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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X, 『SECOND LANGUAGE』

 

 

“We do not speak the same language”

                                          –  「Language」 中

 

  내가 이전에 글을 썼듯, XXX의 『LANGUAGE』는 힙합씬의 주류언어 체계에서 벗어난 그들의 매력적인 사어(死語)였다. 그 언어는 주류언어 체계를 맹렬히 공격하면서도, 주류언어에 대한 의미 있는 갈망을 드러내었다. 그러면서도 주류언어 체계에 완전히 편입되는 것이 아닌, 그들만의 언어를 통해 그러한 갈망마저 드러내면서 XXX 스스로가 그들의 언어가 죽었다는 사실을 긍정했다. 결국 그들은 시작부터 자신들이 주류언어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LANGUAGE』에는 하나의 의문이 남는다. 그것은 그들의 언어가 정말 ‘사어’로서 남을 때, 이미 죽어버린 언어의 명맥이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이다. 이것은 XXX의 음악이 주류언어 체계에 편입되어 그들과 같은 음악으로 변할 것에 대한 우려가 절대 아니다. 이전에 피치포크가 그들의 『LANGUAGE』에 대해 “한국의 메인스트림 랩과 대중음악에 대한 해독약”이라고 칭했지만, 사실 『LANGUAGE』는 해독약보다는 맹독에 가깝다. 음악에서 구성되는 ‘언어 사회’는 단순히 그것을 음악으로서 생산하는 아티스트들에게만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고, 그 음악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최고의 위치에 올리는 장르 리스너들과의 의사소통과 함께 이루어진다. 그 의사소통의 과정에서 주류언어의 문법이 바로잡히고 체계가 갖춰지기에, 주류언어의 체계의 핵심은 다수가 공유하는 공통된 언어적 경험에 있다. 그 점에서 XXX가 구사하는 언어는 주류언어에 반함으로써 주류언어가 만들어내는 언어적 경험들에 대해서도 등을 돌렸고, 그렇기에 『LANGUAGE』는 다수의 리스너들에게 있어 맹독과도 같다.

  비록 많은 이들이 XXX의 『LANGUAGE』에 열광했지만, 그 열광의 핵심은 FRNK가 비트를 잘 찍고, Kim Ximya가 랩을 잘한다는 일차적 경험에 의존적인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그러한 의존적 경험에 의해 발음기호와 애매하게 짜인 문법만이 남고 도리어 XXX의 언어가 가진 속뜻은 가려진다(* 이에 대해서는 Kim Ximya 본인도 『LANGUAGE』의 「수작」에서 불평한 바 있다). 그렇기에 『LANGUAGE』가 만들어내는 것은, 공통된 언어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의사소통이라기 보단 주류언어 체계를 수용하는 아티스트와 리스너들에 대한 훈계이자 설파였다. 그래서 그러한 경험은 공유되지 못하고 오히려 불쾌감을 유발할 확률이 높고, 결국 XXX가 부정적인 스탠스를 내세우며 주류언어를 공격하더라도, 그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주류언어에 반하는 어떠한 효과도 만들어내지 못한 채 벽에 막혀버리게 되는 것이다. 『LANGUAGE』에서 부정으로 세워진 Kim Ximya의 노랫말이 그랬듯 매력적인 사어의 끝은 공허함으로 향하며, 소통할 수 없는 언어는 다시 한 번 자신을 죽음으로 내몬다. 그래서 의문이 남는다. 그들의 언어는 ‘정말로’ 주류언어 체계에 대해 효과적인가?

