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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음 2018 총결산 : 선정 결과 공개

 

특정한 기준들에 맞춰 어떤 음악이 더 훌륭하고 어떤 음악이 그렇지 않은가를 가려내는 일은 어쩌면 대단히 자의적인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음악에는 미리 정해진 쓸모가 없고, 또 어떤 음악들에 흡족해 하건 그 흡족함의 정확한 이유를 찾는 일은 정말이지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 결산이 정말 공정하고 객관적이라고는 자신할 수 없습니다. 다만 저희는 2018년에 어떤 음악들이 있었는지를 되짚어보고자 하시는 분들께 저희의 결산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으로, 작년 한 해 동안 저희가 들었던 음악들 중 가장 좋았던 작품들을 여기에 모았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왜 이 음악들을 이 자리에 모았는지 나름의 이유를 덧붙였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조지환

  • 아래의 목록은 2017년 12월부터 2018년 11월 사이에 발매된 작품들을 대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선정 이전의 후보 목록은 해당 링크에서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The Best Album of 2018



공중도둑, 『무너지기』, Self-Released, 2018.07

다채롭게 다듬고 꾸민 여러 가지 음색과 질감의 전자음들과 샘플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 로파이한 레코딩으로 투박한 음질을 만들어내고, 보컬 트랙을 알아듣기 힘들 만큼 흐릿하게 처리함으로써 을씨년스러운 느낌을 더했다는 점. 몇 가지 장르들의 접점에 서서 그 장르들의 작법들을 자유롭게 빌려온다는 점. 섬머소울과 공중도둑의 목소리가 서로 잘 어울릴 뿐 아니라 앨범의 분위기에도 훌륭하게 섞여든다는 점. 이렇게 이 앨범의 강점들을 되는대로 나열하더라도 꽤 여러 개가 나올 것이다.

하지만 역시 『무너지기』에서 가장 감탄할만한 점은, 이런저런 소리들을 충돌시키는 방식에 있다. 공중도둑은 서로 어울리지 않을 법한 소리들을 골라 서로 부딪히게 만든다. 첫 곡부터 그렇다. 어쿠스틱 기타 위로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던 전자음들이 기어코 터져나오는 찰나, 모든 소리들이 서로에게 과격하게 부딪혀든다. 『무너지기』는 쉬지않고 소리들을 충돌시키고, 그런 때마다 노래들을 뒤집어놓는다.

충돌은 변화를 수반한다. 지금 내는 소리가 아까 냈던 소리와 다르도록, 곧 내게 될 소리가 지금 내는 소리와 다르도록, 『무너지기』는 달라지기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이 앨범의 매력적인 비일관성이 만들어진다. (이에 대해서는 [weiv]의 나원영이 더 길게 서술한 바 있다.) 곡의 분위기와 속도, 소리의 세기와 음색을 수시로 바꿔가면서, 공중도둑은 변덕스럽게 곡들을 이어간다. 변덕. 이 앨범과 가장 잘 어울리는 낱말이다. 죽 끓듯이 변덕을 부려대는 음악. 『무너지기』는 그런 앨범이다.

목소리도 작고 발음도 불분명해서 알아듣기는 힘들지만, 노랫말도 탁월하게 쓰였다. 공중도둑과 섬머소울은 일반적인 상황들을 묘사하면서도 사뭇 새로운 방식으로 낱말들을 배열해 놓는다. (가령, 「흙」의 “묽어져가는 등불들과 함께 새벽에 넘겨줄 이 도로”처럼.) 그리 쉽게 읽히는 노랫말들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려운 어휘들이 쓰인 것도 아니다. 둘의 노랫말은 괜히 무게를 잡거나 젠체하지 않으면서도, 너무 간단해지거나 단순해지지도 않는다. 노랫말들을 전달하는 보컬 멜로디도 매력적이다. 여러 소리들이 종잡을 수 없이 지나쳐가는 와중에도, 『무너지기』는 흥얼거리기 좋은 멜로디로 청자들을 사로잡는다.

국내외 여러 매체에서 다뤄지며 좋은 평가들을 얻어냈고, Rate Your Music의 Top Albums of 2018 랭킹에서는 상위 16위에 오르기까지 했다. 그만큼 확실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발칙한 앨범이다.. 심지어 앨범 커버까지도 마지막 곡의 정경과 너무 잘 어울리지 않는가? 흠결을 찾기 힘들 정도다. 앨범 제작에 투입된 사람들도 몇 명 되지 않고, 기타도 빌려서 쳤다고 하지만, 섬머소울과 공중도둑은 가장 탁월한 결과물을 완성했다. 둘은 대단한 일을 해냈다. – 조지환

 

