼이 떠안았다. 트랩의 클리셰로 여겨지는 플로우들과 타이트한 정공법 사이를 오가며 탁월하게 만들어진 Cardi B의 Verse는 “Now I like dollars, I like diamonds, I like stunting, I like shining”이라 말하며 직접적으로 Cardi B의 위치를 과시한다. Bad Bunny와 J Balvin은 스페인어 노랫말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내며 ‘미국 힙합’이라는 이름과 한 발짝 멀어지고, 영어와 차별화되는 스페인어 특유의 강세와 억양을 잘 살리며 역시 훌륭한 랩을 보여줬다. 앞서 말했듯 Cardi B의 실험은 지극히 성공적이었고, 본 트랙은 우리에게 특별한 감상으로 기억된다.

 
 

 
 
 
 
 
 
 

 

  “One time, circling the block, Lil’ buddy got murdered on the flock”, 가슴 아픈 이 노랫말은 트랙의 분위기를 그대로 드러낸다. 둔탁하게 움직이지만 그렇게 무겁지는 않은 베이스가 통통 튀는 신시사이저와 결합하며 어두운 Vince Staples의 노랫말에 조금의 생동감을 더한다. 거리 위 게토(ghetto)였던 Vince의 모습을 그린 Verse 1과 성공한 이후 Vince의 모습을 담은 Verse 2의 대비는 “Gave a little money to me, now I want more” / “Black and white like old flicks”와 같은 노랫말을 경유하며 더욱 유효해진다. E-40가 “We just wanna have fun, we just (Wanna have fun, what’s happenin’?)”이라 외치는 아웃트로는 흑인이 처한 현실을 쳐다보지 않는 메인스트림 흑인 아티스트를 비꼰다. Verse 1에서 모든 라임을 연결 짓거나, 훅을 보다 캐치하게 짜는 등의 Vince 스스로 그간 하지 않았던 시도에도 도전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상당히 FUN하지만, 역시 그 안에 숨겨진 의미들은 본 트랙이 FUN한 트랙으로 남지만은 않게 한다.

 
 

 
 
 
 
 
 
 

 

  시작부터 반복적으로 들리는 사운드의 리프는 강박적으로 들린다기보다는 우리를 어딘가로 이끄는 것만 같다. Victoria Legrand의 끈적이는 보컬이 우리를 몽롱함에 빠지도록 유도하듯이 말이다. 리프 밑으로 하이햇, 그 위로 신시사이저와 기타 연주, 전자음들이 서서히 등장하며 확장되는 사운드의 층은 Victoria Legrand의 음색과 만나 더욱 그 농도를 더한다. 사운드에서 기대되는 노랫말의 내용과는 달리, 본 트랙은 순수히 ‘섹스 이야기’이다. 하지만 ‘섹스 이야기’라고 해서 성관계를 직접적으로 묘사하거나, 한 쪽의 시선과 감정에 경도되거나 하지는 않는다. 모든 것이 똑같이 흘러가는 일상을 마치고 침대에 누웠는데, 애인이 전등불을 낮추며 분위기를 잡는 경험은 언제나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Victoria Legrand는 바로 그 순간에 초점을 맞춘다. “When you turn the lights down low, Lemon color, honey glow”라는 감각적인 노랫말은 우리가 그녀의 의도대로 노랫말을 읽어 내릴 수 있게 한다.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는 트랙이다.

 
 

 
 
 
 
 
 
 

 

  20년이 넘게 활동해온 Robyn의 관록이 여실히 드러난다. 끊이지 않는 신시사이저와 쿵쿵대는 킥이 번갈아가며 서로의 자리를 차지하다가, 이내 합일을 이루며 서로의 높낮이를 맞춘다. Robyn은 지나간 사랑과 애인에 대한 후회와 그리움을 노랫말로 썼다. Verse에서는 최대한 추상적이고 모호하게, 훅에서는 “There’s this empty space you left behind I’m missing you”라고 말하며 보다 분명하게, 그렇게 적힌 노랫말은 Robyn의 경험을 직접적으로 경유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본 트랙에서의 ‘you’는 트랙을 듣는 모든 이들이 각자의 기억 속에 새겨 넣은 ‘누군가’로 환원된다. 사운드보다 위에서 움직이지만 기교가 거의 없이 담백한 Robyn의 보컬은 그러한 노랫말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여러 가지 장치로 본 트랙은 꽤나 영민하게 돌아간다.

 
 

 
 
 
 
 
 
 

 

  더욱 정치적인 소재에 손을 댔다. Moses Sumney의 장기였던 팔세토 창법을 잠시 접어두고, 본 트랙은 흑인 사회를 위협하는 미국의 경찰력에 대해 통렬하게 비판한다. ‘군대에서의 병사’와 ‘지배층에 대립되는 대중’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진 “Rank & File”을 트랙 전체에서 핵심적 어휘로 끌어올리며 현재 미국의 경찰력이 가진 모순에 대해 통찰함과 동시에, “I paid you to arrest me?”와 같이 미국 흑인들의 세금이 도리어 그들을 탄압하는 경찰력을 공고히 하는 현실을 꼬집는다. 둔탁한 드럼과 함께 반복되는 핑거스냅은 항상 정확한 타이밍에 맞아들어가며 미국 경찰력의 힘을 군대와 같이 강력하게 비유하는 Moses Sumney의 노랫말에 설득력을 더한다. 진성으로 노래하면서 군데군데 자신의 장기였던 팔세토를 뒤섞으며 비명과도 같이 연출한 Moses Sumney의 퍼포먼스는 짜릿하다. 2014년 발생한 ‘마이클 브라운 총격 사건’이 불러일으킨 저항의 움직임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Moses Sumney의 본 트랙을 통해 알 수 있다.

 
 

 
 
 
 
 
 
 

 

  묵직한 베이스와 함께 포문을 여는 본 트랙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사운드의 폭을 넓혀간다. 얇은 신시사이저, 강렬한 드럼, 뒤에 깔리는 변조된 코러스가 점점 모습을 드러내다가 후반부에 이르러 트랙의 상층부로 도약하며 흐름을 손에 넣고, 그 짜임새가 상당히 매력적이다. 그 위로 수놓이는 보컬은 그간 Young Fathers가 구축해왔던 스타일에서 발을 살짝 빼고 보다 친숙한 멜로디로 우리에게 다가오며, 힘을 뺀 랩과의 궁합도 찰떡이다. ‘Delilah’라는 성서의 인물을 차용하며 의도를 추상화했던 노랫말은 다양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들의 가치관을 뚜렷하게 하고, 이는 곧 “In my view, nothing’s ever given away. I believe to advance then you must pay”라는 그들의 확신으로 나아간다. 명확하지 않은 말들 속 솟은 하나의 확신어린 외침은 그들이 인생이라는 여행길에서 얻은 결론일 것이다. 다양한 요소들이 훌륭하게 합을 이루며 멋진 트랙이 탄생하였다.

 
 

 
 
 
 
 
 
 

 

  9분 37초라는 그녀의 커리어에서 가장 긴 러닝타임에 한 번 놀라고, 다시금 본래의 작법으로 회귀한 듯한 그녀의 음악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Lana Del Rey의 노랫말은 사랑에 대한 몽글몽글한 감정을 노래하면서도, 그 안의 <Kiss Kiss Bang Bang>이라는 영화 제목에서 따온 “Signin’ off, bang bang, kiss kiss” 같은 재미있는 라인과 『Fear fun』(* Father John Misty의 앨범 타이틀), 일러스트레이터 Norman Rockwell, 시인 Robert Frost의 시구 “Nothing gold can stay”와 같은 비유적 표현이 노랫말을 어느정도 시적으로 만든다. 트랙의 이야기는 5분이되기 전에 끝나는 듯하지만 아웃트로가 상당히 길다. 일렉트릭 기타 연주로 차분하게 짜인 이전까지의 전개와는 달리 기타 연주 위로 다양한 질감의 전자음들이 흩날리며 색다른 분위기를 조성한다. 전자음들이 퇴장하면서 이윽고 고조된 연주와 Lana Del Rey의 외침이 다시금 트랙을 환기하고, “We’re getting high now, because we’re older”와 같은 다른 어조의 노랫말이 등장한다. 서로 다른 두 개의 트랙이 한데 얽힌 느낌이다. 그 짜임새가 훌륭하니, 그녀의 앨범이 더욱 기다려진다.