  『SECOND LANGUAGE』는 그러한 의문에 대해 무심한 듯 답을 던진다. FRNK가 ‘차트 1위를 노리고 만든 앨범’이라 칭했던 본작은 전작 『LANGUAGE』와는 전혀 다른 형태로 주류언어 체계에 다가간다. 당구장에서의 소리와 함께 붕 뜨는 신시사이저가 우리를 맞이하는 첫 트랙 「무뢰배」는 Kim Ximya의 노랫말이 들어있지 않아도, 우리에게 본작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는지에 대해 전한다. 마구 쪼개지는 드럼과 베이스는 여전하지만 그들의 날카로움은 이전보다 덜하며, 도리어 일상(당구장 안)에서의 ‘생활소음’과 조화를 이루는 흩날리는 신시사이저가 우리를 익숙한 경험 속으로 이끈다. 여기서 우리는 짐작하게 된다. 어쩌면 본작이 그렇게 스탠스가 날선 앨범은 아닐 수도 있겠구나, 하고 말이다.

  그러나 본작이 담아낸 Kim Ximya의 노랫말은 전작에서처럼 여전히 날카롭다. 「우아」에서 갈 때 예술가 오명은 씻고 가, 같은 취급이 기분 나빠라며 주류언어 안에 있는 아티스트들을 비꼬기도 하며, 「괜찮아」에서는 “You don’t know what time it is? 다음 오디션 알아봐야 할 시간이라고 대표되는 라인들로 주류언어 체계의 핵심을 공격하기도 한다. 그러한 날카로움 속에 변한 것 없는 자신의 궁핍한 처지와 그로 인해 주류언어 체계를 갈망하는 자조와 모순이 숨어있다는 점도 전작과 유사하다. 하지만 그 방향성이 전작과는 미묘하게 다르다. 가령 「우린」에서 드러나는 그래서 우린 뛰어야 해와 같은 노랫말은 그간 XXX의 행보와 비교해보면 매우 이질적이다. Verse에서 주류언어에 대해 신나게 공격하다가도 훅에 이르러 ‘우리’를 강조하는 노랫말은 그들만의 강령이기 이전에 하나의 제안으로서 듣는 이들에게 다가오고, 이는 XXX가 자신들의 방향성에 주어지는 의문에 대한 어느 정도의 대안을 찾았음을 짐작하게 한다.

  그런 점에서 「Bougie」는 본작에서도 특별한 위치를 점하는 앨범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다. 「Bougie」에서 FRNK가 만들어내는 사운드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그것을 잠시 뒤로 하고 주목해야할 것은 트랙 내에서의 Kim Ximya의 태도다. 그간 XXX의 음악에서 무엇인가를 부정하는 부정성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세웠던 그는 「Bougie」에서 어둠을 밝히는 양초(bougie)를 자처하며 부정성을 배제한 채 자신의 캐릭터를 되새긴다. “Have you ever seen a man like this?”이라며 자신을 소개하는 그의 첫 노랫말은 매우 인상적이며, 자신이 가진 꼰대 같은 생각과 자신이 왜 비판적 노랫말을 주로 작성하는지 등에 대해 언급하며 ‘아티스트 Kim Ximya’로서 리스너들에게 한 발 더 다가간다. 그를 휘감고 있던 어둠이 그가 든 양초로 인해 한 꺼풀씩 벗겨지며, 왜 그만이 씬을 밝히는 양초가 될 수 있는지 명쾌하게 드러난다. 내 위론 아무도 없는데 난 누구 비위를 맞춰야 되지, 이 통쾌한 라인이 전하는 것처럼 그는 「Bougie」에서 비로소 ‘이해’된다.

  또 특기할 만한 것은 본작에서의 주류언어 체계에 대한 논의가 전작에서 보였던 갈망을 넘어 모방으로까지 나아갔다는 점이다. 「FAD」에서 Kim Ximya는 여성의 성형에 대해 언급하고, 여성의 외모를 품평하는 노랫말로 대놓고 여성 혐오를 표하는데, 현재 한국 힙합씬의 주류언어 체계가 이러한 여성 혐오와 밀접한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를 가진다. 그러면서도 Kim Ximya는 “That shit fad”(** fad : 일시적인 유행)라고 반복되는 노랫말과 “진하게 연하든 연하게 진하든 미쳐버리겠는 건 똑같지 뭐”라며 조소하는 태도를 보이는데, 이는 『KYOMI』를 위시로 한 XXX 초기작들의 시니컬한 여성 혐오와 맞닿아있다. Kim Ximya는 근래 XXX의 작품에선 잘 드러나지 않던 이러한 작법을 소환함으로써 그가 주류언어 체계를 갈망하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주류언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구사하였다는 점에서 이질적이다.

