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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소녀, 『[X X]』


 

“Fly like a butterfly”

                                          –  「Butterfly」 中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녀들은 시작부터 남달랐다. ‘이달의 소녀 연구단’이라는 이름의 연습생 집단에서 매달 한 명씩의 정식 멤버를 공개하는 방식은 새로웠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달의 소녀’라는 이름은 단순히 K-Pop 걸그룹의 이름으로서만 기능하지 않았었고, 하나의 거대한 프로젝트이자 세계관으로 다가왔었다. ‘LOONAverse’라고 명명된 그녀들의 세계관은 각 멤버를 대표하는 색채를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꾸려졌으며, 그녀들 자신이 각각 자신들의 색채와 유사한 소녀들만 볼 수 있다거나 반대의 색채를 가진 소녀와 관계할 수 있는 이유로 그녀들의 상징물을 제시하는 등 K-Pop에서 강조되는 장르적 특징인 ‘캐릭터성’을 극대화시킨 설정이다(* 이달의 소녀의 세계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본고에서 다루기엔 그 양이 너무나 방대하기에 이를 잘 정리해놓은 사진으로 설명을 대체한다). 더 이전으로 되돌아가, ‘이달의 소녀’라는 이름은 또 어떠한가. 이달의 소녀의 초성 ‘ㅇㄷㅇ ㅅㄴ’의 애너그램 ‘ㄴㅇㅇㄷㅅ’는 이달의 소녀의 영어이름 ‘LOONA’와 모양이 꼭 닮아 있다. 또한 영어이름 ‘LOONA’는 달을 의미하는 ‘Luna’로, 달이란 단어가 가진 중의적 의미를 생각하면 ‘매달 새로운 소녀를 만나는’ 이달의 소녀가 가진 콘셉트와 딱 들어맞는다.

  이달의 소녀는 정식 데뷔 이전에 매달 유닛 내지는 솔로로서 우리들을 찾아왔었다. 그러한 유닛/솔로 활동은 그녀들의 세계관 ‘LOONAverse’를 미리 설명하는 역할을 했으며, 이는 방대한 세계관을 갑자기 접했을 때 팬들이 가지게 될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는 영민한 전략이었다. 또 그러한 유닛/솔로 활동의 결과물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각 결과물들의 질적 차이는 있을지언정 적어도 그 작품들이 K-Pop에서 답습되어왔던 작법들과는 다른 여러 가지 방향으로 자신들을 차별화시켜왔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 중 가장 돋보이던 작품은 단연 김립, 진솔, 최리로 이루어진 유닛 ‘이달의 소녀 오드아이써클’의 작품이었다. 그녀들의 유닛은 ‘LOONAverse’의 핵심적 요소 중 하나인 ‘오드아이’라는 요소에 대해 명쾌하게 풀어나갔음은 물론이고, 2017년 K-Pop 최고의 트랙 중 하나인 「Girl Front」와 같은 인상적인 작품을 만들기도 했었다. 그렇게 점점 이달의 소녀가 완성되어갈수록 많은 이들이 그녀들의 행보를 주목하였지만, 막상 정식 데뷔 후 첫 미니앨범 『[+ +]』는 자신들이 그간 차별화했던 모든 것들을 스스로 부정했던, 좋게 말해도 좋은 작품이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가령 인트로 트랙 「+ +」는 그간 이달의 소녀 유닛들이 보여줬던 인트로를 짜깁기한 사운드를 선보였지만 그녀들이 원했던 효과를 불러일으키기엔 모자랐고, 선공개 트랙 「favOriTe」이나 타이틀 트랙 「Hi High」에서는 그간 이달의 소녀의 행보와는 달리 여타 K-Pop 걸그룹들의 문법을 답습하는 악수를 두었었다.