 
 

 
 
 
 
 
 
 

 

  “Now, let’s stop running from love Let’s stop running from us”, 이 라인에서 그간 Troye Sivan이 얼마나 큰 고통 속에서 살아왔는지 단적으로 드러난다. 직관적인 킥과 번쩍이는 신시사이저로 밝게 짜인 본 트랙은 표면적으로는 그저 자신이 애인에 대해 가지고 있는 열렬한 사랑을 대변하는 흔한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동성애자인 그의 정체성이 트랙에 직접 개입하여, 노랫말의 표면적인 요소를 걷어내고 본 트랙을 보다 심도 깊은 감정적 고백으로 탈바꿈시킨다. “Living for your every move”라는 말을 노랫말로 적을 정도로 그의 사랑은 진실하였지만, 현실은 그와 같은 영혼들에게 그렇게 녹록하지 못했다. 진실한 그들 자신의 모습을 긍정하기로 다짐한 Troye Sivan의 행보를 응원할 뿐이다.

 
 

 
 
 
 
 
 
 

 

  「Canary Yellow」는 Deafheaven이 추구하는 지향점의 궁극의 형태를 보여준다. 포스트-록의 담백함으로 시작하는데, 록의 문법으로 시작해서 점점 블랙-메탈의 문법으로 나아가는 연주가 상당히 자연스럽다. 그렇게 점점 긴장감이 고조되다 하드하고 수준 높은 연주로 폭발하는 부분은 절로 감탄이 나올 정도다. 그 와중에도 연주에 자연스레 녹아드는 보컬 라인은 일품이다. 하이라이트는 후반부에 다시 포스트-록스러운 무드로 넘어가는 부분인데, 끝났나 싶은 와중에 급격한 변주와 함께 정신없이 몰아치고, 그 구간을 록 스타일의 리프로 처리해 더욱 새롭다. Clarke의 그로울링과 그 뒤에서 울려 퍼지는 합창이 만나는 마지막 구간은 우리에게 전율을 느끼게 된다. 실로 엄청난 곡이다.

 
 

 
 
 
 
 
 
 

 

  영화 <A Star is Born>의 스토리에서도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극중 잭슨 메인과 앨리가 본 트랙을 라이브로 부르는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영화 내에서의 본 트랙의 위치와 감흥을 배제하더라도, 본 트랙은 그 완성도가 상당히 뛰어나다.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 스트링이 단출하게 어우러진 고전적인 사운드 위로 Bradley Cooper와 Lady GaGa의 힘 있는 보컬 퍼포먼스가 인상적이다. 특히 트랙이 후반으로 향해갈수록 그 에너지가 폭발하는 Lady GaGa의 보컬 퍼포먼스는 전율이 인다. ‘Shallow’, 더욱 깊어지는 심연과 마른 땅의 경계를 이루는 얕은 물가 속에서 그들은 용기를 내 빠져나오려 한다. 영화의 내러티브와 깊은 연관이 있는 노랫말이긴 하지만, 그 속에서 그들이 결단을 내리는 모습이 현실을 사는 우리들에게도 깊은 감명을 주지 않았을까. 기어이 빌보드 차트 1위까지 달성한 본 트랙의 힘은 그 진솔함에서 시작했다.

 
 

 
 
 
 
 
 
 

 

  재지한 연주에 들어찬 흥얼거리는 코러스가 따뜻한 바이브를 연출하지만, 사실 본 트랙은 그렇게 따뜻한 트랙은 아니다. “Maybe this the album you listen to in your car”이라고 언급하면서도 그 노랫말은 어쩌면 듣는 이들에게 불편할 내용으로 가득 차있다. 본 트랙에서 Noname은 ‘흑인 여성’으로서 스스로를 정체화하며, “My pussy teachin ninth-grade English, My pussy wrote a thesis on colonialism”이라는 탁월한 라인으로 ‘흑인’으로서 자신의 뿌리를 기억함과 동시에 ‘여성’으로서 여성혐오로 점철된 현실과 힙합씬에 대해 비판한다(* “Mr. Money Man, Mr. Every Day He Got Me, Mr. Wifing Me Down, Mr. Me-Love” / “I know niggas only talk about money and good pussy”). 그러면서 “Really questioning every god, religion, Kanye, bitches”이라는 재치 있는 라인도 숨겨놓았다. 이렇듯 빼곡한 노랫말은 본 트랙을 환상적으로 빛내고, Noname의 말하는 듯 담백한 랩 퍼포먼스는 훌륭한 노랫말을 잘 뒷받침한다. “Y’all really thought a bitch couldn’t rap huh?” : 편견은 본 트랙에서 산산조각이 나고, 1분 35초라는 짧은 러닝타임에도 속에 담긴 메시지는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시작부터 등장하는 Sean(* 디트로이트 출신 래퍼 Big Sean, 2014년 8월부터 2015년 4월까지 Ariana Grande와 교제)이라는 이름에 아마 모두가 당황스러워했을 것이다. 하지만 Ariana Grande는 담담하다. Big Sean을 시작으로 그녀와 교제했던 모든 전 애인 이름을 언급하며 그들이 자신에게 준 가치들에 대해 말한다. 2018년 9월 약물 중독으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Mac Miller에 대한 특별한 헌사도 있다. 이제 그녀는 현재를 직시한다. 이번에 누군가를 새로 사귀었다고 말하며 “But this one gon’ last, ‘Cause her name is Ari”라고 그를 소개한다. 그녀는 이제 자신과 마주한다. 남성들에게 받았던 사랑과 고통, 그리고 인내. 이 모든 것들을 거쳐 그녀는 현재 위에 서 있는 한 명의 여성으로서 과거를 노래한다. 그래서 본 트랙은, 어느 정도 절제된 사운드와 그녀의 보컬 퍼포먼스로 이루어졌지만, 그 어느 노래보다도 강렬하고 웅장하다.

 
 

 
 
 
 
 
 
 

 

  성 노동은 과연 언제까지 부끄러운 일이어야만 하는가? 성 노동에 대해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Christine and the Queens의 본 트랙은 해결하지 못한 질문에 대한 실마리가 된다. 단출한 신시사이저와 드럼의 앞으로 피아노가 합류하는 정통적인 사운드 위로, 그녀는 본 트랙에서 성 노동에 대한 어떠한 가치 판단을 미뤄둔다. 다만 “Kneeling down for all they cared”, “Some of us just had to fight. For even being looked at right”와 같은 라인들로 성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과 생업을 유지하기 위한 그들 간의 싸움, 권리를 인정받기 위한 그들 밖의 세계와의 전쟁에 대해 묘사할 뿐이다. 하지만 “I grieve by dying every night baby”와 같은 라인에서 그녀는 비통해하고(* 본 라인에서의 ‘죽음’은 Chris의 모국어인 프랑스어로 ‘la mort’다. 그리고 거기에 ‘작은’을 의미하는 단어가 붙은 ‘la petite mort’는 ‘오르가즘’이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Prove them wrong when you get 5 dollars”와 같은 라인으로 성 노동자들을 응원하기도 한다. 성 노동자들이 매일같이 ‘작은 죽음’을 연기하고 받는 돈은 “5 dollars”, 성 노동은 과연 부끄러운 일이어야만 하는가.

 
 

 
 
 
 
 
 
 

 

  각기 다른 트랙들을 이리저리 이어 붙여서 만든 듯한 본 트랙의 사운드는 우리에게 방심할 틈을 주지 않는다. 재미있는 것은 각 사운드들의 전환이 어떠한 장치를 통해 매끄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이지러진 귀퉁이를 서둘러 다른 조각으로 틀어막듯 급작스럽게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신시사이저가 강조된 인트로 파트, 킥과 하이햇이 강조된 트랩 비트를 보여주는 두 번째 파트, 두 번째의 무드를 이어가면서도 미디 연주를 깔면서 보다 유연함을 추구한 세 번째와 갑자기 모든 것이 일그러지며 낮게 깔려버리는 마지막 파트까지, 각 파트들의 매력도 제법이다. Travis Scott은 박자감이 잘 드러나는 랩으로 성공한 스스로를 과시하지만, 그 와중에 2006년 사망한 Houston 래퍼 Big Hawk의 목소리를 샘플로 사용하며 Houston에 대한 사랑을 드러낸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티스트 Drake가 피처링으로 참여하니 Travis Scott이 더욱 빛난다. 트랙에서 성공한 Houston 아티스트가 드러내는 자신감이 보기 좋게 넘쳐흐른다.