The Best Track of 2018

데카당, 「토마토 살인사건」, Self-Released, 2018.05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사는 우리들은 화가 나있다. 현실은 더욱 더 부조리함과 피폐함 속에 침잠해 들어가고, 그 속에서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길은 흐려져간다. 텅 빈 지갑은 늘 우리의 발목을 잡고, 야속하게 ‘발전’하는 듯 빠른 속도로 전진하는 시스템은 우리가 그에 대한 심도 깊은 고찰을 할 기회조차 스쳐지나가게 하며, 사람 하나 사귀는 것조차 쉽지 않다. 반목과 갈등에 둘러싸여있는 우리에게 자신들을 고려하지 않는 ‘꼰대’ 들은 적이며, 정치적 움직임도 우리를 위해 움직이는 게 없다. 그런데 더욱 비참한 것은, 이러한 아픔을 토로하고 투정부리는 것을 허락해줄 만큼 세상은 녹록한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트랙 내에서 잔뜩 짓이겨지는 토마토에겐 죄가 없다. 그것은 토마토를 짓이기는 우리 자신도 정말 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토마토를 짓이기게 하는 것은 앞서 말했듯 우리들을 내모는 현실이 만들어내는 ‘화’다. 인트로부터 진득한 사운드로 달라붙는 베이스라인을 시작으로 차분하게 이어지는 기타 연주는 분노한 트랙의 노랫말과는 다른 무드를 형성한다. 그러나 트랙이 진행되면서 연주는 점점 감정을 드러내며 선명해진다. 그것은 절규하는 진동욱의 보컬과 함께 절정에 이르러 브릿지에서의 광기어린 독주로 드러난다. 이렇듯 트랙 내에서 감정의 드러남과 감춤이 유기적으로 짜여있지만, 그와 반대로 노랫말은 시종일관 화가 나있다. 그러면서도 현재 청춘의 인간상에 대한 수준 높은 묘사는 트랙의 속뜻에 설득력을 더한다. “감정 불안정과 자기애 과시”가 ‘그러려니 한 것’으로 치부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열등감은 우리에게 ‘자학’을 ‘취미 삼게’ 만든다. 토마토를 짓이기는 과정은 단순히 과육을 부수는 것이 아닌, 듣는 이들에게 그 이상의 범죄로서 드러난다. 본 트랙의 제목이 「토마토 ‘살인’사건」인 이유이다. 그래서 트랙의 화자는 토마토를 짓이기면서도 두려움에 떨고, 트랙의 말미에서 황급히 증거를 인멸하고야 만다. 우리가 우리 자신이 가진 화를 섣불리 표출할 수 없고, 설령 표출하더라도 쉽게 곤경에 빠지고 말 듯이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데카당의 「토마토 살인사건」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우리 모습을 대변하고, 대한민국의 현재를 직시한다. 모든 것을 죽이고, 때려부수고, 전복시키고자 하는 화를 우리는 끝끝내 억누르면서 산다. 그러한 화의 표출은 곧 시스템을 적으로 두는 것이고, 곧 사라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데카당이 곡에서 “계속 이렇게 가다간, 나도 사라지겠구나 싶어.”라고 말했듯 말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가면을 뒤집어쓴 채 화를 인멸하고, 「토마토 살인사건」을 빌어 중얼거릴 수밖에 없다. “내 화를 받아줘, 내 이야기를 들어줘, 이 씨발새끼들아.” – coloringCYAN

  • 본고는 필자의 이전 글을 참조한 글임을 알립니다.
 

The Best Artist of 2018

BTS

누군가는 BTS의 성공은 대중적인 영역에 그칠 뿐이지, 그것이 절대 음악적 역량에 대한 고평가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들이 말하는 바는 BTS가 K-Pop 아티스트로서 훌륭하게 다져놓은 세계관과 캐릭터, 유튜브를 비롯한 인터넷 매체 중심으로 나아가고 있는 음악 시장 등의 환경이 BTS를 최고의 아티스트로 격상시켰을 뿐, 정작 그들의 음악적 성취는 미미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들이 흔히 BTS를 비판할 때 사용하는, ‘대중적 성취’와 ‘음악적 성취’를 구분하는 이분법에 의문을 던지고 싶다. 음악 산업의 흐름이 인터넷, 특히 유튜브와 같은 매체를 통해 철저히 개방적으로 나아간 지는 오래 되었고, 그렇기에 ‘많이 들리는’ 음악들 모두가 어떠한 ‘미적 쾌’를 담보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대신 ‘많이 들리는’ 그 음악들은 그들 자신을 ‘많이 듣게끔’하는 사회적인 힘을 가지고, 하나의 현상이 되어 랜선을 타고 우리의 가슴에 침투한다. 이에 대해 단순히 ‘대중적’, ‘세계화’와 같은 수식어를 덧붙이며 마치 그러한 것들이 부차적인 것인 양 말하는 것은 좋지 못하다. 음악을 내부적으로 관찰하기만 하는 시선은 현대 음악의 방향성과 영향을 무시한 채 우리를 매너리즘으로 인도하기 때문이고, 동시에 K-Pop이야말로 그 매너리즘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특수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BTS는 철저하게 K-Pop이고, 그들의 음악은 ‘많이 듣게끔’하는 사회적 힘을 가지며 국내를 넘어 세계를 뒤흔들었다. 물론 그들은 『LOVE YOURSELF 轉 ‘Tear’』와 같은 수작을 발매하며 음악적 역량을 증명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런 증명마저 별로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이다. 2018년의 음악사와 문화사에서 BTS를 지운다면, 말을 이을 수 없는 허전함만이 남을 것만 같다. 여기서 다시 한 번 묻는다. : “BTS가 UN의 강단에 서서 세계인들에게 청춘의 꿈에 대해 연설한 것이 정말 ‘음악적 성취’가 아닌가?” 이에 확답할 수 없다는 사실은 우리를 안고 미래로 날아가고 있다. – coloringCYAN