  그렇기에 『[+ +]』의 리패키지 앨범인 본작 『[X X]』에 많은 우려가 쏟아졌음은 당연했다. 하지만 리패키지 앨범에 새로 선보이는 트랙을 무려 다섯 트랙이나 집어넣은 구성은 그간 K-Pop에서 시도되었던 많은 ‘리패키지’와 본작은 결이 다르다는 것을 암시했다. 그렇게 인트로 트랙 「X X」를 접하는 순간, 우리는 본작에 보냈던 우리의 우려가 전부 기우였음을 확신하게 된다. 앞서 말했듯 그저 그간 이달의 소녀 유닛들이 보여줬던 인트로를 짜깁기했을 뿐이었던 전작의 인트로 트랙 「+ +」와는 달리 「X X」는 인트로 트랙으로서 본작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적절하게 매쉬-업된 멤버들의 보컬 샘플에 맞춰 전개되는 신시사이저와 힙합 풍 베이스, 하이햇이 점점 쌓여나가며 마치 앞으로 드러날 트랙들은 이런 식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걸 예고하듯 천천히 나아간다. 그렇게 짜여진 사운드가 주는 감흥도 상당해서 「X X」가 끝나는 순간까지 우리는 온 신경을 그녀들의 음악에 집중하게 된다. 좋은 징조다.

  이어지는 타이틀 트랙 「Butterfly」는 ‘타이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여러 면에서 주목해야만 할 본작의 핵심이다. 그녀들의 소속사는 앨범 소개글에서 “…K-Pop에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새로운 비트와 드랍,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멜로디를 통해 이달의 소녀를 한 단계 레벨 업 시킨다.”라고 적었지만, 나는 「Butterfly」가 정말로 ‘최초공개’ 식의 혁신을 담았는지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Butterfly」에서 그간 이달의 소녀가 만들어냈던 차별화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극대화되었다는 것이다. 음악적 구성에서 이전 트랙 「X X」의 스타일을 유사하게 가져오면서 앨범으로서의 유기성을 확보하고, 선명하지 않고 모호하게 처리된 멜로디와 함께 멤버들의 목소리를 “Fly like a butterfly”라는 샘플로 밀어내며 비트의 드랍을 우선 내세우는 방식은 다른 K-Pop 음악들의 클리셰를 비껴가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우리가 더 집중해서 바라봐야할 지점은 노랫말, 그리고 뮤직비디오다.

  많은 이들이 이미 있는 해석을 바탕으로 「Butterfly」의 노랫말이 여성으로서의 존립과 꿈을 향한 열망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고 말하지만, 사실 「Butterfly」의 노랫말은 그 자체로는 오히려 그것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아닌 중의적인 스탠스를 취한다고 봐야 한다. ‘너’와 ‘나’라는 두 인물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나를 채워가는 눈빛 (You), 어쩌면 꿈인 것 같아”, “Now, with you you now I better be around you”, “데려가줘 Way too far 새로워져 등의 노랫말에서 드러나는 ‘나’로 대표되는 화자의 태도는 지극히 ‘너’에 대해 의존적이고, 수동적이다. 이러한 애매한 노랫말은 그간 우리가 접해왔던 K-Pop 클리셰들과 결합해, 우리를 편견에 빠뜨려 ‘너’가 남성이고 ‘나’가 여성이며 「Butterfly」의 노랫말은 ‘나’가 ‘너’에게 사랑에 빠진 상황과 감정을 묘사하는 일차원적인 글이라는 결론으로 이끈다. 하지만 이러한 섣부른 해석을 경계하게 하는 요소가 바로 「Butterfly」의 뮤직비디오다. 마땅히 남성이 등장해야한다고 여겨졌던 자리에 남성을 배제하고, 그 자리를 이달의 소녀의 아름다운 춤과 각기 다른 국적과 인종을 가진 여성들의 ‘날갯짓’으로 채웠다. 이는 어쩌면 K-Pop의 역사를 채우는 중요한 한 장면으로 기록되어야만 할 충격적인 시도이고, 그러한 「Butterfly」의 뮤직비디오는 노랫말의 ‘너’와 ‘나’를 남성과 여성으로 바라보는 이분법적 시선을 격파하며,1 그 모든 주체를 ‘여성’으로 바로세우며 세계와 꿈을 향해 ‘같이’ 나아가는 ‘여성들’의 연대의 이야기로서 서사를 완성시킨다. 이 순간 우리는 남발되었던 K-Pop의 클리셰가 사실 그 자체로 얼마나 남성적이었는지를 떠올리게 되며, 이달의 소녀가 「Butterfly」의 정교함이 만들어낸 ‘날갯짓’으로 그러한 틀들로부터 유유히 날아가는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볼 수밖에 없다.