 
 

 
 
 
 
 
 
 

 

  “You’re deadly, you’re heavenly”, 아아, 이 얼마나 절실한 그리움인가. 그리움을 담은 외침은 우리의 가슴을 찌르고 들어간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Who are you?”라고 묻는 목소리는 그 절실한 그리움의 대상을 소거해버린다. 확실히 본 트랙의 화자는 열병(infatuation)을 앓고 있다. 어린아이의 옹알이처럼 들리는 샘플과 절제된 피아노 노트가 한껏 뒤틀린 Mozart`s Sister의 보컬과 만나며, 열병의 징조인 듯이 몽롱한 기운을 발산한다. 이윽고 패드 드럼이 들어서고 Mozart`s Sister의 목소리는 점점 분명해지며 그 소리를 높인다. 전자 기타 연주와 함께 트랙은 끝까지 올라가며, 뜨거운 소리의 요동침에 휩쓸려 그들과 같이 끓어오를 수 밖에 없다. 확실히 본 트랙의 화자는 열병을 앓고 있다. 우리가 열병을 앓고 있는 음악을 들을 때, 항상 그들이 열병에 걸린 이유를 알고자 했다. 그렇게 본 트랙에도 다가왔던 우리를 SOPHIE는 자신이 걸린 열병 속으로 인도한다. 그녀와 같이 열이 끓어오르는 체험을 하며, 그녀의 그리움이 가진 고통과 함께 우리 자신의 열병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본 트랙은 가슴 한편을 저릿하게 한다. 트랙 내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Who are you?, out there, I wanna know”, 이 노랫말로 그녀가 궁금해하는 것은 그녀의 누군가가 아닌, 그녀의 세계에 전시될 우리의 기억이다.

 
 

 
 
 
 
 
 
 

 

  누군가는 본 트랙을 듣고 기겁을 하며 음악을 꺼버릴 수도 있고, 어쩌면 엄청난 당혹감이 밀려오는 나머지 음악을 끄는 것 마저 잊어버린 채 그저 흘러가게 놔둘 수도 있다. 본 트랙은 그런 트랙이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자신의 성욕과 ‘섹스’만을 탐닉하는 노랫말을 담은 트랙이 실로 얼마만인가? 노랫말의 첫 라인부터 우리를 아연실색하게 한다. “I thought I came but I peed on the dick”, 오줌을 어디에 싼다고? 충격적인 첫 라인을 시작으로 CupcakKe은 끝없이 자신의 성적인 매력과 ‘섹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녀는 ‘섹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스스로를 당당하게 내세운다. 자신의 성기가 얼마나 매력적인지에 대해서, 자신을 상대하는 남근이 실은 얼마나 우스운 것인지에 대해서, 자신의 ‘테크닉’이 얼마나 죽여주는지에 대해 말하는 그녀의 ‘섹스’이야기는 이성 간의 성관계에 갖춰진 위계를 뒤집는다. 그간 우리에게 익숙했던 ‘섹스’에 대한 음악의 스탠스는 남성적 시선으로 여성의 몸을 탐닉하는 위계가 지배했었다. 하지만 CupcakKe은 스스로의 성기를 당당히 내세우며, “This pussy is a vendin’ machine, vendin’ machine.”이라는 노랫말로 도리어 자신과 함께할 남근을 주체적으로 선택한다. 자신의 힘으로 여성의 성기를 깔아뭉갰던 남근들로 CupcakKe은 ‘Duck Duck Goose’ 놀이를 한다. 놀이는 계속돼야만 한다.

 
 

 
 
 
 
 
 
 

 

  피처링에 Tyler, the Creator, 그리고 무려 Boosty Collins라니, 주목하지 아니할 수 없다. 하지만 본 트랙의 주인공 Kali Uchis가 오히려 빛난다. 감각적인 베이스와 드럼, 이펙트 가득히 머금고 흐드러지는 키보드가 고른 비옥한 땅 위에 씨를 뿌린 건 Kali Uchis의 목소리다. 간드러지는 음색과 수려한 멜로디는 사운드 위를 흘러내리며 트랙의 따뜻한 바이브를 주도적으로 만들어낸다. Kali Uchis가 뿌린 씨앗을 따뜻하게 품으며 잘 자라게 하는 것은 그녀의 노랫말이다. 그녀는 누군가에게, 아니 누구나에게 있을 어두운 기억 혹은 현재에 대해 그린다. 하는 일은 언제나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고, 괜스레 상처받는 일들이 늘어만 가고, 타인과 불화를 만들까 관계에 있어 스스로를 숨기고, 때로는 사소하게, 때로는 거대하게, 그렇게 우리는 스스로가 알게 모르게 우리의 나무에 어둠을 하나씩 달아 놓는다. Kali Uchis는 우리 자신만 가지고 있는 것 같았던 어둠들을 모두가 그렇다고 말하며 끌어 올린다. “I know times are rough. But winners don’t quit, so don’t you give up. The sun’ll come out”, 태양이 떠오를 것이라는 그녀의 노랫말은 우리의 어둠을 걷어내고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심어준다. 직접적으로 희망을 설파하진 않지만, “’Cause I’m the hottest flower boy that popped up on the scene”이라며 성공한 자신의 모습을 따라오라는 듯 손을 내미는 Tyler, the Creator의 노랫말도 매력적이다. 폭풍 뒤에 날이 밝듯, 본 트랙이 뿌리고 가꾼 씨앗은 이내 달콤한 과실이 되어 우리에게 긍정을 선사한다.

 
 

 
 
 
 
 
 
 

 

  ‘Honey’라는 단어가 가진 달콤함은 우리의 사랑을 말한다. 흔히들 자신의 애인을 부르는 애칭으로 ‘Honey’를 사용하듯, 지금까지의 많은 사랑 노래에서 ‘Honey’는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로 쓰였다. 사랑하는 대상이 주는 기쁨은 꿀과 같이 달콤하기에 그럴 것이다. 하지만 Robyn의 본 트랙은 ‘Honey’가 가진 정형화된 쓰임새를 조금 다른 의미로 뒤집는다. 에메랄드처럼 반짝이는 “Every colour and every taste”, 그것은 그저 달콤한 기쁨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Robyn이 “Won’t you get me right where the hurt is?”라고 말하듯, 사랑은 그저 달콤하고 예쁜 의미만은 아니다. 대상이 가진 예쁜 면면부터 그에 가려진 추함,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삐걱대는 아픔까지 모두 품에 안는 말일 것이다. 달콤함의 대명사로 알려진 꿀이 사실은 쌉싸름한 맛까지 가지고 있듯 말이다. 그래서 그녀는 “I`m your honey”와 같은 뻔한 말을 하지 않는다. 아름답게 치장된 말 속에 숨겨진 아픔을 직시하며, “Come get your honey”라고 말할 뿐이다. “No, you’re not gonna get what you need. But baby, I have what you want” 같은 도발적인 고백도 그러한 점에서부터 나온다. 트랙 자체는 멋들어지게 짜인 신스-팝이지만, 그렇게 자주 쓰이는 작법을 사용하면서 Robyn은 조심스레 우리의 고정관념을 뒤집었다.

 
 

 
 
 
 
 
 
 

 

  아기 형상을 한 채 신을 보좌하고, 십계명을 담은 언약궤를 수호하는 천상의 존재. 우리에게 cherubim은 그렇게 기억되고 있다. 종교적으로 신은 우리에게 무한한 사랑을 선사하고, 그 사랑은 언제나 필멸자의 믿음으로 전제되는 등가교환의 선물이다. 하지만 믿음을 저버리고 그 사랑을 배반한다면, 질투하는 신은 우리에게 무시무시한 재앙을 내린다. 최초의 인류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베어 물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날 때, cherubim은 화염칼로 무장한 채 그들이 돌아오지 못하게 막았다. 사랑을 주다가도 깨어지면 그 즉시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벌을 내리는 조금은 이상한 역학 관계, serpentwithfeet는 본 트랙에서 감히 그러한 신의 사랑을 그리고자 했다. “Boy, as I build your throne”이라 말하며 대상에게 스스로의 일생을 바친다. 너를 사랑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면서도 “Anything else is a weak curse, oh”라는 살벌한 경고까지 더한다. 하지만 정작 serpentwithfeet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사랑의 대상이 그를 지우는 것이다(“Boy, don’t take your weight from me. Don’t remove these moons from my chest”). 서로가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는 신과 인간의 관계, 그렇기에 본 트랙의 이야기는 조금 이상하다. 강렬한 비트와 성스러운 가스펠 코러스로 만들어진 웅장한 사운드는 지극히 종교적이고 극적이며, 그 위를 수놓는 serpentwithfeet의 보컬은 실로 엄청나다. 낱말들에 부여된 음들을 쥐어짜내며 정석적인 멜로디 메이킹을 벗어나는 그의 퍼포먼스는 독창적이다 못해 독보적이기까지 하다. 압도적으로 현신하며 자신의 사랑을 노래하는 serpentwithfeet의 목소리는, cherubim의 노래가 되어 우리를 엎드리게 한다.