 

The Best Rookie of 2018

Jclef

사운드클라우드에 첫 믹스테입을 게시하고 2년, 빼어난 정규앨범으로 본격적인 커리어를 시작했다. 뮤지션의 역량을 재어 볼 수 있게 해주는 척도들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첫째가는 요소는 정규앨범의 완성도일 것이다. 『flaw, flaw』 앞에는 여러 매체들이 제출한 찬사들이 수북하게 쌓였다. 신인임에도 이미 훌륭한 뮤지션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가장 또렷이 보이는 장점은 랩이냐 노래냐 하는 분류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보컬 스킬일 것이다. 사운드클라우드 랩의 멜로디를 원숙한 알앤비 보컬로 소화해내면서도, 사운드클라우드 랩 특유의 과장성은 덜어내고 담담함을 지켰다. 국내 씬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스타일이다. 거기에 다층적인 의미들과 치밀하게 설계된 운율들을 노랫말에 채워 넣는 작사 솜씨까지. 능란한 신인이다. 벌써부터 Jclef의 다음 앨범이 기대된다. – 조지환

 

The Best Rock Album of 2018

아시안체어샷, 『IGNITE』, Self-Released, 2018.05

흔히 ‘한국적’이라고 불리는 음악들은 숱하게 있어왔지만, 과연 어떠한 것이 ‘한국적’ 음악인 것인지에 대해 대답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꽹과리, 북과 같은 국악(* 國樂)에서 사용된 전통 악기들을 적극적으로 차용한 음악이 ‘한국적’인 음악인가? 아니면 과거 조상들의 전통 어딘가에 놓여있는 추상적인 정서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한 음악이 ‘한국적’인 음악인가? 민요풍으로 보컬을 구성해 심금을 울리는 음악이 ‘한국적’인 음악인가?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한국적’이라는 용어를 두고 떠올리는 것은 언제나 한국의 과거와 전통에 맞닿아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국의 과거와 전통에 맞닿은 부분들이 두드러진다고 해서 ‘한국적’이라 불리는 음악들이, 그 제작자들은 겪어보지 못했을 확률이 높은 저 먼 과거의 모습을 무작정 그리워하는 음악이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한국적’이라 불리는 음악들에서 보이는 과거와 전통의 풍경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그것들 자신의 모습이 아닌,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아시안체어샷의 『IGNITE』는 여러 면에서 지극히 ‘한국적’이다. 타이틀 트랙 「빙글뱅글」에서 드럼의 심벌을 마치 꽹과리처럼 다루는 격정적인 연주를 대표적으로 하여, 곳곳에서 한국의 전통 악기가 만들어내는 무드를 재현하기 위해 힘썼고, 황영원의 보컬은 민요와 판소리 사이 그 어딘가에서 맴도는 듯 하는 독특함을 가진다. 노랫말에서도 마찬가지다. 「뛰놀자」에서 즐겁게 펼쳐지는 놀이 한 마당, 한 편의 거대한 혁명가와도 같은 「친구여」, 「무감각」에서 드러나는 뼛속 깊이 새겨져있는 한(** 恨), 「산, 새, 그리고 나」에서의 고대 시조와 같은 노랫말의 배치 등등이 본작이 ‘한국적’인 음악이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그러면서도 단순히 ‘한국적’이라는 것에 매달리지만은 않고, 싸이키델릭 록, 팝, 발라드, 메탈 등의 양악(*** 洋樂)의 장르들도 군데군데 어우르는 가운데 끓어오르고 솟구치는 에너지를 가진 음악을 만들어낸다. ‘한국적인 록 음악’이라는 이중적인 정의내림 아래에서 균형을 잃지 않는다.

그래서 타이틀 트랙 「빙글뱅글」은 더욱 특별하다. 동요 노랫말에서 동심을 뺀 버전처럼 보이는 “아침 해가 떴다 우리 밥 값하러 어서 나가보자”라는 라인과, 다른 트랙들의 노랫말과 괴리감이 드는 “빙글뱅글 돌고 도는 현실의 목줄이 / 나와 그대를 끊어버리네”라는 라인은 ‘한국적’으로 연출된 연주 아래에서도 현재의 대한민국과 그 안의 우리 모습을 그대로 투영한다. 분명히 끓어오르는 강한 연주인데, 그 아래에 놓인 화자는 시계추를 따라 같이 돌아갈 뿐이다. 「빙글뱅글」에서 시작된 이런 텅 빈 공허함은 뒤이은 「꿈」에서도 그대로 이어지면서, 그 다음의 「친구여」 같은 혁명가나 「무감각」에서의 한마저도 덧없게 한다.