  본작을 빛내는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FRNK의 프로듀싱이다. 정글, 정글과 DnB(드럼앤베이스), 글리치, 테크노, 덥스텝과 같이 일렉트로닉 음악의 하위 장르들에서 가져온 사운드들을 날카롭게 정제하여 선사하는 방향성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하지만 전작과 그 결을 달리하는 점은 보다 적극적인 신시사이저와 전자음의 활용과 멜로딕함을 배제하지 않은 전개이다. 앞서 첫 트랙 「무뢰배」에 대해 말했듯 솔로 퍼포먼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온전히 드러내기도 하며, 「우린」에서 보이는 멜로딕한 신시사이저의 운용을 보여주고 「우아」와 「Scale Model」에서는 『KYOMI』의 「승무원」을 연상케하는 신스-팝적인 흐름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Language」에서와 같이 전작에서의 날카로운 드럼으로 분위기를 환기하기도 하고, 전작과 본작의 색채를 적절히 조화시킨 「사무직」과 같은 트랙도 인상적이다. 그 중에서도 인트로의 피아노와 현악을 연상케하는 신시사이저가 분위기를 잡고, Verse 내내 강렬한 드럼으로 긴장감을 조성하다 강렬한 드랍으로 우리를 찍어 누르는 「Bougie」에서의 FRNK의 역량은 특히 뇌리에 남는다. 그 외에도 프로듀싱 과정에서 멜로디를 배제하지 않은 만큼 그간 XXX의 작품들에서 잘 보이지 않았던 훅이 본작에서는 핵심 중 하나로 떠오르고, 우리는 「우아」에서와 같이 Kim Ximya가 훅-메이킹에서도 탁월함을 보인다는 것을 새로이 알게 된다.

  결국 XXX는 본작에서도 『LANGUAGE』에서와 같은 언어를 구사하지만, 동어반복을 최대한 피하고 다른 스탠스로 우리에게 ‘다가왔다’는 점에서 전작과는 다른 특별함을 얻는다. 전작에서 날카롭게 드러난 것이 ‘사어’라는 언어 그 자체였다면, 본작에서는 그 언어를 구사하는 XXX에 더욱 초점이 맞춰진다. 언어에 가려졌던 그들이 다시 한 번 자신들의 언어가 죽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그들은 죽은 언어를 ‘구사한다’는 사실로서 언어적 체계와 분리된 채 되살아난다. 그들은 우리에게 손을 건네며, 그 손을 맞잡는 순간 우리는 그간 한국 힙합에서의 주류언어 체계가 주던 경험들과는 다른 경험들을 비로소 그들과 함께 체험하고, 공유하게 된다. 그렇게 우리가 처음 가졌던 의문들이 떠오른다. : 그들의 언어는 ‘정말로’ 주류언어 체계에 대해 효과적인가? “We do not speak the same language.”, 「Language」에서 XXX가 외친 이 실존적인 선언은 그에 대한 해답이 되고, 그 순간 더 이상 그들의 언어는 ‘죽은 언어’가 아닌 ‘주류언어에 대한 대안-언어’, 『SECOND LANGUAGE』로 기억되게 된다.

 

 

coloringCYAN
음악을 듣고, 글을 씁니다.
http://www.tonplein.com

3 thoughts on “XXX, 『SECOND LANGUAGE』

    1. 안녕하세요, 웹진 [온음]의 필진 coloringCYAN입니다.

      우선 저희 웹진을 구독해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희는 웹진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각 필진의 자율성을 최대한으로 보장하고 있으며, 리뷰의 형식 역시 필진들의 재량으로 맡기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점수와 같은 부분에서 필진들의 글 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알려드리며, 이에 구독자님의 양해를 구합니다.

      다시 한 번 웹진 [온음]을 찾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을 선보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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