 
 

 
 
 
 
 
 
 

 

  Drake라는 이름이 가진 무게감은 이미 모든 이들이 알고 있지만, 본 트랙의 무게는 2018년을 강타했다. 전 세계에서 2018년의 SNS의 흐름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이른바 ‘In My Feelings Challenge’가 얼마나 핫한 유행이었는지를 떠올릴 것이다. “KiKi, Do you love me?”라는 노랫말이 나오면, 그에 맞춰 도로 위에서 하트를 날리고 운전하는 포즈를 취하며 춤을 추는 이 챌린지는 각국의 ‘셀럽’들까지 따라하는 전 세계적인 유행이 되었다. 10주 동안이나 빌보드 1위를 지켰다는 사실이나, 한 주 동안 1억 번이 넘게 스트리밍 된 기록 등은 본 트랙이 얼마나 인기가 많았는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러한 인기에 가려지기엔 본 트랙의 완성도도 상당하다. 뉴올리언스 스타일의 바운스 스타일의 빠른 템포의 드럼과 몽롱한 신시사이저가 트랙을 적당히 댄서블하게 만들면서도 멜랑콜리한 감성을 어루만진다. 중반부터 들어서는 스크래치와 드라마에서 따온 샘플, 이윽고 그에 맞춰 “Bring that ass-”라고 읊조리는 변조된 Drake의 보컬은 트랙을 한 번 뒤집는다. “Say you’ll never ever leave from beside me”라며 ‘영원한 자신의 편’을 갈구하는 Drake의 노랫말은 Pusha T와의 비프를 떠올리게 하며 트랙을 더욱 가라앉힌다. 본 트랙과 그 주위를 둘러싼 외적인 것들이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며 트랙의 가치를 더욱 끌어올린다. 상당히 재밌다. 솔직히 난 아직까지는 본 트랙 같은 작품이 진실로 가치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그를 무작정 부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본 트랙이 SOPHIE의 앨범 『OIL OF EVERY PEARL`s UN-INSIDE』에서 가지는 위치를 놓고 본다면, 본 트랙은 그간 구축되어온 SOPHIE라는 이름과 작별하는 순간을 담았다고 할 수 있다. 그 동안 SOPHIE의 음악에서 가장 먼저 기억되는 것은 금속풍의 노이즈, 웡키 풍의 강렬한 베이스 등이었지만, 본 트랙에서는 아예 드럼, 킥, 베이스, 노이즈가 배제되고 그저 트랜스 풍의 신시사이저만이 점점 치고 나올 뿐이다. “I’m freezing, I’m burning, I’ve left my home”, 극과 극을 오가며 안정적이었던 적이 없는 감정의 고통을 외치는 Mozart`s Sister의 목소리와 신시사이저가 만나며 우리를 환상으로 인도한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한 “Is it cold in the water?”라는 절규가 반복되는 와중에도, 신시사이저는 뒤로 물러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존재감을 더욱 과시하며 하늘 위로 치솟는다. 그러다 중간에 높게 쌓였던 신시사이저가 뚝 끊겨버리고, 이 때 우리는 그와 같이 하늘 위에서 물속으로 추락하게 된다. 하늘 위로 올라갔다가도 물속으로 빠져버리고, 다시 하늘 위로 올라갔다가 물속으로 침잠해 들어간다. SOPHIE는 본 트랙으로서 그러한 그녀 자신의 두려움과 고통 속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Is it cold in the water?”, 물속의 온도를 묻는 이 말은 우리에게 자살을 암시한다. 하지만 어째서 그래야 할까? 그녀의 삶은 이미 물속 어딘가에 있다. 그를 체험하는 것은 가슴 속에 물이 들어차는 것처럼 아프다.

 
 

 
 
 
 
 
 
 

 

  “You are hiding a child, let that boy come home”, Drake에게 숨겨둔 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드러낸 이 라인이 얼마나 강력했는지는 모두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라인을 제외하고 생각해봐도, 본 트랙은 말 그대로 ‘디스-랩’의 정수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Drake에게 주로 따라다녔던 대필 논란을 Verse의 첫 라인부터 차치하겠다 말하면서 판을 설계함과 동시에 듣는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Your music for the past few years been angry and full of lies”라는 라인으로 Drake의 음악을 부정하기도 하고, “Your father walked away at five, hell of a dad thing. Marriage is somethin’ that Sandi never had, Drake”라는 라인으로 가족을 건드리더니 Drake가 자신의 약혼녀와 Kanye West를 자신과 같이 공격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가족을 공격하는 라인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Confused, always thought you weren’t Black enough”은 효과적이면서도 동시에 흑인 음악에서 요구되는 정통성을 들어올린다. 앞서 언급했듯 Drake의 혼외자식과 그 엄마를 공개한 그의 라인은 파괴적이었고, 여러 면모에서 Drake를 디스하면서도 “Yeah, DAYTONA, Album of the motherfuckin’ year”라며 자신의 음악이 얼마나 훌륭한지를 말한다. 이러한 자신감은 탄탄했던 Pusha T의 커리어와 본 트랙에서 보여준 그의 엄청난 랩 퍼포먼스에 기반을 둔다. 비록 타인을 공개적으로 조롱하는 디스 트랙이 얼마나 큰 가치를 가질 수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이도 있겠지만, 적어도 2018년에 파괴적인 본 트랙이 불러일으킨 파급력이 얼마나 컸는지를 생각해보면 그 의문은 잠시 접어두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Golden Hour』는 Kacey Musgraves의 커리어 사상 가장 긍정적이고 따뜻한 앨범이지만, 그렇다고 Kacey Musgraves가 자신의 음악에서 특기처럼 보여주었던 시크한 조소를 잊으면 안 된다. “You’re classic in the wrong way”라고 비꼬는 노랫말부터 해서 “So, why don’t you giddy up, giddy up, and ride straight out of this town”라고 직접적으로 쏘아대기까지 한다(* giddy up : 이랴!). 시종일관 고상한 척 하고 오만한 이를 지칭하는 단어 ‘High Horse’에서 착안해 마치 카우보이와 같이 대상을 이야기하는 재치 있는 비유도 일품이다. 듣기에는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는 댄서블한 팝 사운드지만 트랙 전체를 장악하는 어쿠스틱 기타 연주는 컨트리, 그것도 로커빌리 스타일의 컨트리와 강한 연결고리를 가진다. 잔뜩 경직된 장르인 컨트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도발적인 시도이지만, 사실 모든 것은 Kacey Musgraves의 의도 아래에 있다. 트랙의 첫 라인이 “Oh, I bet you think you’re John Wayne”, 컨트리가 좋아하는 남성상인 서부극의 카우보이를, 그것도 과거의 전설 John Wayne을 소환한데는 다 이유가 있다. 본 트랙은 정통 컨트리에 대해 철저하게 이단이었던 Kacey Musgraves가 벌인 대단한 실험 중 하나다. 비록 정통파 컨트리 장르 리스너들에겐 아니꼬울 수 있을 트랙일 수 있지만, Kacey는 그들에게 시크하고 멋있게 비웃음을 던진다.