그렇기에 본작에서 아시안체어샷이 꾸며낸 ‘한국적’인 정서는 지극히 이중적이다. 어느 한 편으로는 과거의 한국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지만, 동시에 현재의 한국의 모습을 비추며 그곳을 살아가는 한국인들만이 독해해낼 수 있는 공허함을 담아내기까지 한다. 본작의 마지막 두 트랙 「봄을 찾으러」와 「그땐 우리」에서는 현재의 공허함의 실마리로서 전통과 자연의 모습을 보여준다. 온고지신(**** 溫故知新) : 과거를 토대로 현재를 직시하는 이러한 태도는 ‘한국적’이라는 말이 여전히 큰 힘을 가지게 하며, 그렇기에 지극히 ‘한국적’인 본작에는 큰 힘이 있다. – coloringCYAN

 

The Best Rock Track of 2018

데카당, 「토마토 살인사건」, Self-Released, 2018.05

제목부터 자극적인 곡이다. “씨발새끼야”라고 뇌까리며 혼자 씩씩대는 이의 얼굴색처럼, 노래는 온통 붉다. 훼손된 사체의 피에 상응하는 토마토의 과즙도 시뻘겋다. 배출구가 없는 분노에 색이 있다면, 그 색도 붉을 것이다. 이 시뻘건 분노를 어쩌면 좋은가? 노래는 그 화를 풀 길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베이스 루프로 시작한다. 누가 받아줄 테냐며 소리를 빽빽 지를 때에는 기타도 같이 울어대다가, 이내 혼자 중얼거리며 욕지거리할 때면 기타도 의뭉스럽게 침묵을 지킨다. 쇳소리를 더해가며 격정적인 기타 솔로를 내지르다가도, 노래의 끝에는 미처 화를 다 풀지 못한 베이스만이 불만스럽게 남는다. 데카당은 탁월한 완급조절로 고질적인 불만과 이 불만의 일시적인 해소를 번갈아가며 연출한다. 마지막 절규를 끝마친 뒤에도 찝찝한 뒷맛을 남기는 절묘한 연출이 흥미진진한 희비극을 만들어냈다. 이만큼 재미있게 들을 수 있는 곡은 그리 많지 않다. – 조지환

 

The Best Electronic Album of 2018

키라라, 『sarah』, Self-Released, 2018.08

“있잖아요”나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 같은 말들은 아무 때나 쓰는 말들이 아니다. 말하고 싶은 것이 있고 묻고 싶은 것이 있으나 선뜻 입을 떼기가 조심스러울 때 하게 되는 말들이다. 『sarah』의 첫 곡 「걱정」은 이처럼 조심스럽게 시작된다. “안녕하세요”라는 인사 뒤에 한참이나 머뭇거리다 키라라는 다음과 같이 묻는다. “잘 지내요?” 그리고는 곧바로 「Wish」의 명랑한 리드 신스가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걱정을 뚫고 나오는 희망. 그것이 『sarah』의 힘이다.

『sarah』의 동력은 주로 90년대 스타일의 빅 비트에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앨범이 철두철미 빅 비트만으로 움직여간다는 것은 아니다. 다른 트랙들이 록킹하게 몰아치듯 달려간다면, 「Water」는 조금 다른 속도로, 마치 시냇물이 흘러가듯 나아간다. 「Water」의 내용물은 13분 동안 반복되는 물소리들이다. 키라라는 물거품이 일어나는 소리들 사이에 차갑고 사무적인 목소리들을 끼워놓으면서 다소 울적한 느낌을 연출한다. 나는 「Water」가 『sarah』에서 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트랙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내 친구와의 대화 중에 도달하게 된 생각이다. 그 친구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첫째, 이 곡을 통해 키라라가 전작들에서 들려주지 않았던, 다소 매니악한 사운드에까지 손길을 뻗치고 있기 때문이다. 키라라의 디스코그래피에서 「Water」는 새로운 실험이다. 둘째, 이 트랙이 「Earthquake」와 「장난」 사이에서 어떤 복잡한 정서를 조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Water」는 「Earthquake」의 뒷부분에서 2분가량 계속되는 음산하고 기분 나쁜 신스음 바로 뒤에 이어진다. 이 신스음은 조금씩 부드러워지면서 기어코 멎어들기 직전이 되어서야 이전까지의 음산함을 모두 벗어던지는데, 「Water」의 물소리는 이 희망적인 순간을 바짝 뒤쫓는다. 「Water」가 조용히 마무리 되고 나면 그 뒤로는 이 앨범에서 가장 정신없고 시끄러운 1분인 「장난」의 인트로가 이어진다. 이렇게 「Water」를 한 가운데에 두고 온갖 감정들과 상태들이 교차한다. 그렇게 상반되는 감정들이 엎치락뒤치락 갈마들며 감정들의 복합체가 만들어진다. 『sarah』는 그 감정들의 복합체를 끝까지 밀고 나간다.

손혜민나원영이 썼듯이, 『sarah』에는 기쁨과 슬픔이 뒤얽혀있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상반되는 감정들을 한 데 뭉쳐 굴려가면서도, 『sarah』가 결코 활기를 잃지 않는다는 점이다. 떠나간 애인을 그리며 울적이는 윤종신의 목소리도 다시 흥겹게 바꿔놓고야 마는 것이 『sarah』다. 키라라는 꿋꿋하게 힘찬 비트를 때려대며 댄서블한 리드 신스 리듬을 들이민다. 그것이 『sarah』가 저 감정의 복합체들을 밀고 가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텀블벅 구매자들에게 공개된 키라라의 라이너 노트에 대해 조심스럽게 덧붙이고자 한다. 이 글을 단지 작품의 제작 동기를 설명하는 데 그치는 독립적이고 외부적인 수기로만 여길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이 앨범의 모든 수록곡들과 함께 작품 속 정서들의 복잡성을 적극적으로 구성하는 내재적인 요소로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이 글이 라이너 노트로 『sarah』에 동봉된 일이 아주 특별한 사건으로 기억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일은 한 음악인이 트랜스젠더로서 자신이 겪어온 것들에 대해, 그 삶의 고유한 어려움에 대해, 그리고 그 어려움을 (함께) 견뎌 나갈 수 있게 해주는 힘에 대해 분명하게 적어 자신의 앨범 안에 담아낸, 이례적이고 소중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sarah』를 더욱 힘 있는 앨범으로 만들고, 키라라를 더욱 용감한 뮤지션으로 만든다. – 조지환