  「Butterfly」의 ‘날갯짓’이 남긴 공기의 움직임은, 뒤에 이어지는 다른 K-Pop 아티스트들의 음악에 비해 비교적 추상적인 노랫말도 다른 방향으로 읽게 만든다. 하지만 그를 조금 내려놓더라도, 본작에서 새로 공개된 트랙들의 완성도 역시 훌륭한 편에 속한다. 통통 튀는 신시사이저와 캐치한 훅이 인상적인 「위성 (Satellite)」에서 “I’m talkin’ bout you, I’m talkin’ bout you”라는 자신의 파트의 두 개의 “bout”의 발음에 미세한 차이를 두는 멤버 여진의 섬세함이 그렇고, 「Curiosity」에서 비트 위로 멤버들의 목소리가 미묘하게 밀려나는 훅의 구성이 그렇고, 「색깔 (Colors)」에서 물결치는 멜로디의 짜임이 그렇다. 비록 이 트랙들이 「Butterfly」만큼 어떤 독보적이면서 특별한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트랙이라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각 트랙들이 가진 색채가 분명하고 그 속에서 K-Pop 장르 내에서 이질적이라 불릴만한 요소들을 갖췄다는 점에서 특기할만하다.

  그러나 후반부에 이어지는 『[+ +]』의 트랙들이 어느 정도 본작의 약점으로 다가온다. 물론 「열기(9)」나 「Stylish」 같은 트랙은 『[+ +]』에서부터도 그랬듯 여전히 우리의 즐거운 감상을 불러일으키지만, 문제는 「favOriTe」과 「Hi High」로 이어지는 부분이다. 「Butterfly」로 대표되는 본작의 감상은 철저하게 K-Pop의 클리셰가 구축해놓은 체계를 회피하고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며 이루어졌고, 그렇기에 본작이 가지는 ‘특별함’이 쌓이고 있었지만, 「favOriTe」과 「Hi High」가 가지고 있었던 가장 큰 문제인 ‘K-Pop 클리셰의 답습’이 그대로 우리의 뇌리에 박힌다. 가령 「favOriTe」에서 이달의 소녀 멤버들이 교복을 입고 지극히 ‘K-Pop 걸그룹스러운’ 춤을 추고 있는 장면이나, 「Hi High」에서 지극히 남성적 시선에 의해 정의된 ‘여고생적인’ 단어들이 등장하는 노랫말들이 그렇다. 결국 「favOriTe」과 「Hi High」가 본작의 후반부에 등장하며 다른 어딘가로 날아가던 본작의 날갯짓이 다시금 K-Pop 클리셰의 안으로 되돌아오는 듯한 느낌이 든다(** 물론 나는 「Hi High」 같은 경우 트랙 자체의 완성도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이는 그러한 것과는 전혀 별개의 이야기이다). 이것은 너무나 아쉬운 부분이지만, 비단 본작만의 문제는 아니고 어쩌면 K-Pop에서 리패키지 앨범이 가지는 고질적인 문제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재밌게도 본작의 아웃트로 트랙은 『[+ +]』의 인트로 트랙이었던 「+ +」이다. 전작에서는 그 트랙이 인트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었지만, 이달의 소녀의 방향성이 확실해진 본작에서는 이달의 소녀의 멤버들이 가진 캐릭터를 리바이벌하며 마치 그녀들의 다음 행보를 비추는 예고처럼 느껴지는 게 재밌다. 이처럼 그녀들은 본작에 이르러 비로소 자신들이 구축해놓은 색깔과 방향, 세계관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본작은 결국 그녀들이 ‘LOONAverse’라는 이세계와 현세계를 넘나들며 우리에게 전하는 이야기이고, 어쩌면 그녀들이 그 과정에서 보여준 ‘날갯짓’은 우리를 ‘새로움’으로 날게 해주는 이정표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이제는 궁금해진다. 과연 그녀들과 같이 날아가는 이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놀랍고 재밌는 것들을 보게 될까? 그렇게 우리는 그녀들과 함께 다시 한 번 나비처럼 날아오를 준비를 한다.

 
 

 

  1. 웨이브에 기고된 하세용의 리뷰에서 이와 비슷한 서술이 먼저 기고된 바 있음을 알립니다.
coloringCYAN
음악을 듣고, 글을 씁니다.
http://www.tonple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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