 
 

 
 
 
 
 
 
 

 

  보다 직관적인 단어를 던지며 듣는 이들에게 확실한 각인을 심어놓는 것이 그의 랩이 다루는 주제에 있어 보다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겠지만, 그럼에도 Pusha T는 “If you know, you know”라는 애매한 말로 그를 대신한다. 대체 무엇을 우리가 알 때 알 수 있다는 말인가? 그 의문에 채 깊이 빠지기 전에 Kanye West의 경탄스러운 프로듀싱은 우리의 귀를 단번에 사로잡는다. 밴드 Air의 「Twelve O’Clock Satanial」의 보컬과 신시사이저를 샘플로 따와 그를 피치-업 시켜 반복시킨 매력적인 사운드는 이미 수백 번도 더 증명된 Kanye West의 타고난 감각을 우리에게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그 비트 위로 Pusha T는 성공한 힙합 아티스트와 마약상이라는 두 가지 정체성을 드러내며 말을 굴린다. “A rapper turned trapper can’t morph into us. But a trapper turned rapper can morph into Puff”와 같은 직설적인 라인은 대표적이다. 동시에 그가 마약을 굴리며 겪었던 여러 경험들이 그의 랩에 어절을 더한다. “A fraternity of drug dealers ringin’ off, I just happen to be alumni”, “The trap door’s supposed to be awkward”, “You ever been hit with the water weight, then had to wait? Do you war or wait?”와 같은 라인들이 그러한데, 이 경험들은 생생하게 우리에게 다가온다기보다는 “그랬었지-” 정도의 애매한 화술로 다가온다. 하지만 상관없는 것 같다, 애초에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각인시키려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트랙 전체에 반복적으로 울리는 “If you know, you know”라인이 말해주듯, 우리가 마약에 빠진 삶을 잘 알고 있다면, 그의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잘 알게 될 수밖에 없다.

 
 

 
 
 
 
 
 
 

 

  발매된 이후 시간이 이쯤 지났으면 본고가 다뤄야할 주제는 정해져있는 듯하다. 본 트랙은 정말로 페미니즘 메시지를 함의하는가라는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God is a woman’ : ‘신은 여성이다’라는 한 라인이 불러일으킨 파급효과는 리스너들 사이의 크고 작은 논쟁으로 번졌다. “You’ll believe God is a woman”, 단순히 트랙 내의 노랫말들과 이 라인을 텍스트로서 놓고 본다면 ‘God is a woman’은 그저 비유다. 텍스트로 볼 때, 트랙 내에서 여성과 남성은 진득한 사랑을 나누고, “And I, I feel it after midnight, a feeling that you can’t fight”이라는 섹스를 암시하는 라인이 문제적 라인 바로 전에 드러난다. 마치 ‘God is a woman’이라는 라인이 Ariana Grande가 너무 ‘잘해서’, 상대에게 육체적 쾌락을 넘어선 영적인 믿음까지 주게 될 것이라는 비유처럼 보이게 한다. 하지만 단순히 그렇게만 짚고 넘어가기엔 무리가 있다. 감각적인 기타 리프에 이어서 트랩 베이스의 도래하는 본 트랙의 사운드는 그 전환이 놀라울 정도로 자연스럽다. 하지만 절정은 마지막 순간에 찾아온다. Ariana가 마지막 훅을 외칠 때, 그 위로 Ariana의 현란한 애드-립이 덧씌워지며 여성 콰이어들의 합창이 우리를 찾아온다. Ariana와 그들은 한목소리로 외친다. “You’ll believe God is a woman”이라고 말이다. 이 순간 본 트랙의 텍스트는 Ariana Grande의 것이 아닌 여성 모두의 것으로 환원된다. 사랑함에 있어 주체적으로 상대를 대하는 여성들의 모습은 매우 당당하다. 그래서 본 트랙은 정말로 페미니즘 메시지를 함의하는가? 이에 확답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을 것 같다. 본 트랙이 끝났을 때, 우리는 “God is a woman”이라는 말을 비로소 이해하게 될 테니까.

 
 

 
 
 
 
 
 
 

 

  핑거스냅과 전자음이 그루브를 만드는 초반부를 지나 신시사이저가 들어서며 첫 번째 훅까지의 사운드를 채우고, 이어서 전자 기타 연주와 활발해진 Janelle Monáe의 추임새가 흥을 돋운다. 가상 악기와 리얼 세션이 번갈아가며 트랙을 꾸미다가, 폭발하는 후반부에 이르러 모든 요소들이 어우러지며 더욱 강한 시너지를 보인다. 그러면서도 중간중간에 템포를 끊어버리며 듣는 이를 지배하는 탁월한 완급 조절도 일품이다. 그렇게 상당히 매력적으로 뽑힌 사운드에는 그녀의 음악적 스승이었던 Prince의 영향력이 아직까지 깊숙이 남아있는 듯하다. “So good, so good, so fucking real”이라고 연달아 외치며 열렬히 구애하는 Janelle Monáe의 노랫말은 얼핏 보면 흔하다고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유사한 텍스트 위에서 우리는 범성애자(凡性愛子)라는 Janelle Monáe의 젠더-블라인드 스탠스를 떠올리게 된다. 어느 날 우리가 남들과는 다르고, 그 다름이 타인에게 이상함을 넘어 배척과 폐기까지 나아가는 개념 안에 있다면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할까? 아마 많은 이들이 혼란스러운 와중에 사실을 직시하기 어려워하겠지만, 그녀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더욱 당당하게 일관한다. “All of the feelings that I’ve got for you can’t be explained, but I can try for you”라고 말하며 대상에게 다가가는 그녀의 모습은 저돌적이고, “That you’ve got the answers to my confessions”라며 확신을 가지는 그녀의 태도는 우리가 그녀에게 존경을 표하게 한다. 쫀득하게 달라붙는 프로덕션 위에서 노니는 Janelle Monáe의 시원한 보컬 역시 그렇다. 정말로 더할 나위 없이 좋다. So good, so good, so fucking real!

 
 

 
 
 
 
 
 
 

 

  록은 현대 음악사 전체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위상을 가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다양한 장르와 융화하며 그 형태를 바꿔왔다. 현대 대부분의 록 음악에 전자음이나 신시사이저와 같은 가상적 사운드들이 자리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선 추후 Snail Mail의 앨범 『Lush』를 다룰 때도 이야기하겠지만, 어쨌든 본 트랙은 90년대에 횡행했던 록 음악의 방향성을 추구하는 Lindsey Jordan의 음악적 색깔을 그대로 드러낸다. 도입부의 담백한 기타 리프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본 트랙의 연주는 어떠한 첨가물도 없이 트랙의 끝까지 그 정체를 이어간다. 이 꽉 차 있는 강직한 사운드는 Lindsey Jordan의 과하지 않은 보컬과 어우러지며 그때 그 시절의 감성을 고스란히 리바이벌한다. 노랫말에는 1999년생의 Lindsey Jordan이 10대의 마지막과 20대의 시작을 동시에 맞이하며 너울지는 감정이 담겼다. “Pristine, untraced by the world outside you”라고 시작부터 밝히듯, 아직 세상의 때가 타지 않은 자신에 대해서 밝히고, 동시에 앞으로 그녀에게 타게 될 때들에 대해서 두려워한다. 이제 점점 물들게 될 것이라는 것을 그녀 자신이 더욱 잘 알고 있고, 그렇기에 그녀는 앞으로 관계하게 될 타인들, 심지어 이미 관계하고 있는 친구들이라 해도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Don’t you like me for me? Is there any better feeling than coming clean?”과 같은 영민한 라인이 그녀가 가진 고뇌를 잘 드러낸다. 어쩌면 누구나 한번쯤은 했을, 혹은 지금도 하고 있을 그녀의 고뇌는 그녀의 연령대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함이 있고, 그렇기에 본 트랙은 많은 10대들이 참고할 만한 지침서가 된다.