 

The Best Electronic Track of 2018

키라라, 「Wish」, Self-Released, 2018.08

정말 신나는 댄스 트랙들에는, 그 곡들이 가사 한 줄 없는 곡들임에도 불구하고, 종종 떼창이 따라붙는다. 「Wish」도 그렇다. 지난 8월 벨로주에서 열린 『sarah』의 쇼케이스에서도 그랬다. 「Wish」가 시작돼서 끝날 때까지, 플로어에 있던 모든 이들이 리드 신스 소리를 입으로 따라 불렀다. 내가 적고 싶은 것은, 이 곡의 신스 라인이 그에 맞춰 떼창을 하게 될 만큼 맛깔 난다는 것이다. 캐치하고 유쾌한 이 신스 멜로디가 「Wish」의 주인공이다.

곡은 중간쯤부터 조금 더 복잡한 정서를 그려낸다. 2분 50초쯤에서부터 신스 멜로디는 약간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계속되며, 그 주변에 있는 소리들은 어떤 긴장감 내지는 위기감을 조성한다. 그럼에도 신스의 음색은 어두워지지 않고, 결국 곡의 마지막에서는 다시 유쾌한 멜로디 라인으로 돌아온다. 이 노래는 마치 모종의 곤란에 빠져서도 힘을 잃지 않고 춤을 추는, 그런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이 서사적 구성 또한 「Wish」의 강점이다. 팽팽한 긴장과 부침을 겪으면서도 힘을 내어 춤을 추는 멜로디. 「Wish」는 그만큼 굳센 트랙이고, 그만큼 신나는 트랙이다 . – 조지환

 

The Best Rap/Hiphop Album of 2018

XXX, 『LANGUAGE』, BANA, 2018.11

인간의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언어의 체계는 우리를 지배한다. 두 명의 사람이 서로의 일상을 묻는 작은 담소에서부터 사회를 정의하는 거대한 담론까지 우리가 살면서 겪게 되는 모든 것들은 언어의 체계 아래 정제되어 드러난다. 언어는 또한 자신의 안에서 변화무쌍하며, 모든 집단들 내에서 각기 다른 형태로 발현된다. 그 중에서도 진정 우리를 지배하는 언어의 체계는 시스템에 의해 정해진 ‘표준’ 내지는 ‘공용’이라 불리는 주류언어의 체계이다. 주류언어는 다른 언어들을 철저하게 잠식하며 자신의 수중에 쥐어 쉽사리 드러날 수 없게 제한한다. 어떤 집단에서의 주류언어는 다른 집단의 주류 언어에 밀려 비교적 변두리에 놓이고, 그 변두리에조차 놓이지 못한 언어는 점차 소외되며 ‘사어’(* 死語), 즉 죽은 언어가 되어 언어로서의 영향력을 완전히 잃어버리게 된다.

우리가 음악적으로 장르의 체계에 대해 논할 때 그를 ‘문법’이라고 칭하듯, 음악도 철저하게 ‘언어적’이다. 변하는 시스템의 흐름에 맞춰 음악의 언어 역시 변화하며, 음악에서의 주류언어는 각 장르에서의 트렌드로 정립된다. 한국 힙합에서의 주류언어 역시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하면서 장르의 흐름을 결정한다. 매캐한 트랩 비트, 오토튠을 위시로 한 사운드클라우드-랩, 휘발적인 자기과시성 가사 등, 소위 ‘트렌디’하다고 불리는 한국 힙합의 작품들은 장르 내에서의 그러한 주류언어 체계를 철저하게 맞춰간다. 그와는 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작품들은 선택받지 못해 외면당하고, 결국 ‘사어’화되어 주류언어의 체계 아래 편입되어버린다.

XXX는 『LANGUAGE』에서 이미 죽어버린 ‘사어’를 구사한다. FRNK는 정글과 DnB(** 드럼앤베이스), 글리치, 테크노, 덥스텝 등 일렉트로닉 음악들에서 따온 사운드들을 재배열하고 정제하며 실험적인 사운드를 보여주고, Kim Ximya는 강하게 치고들어오는 날카로운 랩-메이킹으로 FRNK가 펼쳐놓은 비트위에서 존재감을 뽐낸다. FRNK와 Kim Ximya가 보여주는 음악적 문법은 한국 힙합 내에서 주류언어가 되지 못한 채 내몰려버린 ‘사어’이고, 그들의 언어는 주류언어와 정반대의 위치에 놓인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Kim Ximya의 노랫말은 메인스트림 한국 힙합씬과 그에 편승하는 힙합 아티스트들, 그리고 그것을 거부감 없이 수용하는 리스너들에게 무자비한 공격을 퍼부으며 그들과 대척점에 있는 주류언어의 근간을 뒤흔든다. 「S_it」에서 어차피 XXX는 사라질 것이라 말하는 누군가에게 “좆까, 난 너희를 눈앞에서 찢어버려야 돼”라고 말하듯이 말이다.