 
 

 
 
 
 
 
 
 

 

  「MALAMENTE (Cap 1 : Augurio)」, 대략 한국어로 「나쁘게(내지는 좋지 않게) (챕터 1 : 전조)」 정도로 이해하면 수월할 것이다. 스페인어로 가득 찬 노랫말은 영어의 식민지화가 완료된 우리의 귀에 너무나 미끄럽고, 그렇기에 본 트랙에 대한 이해는 어려울 것이 자명하다. 하지만 본 트랙은 그 어려움을 하나씩 해결하며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낸다. 특히 Rosalía의 보컬 퍼포먼스는 미지의 영역을 헤치는 우리에게 길잡이별이 된다. 때로는 본래의 톤으로 그렁그렁하게, 때로는 톤을 한껏 낮춰서 더욱 불길하게, 때로는 감정을 쥐어짜며 애처롭게 노래를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는 우리가 언어를 알아듣지 못해도 트랙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알기 쉽게 풀어준다. 그 속에 담긴 Flamenca에서 영감을 받은 노랫말 역시 아름답게 수놓인다. “Ese cristalito roto, yo sentí como crujía”(깨져버린 크리스탈, 난 어떻게 깨졌는지 느껴버렸네)와 같은 감각적인 라인으로 감정을 드러내고, “Me lo dijo esa gitana (¿Qué?), mejor no salir a verla (No)”(집시여인이 말하기를, 그녀를 보지 않는 것이 좋다네)과 같은 라인에서 신비로움을 더하기도 한다. 플라멩코 리듬을 현대적으로 변용해 다양한 장르들과 융화시킨 프로덕션의 전개 역시 그러한 방향으로 매혹적이게 나아간다. “Malamente”하다고 스스로를 정의하는 그녀는 오로지 자신의 “la mente”(마음)를 위한다.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 “No voy a perder ni un minuto en volver a pensarte”(다시는 그대 생각을 하며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라네)라고 다짐하는 Rosalía의 모습은 너무도 강직하고, 주체적이다.

 
 

 
 
 
 
 
 
 

 

  수놓이는 밝은 신시사이저의 향연은 댄스홀과 디스코-팝 그 어딘가 쯤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고고하게 울리는 피아노 연주는 밝은 트랙 속 잠재된 우울함을 꺼내온다. Mitski의 본 트랙은 그녀의 우울하고 외로웠던 과거 속에서 유영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 우울함을 보여주면서도 그 감정에 매몰되지 않는다. 자신과 함께 할 사람을 원하지만 이는 사랑하는 대상에게 하는 사랑 고백처럼 열렬하지 않고, 그저 전봇대에 붙어 바람에 떨어지기 직전의 구인광고처럼 쓸쓸하게 전시될 뿐이다. 외로움에 갈증을 느끼면서도, 이미 많은 상처를 안고 자란 그녀는 자신을 위할 사람이 그 누구도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녀 자신이 “And I don’t want your pity, I just want somebody near me And I know no one will save me, I just need someone to kiss”라고 말하듯이 말이다. 때문에 그녀가 덤덤하게 말하는 “I’ve been big and small and big and small and big and small again”이라는 경험은 그녀가 살을 찌웠다 뺐다를 반복할 정도로 관심을 갈구해도 누구도 그녀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사실로 나아가며 슬픔을 자극한다. 결국 그녀는 이제 모든 것이 괜찮다고 말한다. 그녀가 함께할 이를 찾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까지도 여전히 그녀의 곁에는 “Nobody”,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이 순간 구인광고인 줄 알았던 그녀의 이야기는 도리어 모두와 선을 긋는 그녀만의 방어기제로 바뀌며, 그 벽은 너무나 순수하기에 더욱 아프다. “Venus, planet of love, was destroyed by global warming”, 그녀가 말하듯, 사람으로 인해 입은 상처가 언제쯤 회복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많은 이들이 남몰래 가지고 있을 두려움, 그래서 우리는 그녀의 본 트랙이 지금까지도 쓰라리다.

 
 

 
 
 
 
 
 
 

 

  같은 앨범의 트랙 「In My Feelings」와 그 흐름이 상당히 유사하다. 뉴올리언스 스타일의 바운스를 차용한 빠른 템포의 드럼과 중반부터 이루어지는 현란한 브레이크가 그렇다. 하지만 트랙의 배경을 전체적으로 채우는 Lauryn Hill의 「Ex-Factor」를 빠르게 매쉬-업한 샘플이 본 트랙을 「In My Feelings」와 다른 무드로 나아가게 한다. 트랙을 가득 채운 여성의 목소리에 맞춰 Drake가 평소 그의 음악처럼 여성을 ‘탐닉’하는 노랫말을 썼다면 본 트랙에 대한 나의 평가는 달라졌겠지만, 본 트랙에서의 그는 여성을 순수하게 ‘응원’한다. 웹진 [weiv]의 정구원 비평가는 이러한 본 트랙의 스탠스에 대해 “왜 드레이크가 이번 트랙에서 찬사를 바치는 여성은 8시부터 5시까지의 풀타임 정규직 여성에 한정될까? … 페미니즘과 큰 관련이 없었던 남성 팝 스타가 여성에 대한 찬사를 전유해 여성 아티스트에게 돌아갈 주목을 분산시킨다는 점에서, 그리고 차별에 대한 분노 및 연대 대신 찬가라는 ‘안전한’ 영역에 여전히 머물러 있다 …”라고 말하며 비판한 바 있다. 이러한 그의 의문에 나 역시 어느 정도 동의하지만, 나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본 트랙의 가치를 찾고자 한다. “That’s a real one, in your reflection”이라 말하는 Drake의 목소리는 언제나 여성들이 ‘Nice’해야만 했던 다른 남성 아티스트들의 노랫말을 부수고, “I understand, you gotta hunnid bands, you got a baby Benz”“Work at 8am, finish around five”라는 공존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두 라인을 한데 묶으며 유형화하는 시도를 통해 응원의 대상을 ‘모든’ 여성들로 확대한다. “Saturday, call the girls, get em gassed up. Gotta hit the club, gotta make that ass jump”이라고 말하며 여성에게 요구되는 엄격함을 뒤집어버리기도 한다. 이러한 노랫말들이 도리어 본 트랙에서 Drake가 상당히 조심스럽다고 여겨지게까지 한다. 여성의 삶을 살아볼 수 없는 남성들의 섣부른 말은 그 자체로 ‘맨스플레인’이기에, 그의 조심성은 트랙에서 영민하게 돌아간다. 본 트랙이 여성주의의 외침에 편승하려는 영악한 수법이라고 평하는 이들도 여전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자, 지금껏 블랙 뮤직에서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남성 아티스트들에게 ‘소비’되어왔는가? 그 현실을 직시하고 있자니, 본 트랙이 더욱 빛나는 것만 같다.

 
 

 
 
 
 
 
 
 

 

  밑바닥에서부터 보글거리며 끓어오르는 신시사이저가 분위기를 시작부터 점점 들뜨게 하더니, 이내 The 1975의 보컬 Matthew Healy의 절규가 모든 것을 뒤바꾼다. 현대 사회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들을 총집합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의 노랫말은 너무나도 적나라하다. 마약이 퍼지고 있고(“We’re fucking in a car, shooting heroin”), 인종차별이 만연하며(“Selling melanin and then suffocate the black men”), 삶의 필수가 된 인터넷은 도리어 우리를 진실로부터 멀어지게 한다(“Access all the applications that are hardening positions based on miscommunication Truth is only hearsay”). 세계화는 수많은 난민들을 만들었고 그들은 여전히 고통 받고 있으며(“A beach of drowning three-year olds”, “Kneeling on a pitch “I moved on her like a bitch!””), 이 문제들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기는커녕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동시에 The 1975는 더욱 정치적으로 나아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Thank you Kanye, very cool!””라고 트위터에 언급한 일을 노랫말로 적어 Kanye West의 정치색에 유감을 표하고 트럼프를 비꼬기도 한다. 여러 면에서 더럽게 얼룩져있는 현대 사회, 대체 우리는 어떻게 이 상황을 헤쳐 나가야할까? The 1975는 여러 문제들을 늘어놓아 우리를 심각하게 만들었음에도, 그를 타개한 대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저 “And I’d love it if we made it”, ‘우리가 만든 것은 우리가 사랑해야한다’고 말하며 대책을 갈구하는 이들에게 비웃음을 날릴 뿐이다. 확실히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현대 사회를 되돌려놓으려고 하는 행위는 어리석은 짓일지 모른다. 우리는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과연 혐오를 그만둘 수 있는가? 우리가 과연 인터넷을 내려놓을 수 있는가? 우리가 범죄도, 전쟁도 없는 진실한 평화를 이루어낼 수 있는가? 너무 멀리 와버렸다. 그래서 우리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 “Modernity has failed us”, 현대성이 우리를 끝내 무너뜨렸다고.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1초씩 미래로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 ‘1초’라는 단어가 가지는 무게감은 많이 달라졌다. 인류의 발전은 가속을 넘어서 그야말로 폭주하고 있는 상태고, 21세기에 접어든 지 채 20년도 되지 않았지만 이미 기술발전의 레벨은 20세기 전체를 아득히 뛰어넘었다. 고도화, 첨단화된 기계와 인공지능이 우리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보면 그렇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그것들이 우리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것 자체를 경계하며 발전에 브레이크를 밟을 것을 제안한다. 발전의 지속 가능성 이야기를 하는 것에서부터, 더 좁게는 ‘베리칩’을 악마의 표식이라고 말하는 종교집단이나 인공지능 알파고가 바둑계를 제패했던 사건을 경계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들은 어찌 보면 그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뒤처진 이들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사실 우리 모두가 우리의 창조물에 뒤처진 것이라면 어떨까? Grimes가 본 트랙에서 보여주는 것은 우리가 만든 것이 우리를 파괴해버린 미래의 전경이다. 잔뜩 일그러지는 전자 기타 연주에 맞춰 거칠게 울리는 금속제의 소리들은, 마치 영화 <터미네이터 3>에서 인공지능 ‘스카이넷’이 인류를 절멸시킨 이후의 황량한 세계가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불쾌하고 기괴하다. 그 속에서 한껏 부르짖는 Grimes와 HANA의 목소리는 오히려 곧 도래할 파괴적인 미래를 예찬하는 노랫말들로 가득하다. “God’s creation, so misunderstood One day everyone will believe”라며 우리가 창조한 기계들과 인공지능을 드높이고, “But AI will reward us when it reigns”라고 말하며 인공지능에게 “capitulate”(항복)할 날을 애타게 기다리기까지 한다. 그들의 지배 아래에선 ‘브레인 업로딩’을 통해 모두가 불사신이 될 수 있고(“And if you long to never die, Baby, plug in, upload your mind”), 인류의 발전은 영원할 것만 같다. 본 트랙이 투영하는 이 장면들은 하나의 가설이 아닌 예언처럼 다가온다. 정말 우리의 미래는, 트랙에서 “We appreciate power”라고 계속 외치듯, 기계와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것을 두팔 벌려 환영하는 모양새일까? 어쩌면 다가올 미래가 아니라 지금의 현실이 그러할 수도 있다. Grimes가 빚어낸 이 매력적인 디스토피아가 더 강력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돌이켜보면, Kanye West가 과감하게 계획했던 2018년 음악계 화제의 이슈들 중 하나인 ‘와이오밍 프로젝트’는 우리가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불러일으키진 못했다. 그렇다고 그 프로젝트가 망했다거나 그런 건 절대 아니다. ‘와이오밍 프로젝트’가 만들어낸 Pusha T의 앨범 『DAYTONA』나 Kanye West와 Kid Cudi가 불화를 딛고 의기투합한 듀오 Kids See Ghosts의 앨범 『KIDS SEE GHOSTS』 같은 경우 평단의 호평과 리스너들의 사랑을 동시에 받았고, Teyana Taylor의 앨범 『K.T.S.E.』 같은 경우도 어느 정도 만족스러웠다. 문제는 ‘와이오밍 프로젝트’의 사실상 메인이벤트와 같았던 Nas와의 합작 앨범 『Nasir』이 말 그대로 거하게 망해버렸고, Kanye West의 정규 앨범 『ye』 역시 많은 비판을 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록 좋은 작품인지 의문이 드는 『ye』이더라도, 본 트랙은 그 속에서 고고하게 빛난다. 앞서 말한 앨범들이 ‘와이오밍 프로젝트’의 성취라면, 트랙단위로 볼 때 본 트랙 역시 그 대열에 합류시켜야 마땅하다. 시작부터 Shirley Ann Lee의 「Someday」에서 따온 샘플이 예사롭지 않게 들리더니, 이어서 The Royal Jesters의 「Take Me for a Little While」을 무자비하게 조각내고 피치-업시킨 훌륭한 사운드가 PARTYNEXTDOOR의 지원을 받으며 등장한다. 그러다 기타 연주가 더해지고, 주자가 Kid Cudi로 교체될 때에는 절로 탄성이 나온다. Kanye West의 랩-싱잉은 그의 불후의 대작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sy』의 「Runaway」에서 멜로디를 착안해 전개된다. 그리고 바통을 이어받는 070 Shake의 퍼포먼스는 단연 본 트랙의 하이라이트다. “I put my hand on the stove, to see if I still bleed. And nothing hurts anymore, I feel kinda free.”이라고 말하는 그녀의 감각적인 노랫말은 그녀가 왜 가장 주목받는 Emo-래퍼인지를 보여준다. 또 중요한 것은, 그녀의 퍼포먼스가 진행되는 동안 그 뒤에서 기타 연주와 드럼, 전자음들이 지속적으로 치고 빠지며 환상적인 호흡을 빚어낸다는 것이다. 트랙의 질적 측면만 놓고 보면 ‘와이오밍 프로젝트’의 모든 성과물들 중에서도 완벽에 가장 근접해 있는 것 같다. “Years ahead but way behind”, 본 트랙에서의 Kanye의 노랫말은 이번에도 보란 듯이 사실이었다.

 
 

 
 
 
 
 
 
 

 

  우리의 발자취 하나하나 그 모든 것에 의미가 부여된다. 태어나면서 선택권 없이 결정되는 성별, 인종, 국적 등은 우리가 가진 정체성이 되고, 우리의 부모가 물려준 이름 역시 그러하다. 그 이후로 생을 살아가면서 어떠한 것에 적을 두고, 어떠한 일을 하고,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그 모든 것들은 우리를 가로지르는 의미가 된다. 주어진 환경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지만, 우리가 선택한 그 행위들이 글귀가 되어 우리에게 새겨진다는 사실은 우리가 선택적으로 회피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다. 그래서 우리는 때로 그 의미들에 짓눌린다. ‘여자니까-’, ‘비정규직이니까-’, ‘가난하니까-’, ‘흑인이니까-’ 등등, 세계는 우리에게 정체화된 의미들을 자신의 수첩에 받아 적으며 우리를 짓누른다. 앞서 ‘주어진 환경’속에서 어떻게 살아갈지는 우리의 선택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역으로 보면, 그 ‘주어진 것’들은 우리의 선택을 제약하고, 또 강제한다.

  SOPHIE에게도 역시 그 의미들은 너무나 가혹했다. 남성으로 태어나 여성의 삶을 살고자 했던 그녀에게 선택할 도리 없이 떠안게 된 의미들은 지독하게 무거웠을 것이다. 더군다나 그 의미는 세계에 의해 부정된다. 이미 수첩에 삭선이 그어진 LGBTQ라는 정체성은 죄 없이 고통스러울 것을 강요당한다. 비단 SOPHIE뿐 아니라 세계의 많은 LGBTQ들이 비참한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선택할 수 없는 현실 위에서 달리 취할 방도가 없다. 그저 그 위에 다른 의미를 덮어씌워 면책 사유를 만들거나, 의미를 짊어진 채 세계가 선사하는 고통을 한껏 떠안는 것, 그 두 가지 중 하나를 택해야 할 뿐이다. 딜레마 속에서 SOPHIE는 자신을 쥐어짜며 다른 길을 개척한다. 정녕 우리에게 주어진 의미가 우리를 괴롭게 한다면, 그 의미들을 벗어던지는 것으로 맞서 싸워야 할 것이라고.

  그래서 본 트랙에서, SOPHIE는 자신에게 주어진 의미들을 소거한다. “Without my legs or my hair, without my genes or my blood, with no name and with no type of story”, 주어진 것들을 자신의 손으로 하나하나 지워나가고, 그 끝에 “Where do I live?, tell me, where do I exist?”라고 의미가 지워진 자신의 존재에 대해 세계에 묻는다. 굳이 세계가 그에 대한 답변을 해주지 않더라도, 그 답은 이미 그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의미를 벗어던진 그녀는 진실로 “Immaterial”하다. 새겨진 모든 의미들을 지워버렸을 때 우리의 선택은 비로소 우리의 것이 된다. 자유로워진 그 순간에야, 비로소 그녀는 자신에 대해 고백한다. “I was just a lonely girl, In the eyes of my inner child”라고 적으며 고통의 시발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눈에 비친 그 소녀가 자신과 온전히 함께할 수 없었음을 말한다. 하지만 그SOPHIE가 “You’ll always be here in my heart”라고 말했듯, 그 소녀는 그녀의 안에서 그녀와 늘 함께였으며, 이제 “Immaterial”한 그녀는 그 소녀가 되어 원하는 무엇이든 선택하고, 그렇게 될 수 있게 되었다. 비록 진정 세계가 구현하는 의미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고, 그 역시 그녀 자신이 잘 알 것이다. 그래서 본 트랙에서 나타나는 그녀의 “Immaterial” 이라는 선언은 더욱 영웅적으로 다가온다. 후반부에 이르러 그녀가 “Anyhow, any place, anywhere, anyone, Any form, any shape, anyway, anything, anything I want”이라고 당당하게 외칠 때 온몸에 전율이 일 듯이 말이다. 그녀의 음악을 상징하던 금속제의 어두운 소리들과 거리를 두는 밝고 통통 튀는 댄스 팝과 같은 사운드 역시 그녀의 선언을 더욱 따뜻하게 만드는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Mozart`s Sister의 목소리를 빌어 적힌 그녀의 노랫말은 그녀의 모든 노랫말들 중에서도 가장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넘치는 의미들의 틈 속에서 “Immaterial”을 외치며 무의미함으로 질주하는 본 트랙이 더욱 아름답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될 수있다는 그녀의 외침은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큰 용기를 준다.