그런데 그들이 구사하는 ‘사어’는 주류언어를 공격함과 동시에 주류언어에 대한 의미 있는 갈망을 같이 드러낸다. 앨범의 포문을 여는 트랙 「18거 1517」의 인트로는 자신이 주류가 된 모습을 상상하며 ‘돈, 효도, 자동차’라는 한국 힙합 주류언어의 문법을 그대로 차용하고, 이후에도 곳곳에서 자신의 음악과 노랫말, 위치를 비웃으며 한국 힙합의 주류언어를 좇는다. 「Trust Us」에서 “또 돈 얘기 돈, 돈, 돈, 나도 싫어 그럼 auto mobile 얘길 하니? 아니 이런, 힙합은 돈 얘기 말고 뭐있어?”라고 스스로를 자조하듯이 말이다. 결국 그들이 구사하는 ‘사어’는 주류언어가 ‘되지 않은 언어’가 아닌 ‘되지 못한 언어’이고, 그 사실은 Kim Ximya의 노랫말 기저에 깔린 공격성마저 우스운 질투로 보이게 한다.

주목해야할 것은, XXX가 본작에서 주류언어를 질투하며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과정에서 그들의 ‘사어’를 잃지 않고 도리어 꽉 쥐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설명한대로 Kim Ximya는 주류언어를 구사하는 아티스트들의 성공과 돈을 질투하며 그에 편입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간주곡」에서 “내 지루한 음악이 해답이니까”라고 발칙하게 외치며 스스로의 위치를 격상하거나, 「뭐 어쩔까 그럼」에서 “예술은 인간, 인간은 욕심, 욕심은 돈 … 근데 이젠 돈 얘긴 그만”이라고 말하며 주류언어를 추종하는 다른 이들과 자신 사이에 선을 긋기도 한다. 더불어 Kim Ximya가 주류언어의 체계를 갈망하는 와중에도 FRNK의 프로덕션은 오롯이 ‘사어’의 문법만을 구사하며 Kim Ximya의 갈망과 질투가 그 자체로 모순이 되게 만든다. 주류언어에 잠식당했던 ‘사어’가 주류음악의 밖에서 자신의 죽음을 긍정하는 순간이다.

죽음을 긍정한 XXX의 ‘사어’는 어쩌면 본작의 시작부터 자신들이 주류음악의 그늘 아래서 부활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누군가는 그 ‘사어’가 있는지도 모를 것이고, 누군가는 그것이 곧 사라질 것이라 비웃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단 둘만이 구사하는 언어, 본작은 그렇기에 더욱 매력적인 『LANGUAGE』다. – coloringCYAN

 

The Best Rap/Hiphop Track of 2018

XXX, 「간주곡」, BANA, 2018.11

아니 지금 시대가 어느 땐데 앨범에 「간주곡」이라니? 트랙이 4분만 넘어가도 긴 것처럼 느껴지고, 원하는 부분을 다 듣고 질릴 때쯤엔 다른 트랙으로 돌려버릴 수도 있는, 문자 그대로 음악의 ‘취사선택’이 가능한 시대. 우리가 그러한 스트리밍 시대에 살게 된 것도 벌써 옛날이야기 아닌가? 시대를 역행하는 발칙한 제목답게 「간주곡」은 『LANGUAGE』에서도 가장 이질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동시에 앨범의 정체성을 가장 잘 표현한다. 6분 38초라는 긴 러닝타임에서 무려 5분여를 과감히 랩이 없이 비트에만 투자했지만, FRNK가 빚어낸 사운드는 5분여의 시간 중 단 한 순간도 놓칠 수 없게 한다. 가스펠과 같은 신성한 분위기까지 조성하는 듯한 합창과 오케스트레이션이 깔리고, 뒤이어 강이채의 화려한 독주와 드럼의 향연은 초장부터 우리를 찍어누른다. 그 모든 것들이 퇴장한 바로 직후 불안한 기운을 내뿜는 전자음과 내리꽂는 드럼이 게임 ‘스타크래프트’에서 따온 샘플과 만나 긴장감을 조성하다가도, 이어 드랍과 함께 피아노가 등장하며 확장되는 스케일이 쾌감을 준다. 이후에도 끊임없이 변주를 이어가며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다가 보글거리는 전자음과 함께 마침내 Kim Ximya가 등장하는 랩 파트는 압도적이다. 휘발적인 음악들이 가득한 현 힙합 씬과 음악 시장을 정면으로 비웃는 듯 하는 트랙의 러닝타임을, Kim Ximya는 등장하자마자 “역시 뭐든 빨리 질리는 타입이야. 여기 존나 역겹군.”이라는 직설적인 노랫말로 뒷받침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Kim Ximya의 엄청난 기량의 랩은 앞선 FRNK의 강렬한 퍼포먼스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포함한 모든 씬의 양태들을 비웃어버리는 도발적인, 하지만 확신에 찬 노랫말은 뇌리에 꽂힌다. 비록 이 트랙이 노랫말마따나 차트에 오르내리지는 못했지만, 차트에 올라갈 수 없는 트랙이기에 그 존재감이 더 크게 2018년을 짓누른다. 그 모든 것은 Kim Ximya의 노랫말처럼, “내 지루한 음악이 해답이니까” – coloringCYAN