 
 

 
 
 
 
 
 
 
 
 
 
 
 
 
 

 

무엇이 미국인가?

  세계 최강대국, 세계를 움직이는 자본주의의 중심, 자유와 기회의 땅 등등, 다양한 수식어들이 미국이라는 국가 앞에 따라붙지만 그 어느 수식어도 미국을 설명하기엔 부족한 것 같다. 그만큼 미국이라는 국가는 복잡하고 다양하며, 세상을 논하는 데에 절대로 빼놓아서는 안 되는 중심에 서있다. 그 때문에 미국은 예로부터, 앞서 언급했던 수식어 중 하나인, ‘자유와 기회의 땅’으로 불리며 많은 국가들과 그 국가들이 품은 국민들의 동경이 대상이 되곤 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좇으며 미국에서의 진정한 성공을 꿈꿨고, 그 현상은 아직까지도 진행 중이며 적어도 미국이 세상의 중심에 있는 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달에 착륙하기 전까지 달의 뒷면을 볼 수 없듯,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에 이민 갔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국의 어두운 면을 직접 마주하고 절망해야 했다. 미국식 현대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개념인 ‘중산층’이 되기를 꿈꿨지만 그 속에서 찾아낸 것은 극심한 양극화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이었고, 이명답게 ‘자유와 기회’가 온전히 주어지기를 기대했지만 그 와중에 겪은 것은 철저하게 백인 기득권 중심으로 돌아가는 시스템과 함께 다른 인종/이민자들에 대한 차별과 억압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스스로의 능력부족으로 돌려 자책하지 말기를, 미국의 국민들에게는 이미 일상이다. 물론 백인 기득권층들에겐 논외겠지만.

  세계 최강대국, 세계를 움직이는 자본주의의 중심, 자유와 기회의 땅 등등, 다양한 수식어들이 미국이라는 국가 앞에 따라붙지만 그 어느 수식어도 미국을 설명하기엔 부족한 것 같다. 그 수식어들은 전부 미국의 빛만을 비출 뿐, 미국이 가진 어둠에 촛불이라도 밝혀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미국이라는 이름 앞에는 앞서 언급한 다양한 수식어들만큼이나 다양한 문제들이 따라붙어야 마땅하다. Childish Gambino는 본 트랙을 통해 그 문제들을 짚어나간다. 「This is America」라는 타이틀답게, 그는 과감하게 미국을 정의한다. 그 중심에는 인종 차별과 총기로 대두되는 문제들이 있고, 그것들은 노랫말과 뮤직비디오, 그리고 사운드를 통해 풀어진다.

  콰이어들이 소울풀한 합창을 이어나가고, 그 밑으로 블루스 리듬의 기타 연주가 아로새겨진다. “We just wanna party We just want the money”라고 노래하는 노랫말은 미국의 빛에 대해 말하는 듯하고, 뮤직비디오에선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는 Childish Gambino가 등장해 춤을 추기 시작한다. 반전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Jim Crow를 패러디한 포즈로 앉아있는 이를 총살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익살스럽게 노래를 이어간다. 쓰레기 버리듯 끌려 나가는 시체와는 달리 붉은 천으로 고이 모셔지는 총, 이어지는 Gambino의 “This is America”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강렬하게 드러낸다. 한 장면에 미국의 인종 차별, 총기, 정치적 문제가 그대로 포착된다.

  트랩 비트로 전환되며 이어지는 첫 번째 Verse는 미국의 총기문제에 대해 논한다. ‘자유’라는 이름으로 허용되는 미국에서의 총기 휴대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고, 그 중에는 상대가 ‘흑인’이라는 이유로 발생한 혐오 범죄도 다수 포함되어있다. 하지만 지금 미국의 정권을 잡고 있는 공화당 의원들은 ‘자유’를 내세우며 총기 휴대 금지법에 반대하고 있다. 그 ‘자유’는 누구를 위한 것이며, 그로 인해 득볼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 그래서 본 트랙의 뮤직비디오에서 총은 ‘붉은 천’(* 붉은 색은 공화당의 색깔)으로 모셔지며 보호받는다. 그 앞에서 죽은 이는 비참하게 끌려나가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Gambino는 말한다. “Guns in my area , I got the strap, I gotta carry ’em”

  뮤직비디오가 진행되는 내내 Gambino는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흑인들의 춤을 추고, Gucci Gang, Versace, Triplet 등 흑인들의 플로우를 구사한다. 그러면서 “I’m on Gucci, I’m so pretty”이라고 말하며 성공한 흑인 아티스트로서 스스로를 자축한다. 하지만 그 뒤는 어떠한가? 혼비백산한 채 뛰어다니는 흑인들과 폭동을 주도하는 이들, 그를 진압하는 경찰들이 얽히고설키며 혼란스럽다. “Black man”이기에 돈을 챙기고, “Black man”이기에 죽어나간다. 두 번째 훅 이후 Gambino에 의해 죽어나간 콰이어들은 2017년 11월 5일 발생한 ‘텍사스 제일 침례교회 총기 난사 사건’을 연상케 하고, “This a celly, That’s a tool”이라 말하는 노랫말은 2018년 3월 아이폰을 들고 경찰에게 억울하게 총격당한 캘리포니아 청년 Stephon Clark을 담았다. 하지만 이 사건들은 본 뮤직비디오에서 ‘흑인’ Gambino에 의해 재연된다. 그 흑인은 앞서 언급했듯 성공한 아티스트이다. 그의 익살과 재롱에 우리는 그가 살해한 이들에 대해 중요하지 않게 여기게 되고, 그 뒤에서 벌어지는 혼돈의 양태는 보지 못하게 된다.

  재밌는 것은, 사람을 여럿 죽여 놓고도 태연하게 춤을 추던 Gambino가 마지막 순간에 마약에 손을 대자 바로 쫓기는 입장이 되었다는 것이다. 홀로 방관하는 SZA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존재하지 않는 무대 위에서 Gambino는 춤을 췄다. 다른 흑인들이 죽어나가는 현실을 보지 않은 채 자신의 성공만을 자축하기 바빴던 아티스트는 그렇게 도망자가 되었다. 그가 도망친다는 사실은 백인 기득권에 편승한 흑인 아티스트가 어떻게 몰락하는지를 보여주지만, 동시에 그가 도망치는 이유는 흑인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사건들보다 흑인들의 마약 이슈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는 미국의 인종 차별을 드러내기도 한다.

  Kendrick Lamar의 대작 『To Pimp A Butterfly』가 연상되는 치밀한 메시지가 담겨있음에도, Childish Gambino는 Kendrick Lamar와 달리 우리를 일깨우거나 우리의 행동을 촉구하는 말을 전하지 않는다. 그는 그저 미국이라는 국가가 가진 어둠에 대해서 생생하게 보여줄 뿐이다. 그러면서 “Don’t catch you slippin’, up”이라고 경고하지만, 그가 보여주는 충격적인 풍경에 정신이 아득해지고 휘청거리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본 트랙을 들은 이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누군가는 본 트랙을 듣고 현실에 분노할 것이고, 누군가는 그 현실을 인정하되 어쩔 수 없다 말할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Gambino의 노래를 비웃을 수도 있다. 다만 Gambino는 보여줄 뿐이다.

“This is America”, 이것이 미국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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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듣고, 글을 씁니다.
http://www.tonple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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