 

The Best R&B/Soul Album of 2018

나얼, 『Sound Doctrine』, 인넥스트트렌드 / 롱플레이뮤직, 2018.03

이제 몇 달만 지나면 나얼이 가수로 데뷔한지 20년이 된다. 그동안 나얼은 한국 최고의 소울 싱어가 되었다. 노래를 기가 막히게 잘 부를 뿐 아니라, 유명하기까지 하다. 무엇보다 그는 이 방면 장르사의 전문가다. 마빈 게이와 잭슨 파이브의 팬인 나얼의 관심은 샘 쿡부터 보이즈 투 멘에 이르기까지 지대하다. 나얼은 고집 있는 소울 애호가였고 수집가였다. 이제 나얼은 자신의 콜렉션으로 또 한 번 전시회를 연다. 『Soul Doctrine』은 나얼의 수집품들이 전시된 박물관이다.

이번에도 나얼은 60년대의 끝자락에서부터 시작되는 시기에 강조점을 찍는다. 첫 트랙 「Soul Walk」는 청자들을 70년대로 초대한다. 간간히 터져나오는 브라스 편곡이 그 시절의 정취를 더한다. 70년대 소울 음악을 돌이켜 보고자 한다면 필라데리피아를 지나쳐갈 수 없다. 필리 소울을 현대적으로 재조립하는 일은 전작에서도 보여주었던 나얼의 장기다. 이번 앨범에서는 「Spring Song」에서 그 세련된 팔세토를 들려주었다. 더 신나는 트랙들도 있다. 「Baby Funk」는 흥겨운 훵크 연주를 들려주고, 「Stand Up」이 그 흥을 이어받아 더 빠르게, 그리고 더 화려하게 연출한다. 앨범의 타이틀곡인 「널 부르는 밤」에서는 90년대 스타일의 보컬 멜로디가 70년대의 사운드에 섞여든다. 이 곡에서도 브라스 세션의 운용이 곡의 정취를 더해준다.

콜렉션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나얼의 박물관에서 빠지면 섭섭할 두 가지가 있다. 우선 하나, 가스펠이 빠지면 섭섭할 것이다. 그는 자신이 발매하는 작품마다 거의 매번 (브라운 아이즈나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앨범들에도) 가스펠을 넣어왔다. 『Soul Doctrine』에서는 「Comforter」가 그 바통을 받았다. 악기들의 소리를 층층이 쌓아 만들어낸 서정성이 인상적인 곡이다. 또 하나, 가요식 발라드 알앤비가 빠지면 섭섭할 것이다. 무엇보다 나얼 자신이 이른바 “가요식-발라드-알앤비”의 형태를 결정한 뮤지션들 중 한 명이 아닌가. 나얼은 「기억의 빈자리」에 가요 팬들을 위한 자리까지 마련해두었다.

장르사적 고증에 착수하면서도, 이를 자신의 목소리에 맞게 조정해 선보였다. 더구나 이 장르의 매니아들 뿐 아니라 더 일반적인 가요 청자들까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앨범이다. 『Soul Doctrine』을 통해 나얼은 자신이 얼마나 베테랑인지를 다시 한 번 증명해냈고, 또 동시에 지난날의 소울 음악이 여전히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것까지 증명해냈다. – 조지환

 

The Best R&B/Soul Track of 2018

Jclef, 「지구 멸망 한 시간 전」, biscuit haus, 2018.08

두꺼운 킥과 사납게 쪼개지는 하이햇. 느슨하게 짜인 트랩류 비트가 이 곡의 골자다. 별다른 장식은 없다. 비트를 빼면 비어있다고 적어도 좋을 정도로 미니멀한 사운드 사이로 Jclef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들어온다. 보컬 트랙과 드럼 트랙이 직조해낸 리듬, 그리고 보컬이 전달하는 노랫말. 이 두 가지가 핵심이다. 보컬과 드럼머신은 서로 짜릿하게 맞아들며 때로는 급박하게, 때로는 느긋하게 노래를 이끌어간다. 킥이 잠시 멎어들면서 생긴 틈으로 코러스가 들어오고, “삶”이라는 단어가 발음 되는 순간에 맞춰 킥이 강조점을 찍는 순간은 아찔하기까지 하다.

가장 훌륭한 것은 노랫말이다. 곧 운석이 충돌해 지구가 결딴날 예정이다. 아무도 죽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아수라장 속에서 화자는 구경꾼이 되고자 한다. 구경꾼이 바라본 세상의 마지막 모습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누군가는 기도하며 애원하고, 누군가는 도둑질한다. 미워하며 싸우던 사람들은 무언가를 깨달은 양 뒤늦게 서로를 끌어안는다. 주인공은 이 모든 것을 무심히 바라본다.

노래의 마지막에는 다소 엉뚱한 샘플이 삽입되어 있다. 사람들이 모여 십부터 일까지 숫자를 세는 소리를 녹음한 샘플이다. 마치 새해가 밝아올 때를 기다리며 카운트다운을 하는 듯하다. 이 샘플은 화자의 속내를 희극적으로 끄집어내고, 이로써 노래는 마무리된다.

「지구 멸망 한 시간 전」은 이렇게 몇 개 되지 않는 요소들만으로 간결하게 구성됐다. 하지만 결코 허술하지 않다. 오히려 많은 것을 덜어냄으로써 핵심을 부각시켰다. 구성이 간결한 덕에 가사와 그 가사를 전달하는 리듬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영리하게 설계된 노래고, 그만큼 훌륭한 노래다. – 조지환

 

The Best Folk Album of 2018

공중도둑, 『무너지기』, Self-Released, 2018.07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나는 아직도 『무너지기』에 대해서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무너지기』에 대해 생각해본다. 앨범 커버 폰트도 당황스럽고, 노랫말은 잘 들리지도 않고, 트랙들의 구성도 친숙하지 않다. 우리가 흔히 들을 수 있는 음악들과는 거리감이 크다. 모든 사람들이 마음 놓고 들을 수 있기에는 본작은 너무 친절하지 못하고, 불안정해 위태롭다. 그런데 이미 본작은 평단과 리스너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정말로 많은 이들이 자신들의 결산에 본작을 집어넣으며 본작의 아름다움을 역설했다. 그리고 그 사랑은 이내 입소문을 타고 해외로까지 번지며 본작이 한국 음악사에서 가질 위치를 더욱 공고히 했다. 도대체 왜? 앞서 말했던 사항들 : 노랫말은 잘 들리지도 않고, 트랙들의 구성도 친숙하지 않다는 것, 그리고 그보다 더, ‘위태롭고 불안하다’는 것. 다른 음악에는 비판이 되는 이러한 말들이 본작에는 그렇지 못하는 것 같다. ‘위태롭고 불안’한 것은 결국엔 무너지기 마련이다.

나는 본작을 ‘포크’라고 칭한다. 어쿠스틱 기타가 모든 트랙에서 등장해 소리의 부품을 이루며 그 코드 하나하나가 주는 떨림이 지극히 ‘포크’적이고, 공중도둑과 섬머소울의 목소리에도 ‘포크’의 애수가 서려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누군가는 본작을 두고 ‘팝’이라 하고, 누군가는 본작을 두고 ‘일렉트로닉’이라고 말한다. 모두가 맞았고, 모두가 틀렸다. 「왜?」에서 섬머소울의 등장과 함께 어쿠스틱 기타가 신시사이저와 뒤섞이는 일련의 과정, 「쇠사슬」의 기타 연주 사이사이로 굴러들어오는 전자음, 「감은 듯」과 「곡선과 투과광」에서의 지극히 ‘팝’의 색깔을 띤 멜로디. 별이 밤을 수놓듯 본작을 장식하던 전자음들이 거의 퇴장하고 어쿠스틱 기타가 전면에 등장하는 「함께 무너지기」, 일렉트릭 기타가 등장하며 노이즈 록의 분위기를 풍기는 「흙」 등. 본작은 특정 장르로 칭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많은 장르들이 중심이 없이 어지러이 꽃핀다. 그리고 그렇게 꽃피는 것들은, 자기-복제를 하지도 않고, 언제나 우리의 예상을 벗어난 형태로 치고 빠지면서 혼란을 가중시킨다. 장르의 경계, 전형성과 정형성, 우리들의 예상과 기대, 그들과 함께 본작은 무너진다.

또 반대로 무너지기 직전의 ‘위태롭고 불안’한 것은, 그렇게 쌓여있기에 ‘위태롭고 불안’한 것이다. 본작에서는 결코 희미하지 않은, 하지만 위태로운 소리들이 서서히 쌓여가고 있다. 기타 소리가 한 폭씩 쌓이고, 그 속으로 노이즈와 전자음, 신시사이저가 들어오고, 또 공중도둑과 섬머소울의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합류한다. 공중도둑과 섬머소울의 목소리는 엄연히 노랫말을 가지고 있는 ‘노래’이고, 그 노랫말을 하나하나 곱씹어보면 추상적인 – 어느 부분에서는 종교적이라고 느껴지기까지 하는 – 비유와 단어, 의미들이 부유하고 있는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노래’이다. 그런데 본작에서 그들의 ‘노래’는 ‘노래’이기를 포기한다. 그 대신 켜켜이 쌓여있는 사운드들의 층의 중간 그 어디쯤으로 조심스레 넘어가 그저 같이 흘러가는 하나의 ‘소리’가 되기를 선택한다. 그렇게 쌓인 소리들은,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오묘한 감각을 만들어내고, 그 감각은 우리에게 만져짐으로써 깊은 질감을 가진 다양한 모양들을 빚어내고, 그 모양들은 다양한 공간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쌓인 소리들로 쌓여가는 감각들은, 그 소리들처럼 ‘위태롭고 불안하다’. 언제 무너질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쌓이지 않은 것은 무너질 수 없다. 그렇기에 모든 것은 ‘쌓이고, 무너진다’. 그런데 본작에서의 무너지고 쌓임은, 쌓이는 것이 먼저인지 무너지는 것이 먼저인지 짐작하는 것도 어렵다. 끊임없는 무너지기와 쌓임의 반복은 본작과 함께하는 우리까지 끌어들인다. 이것을 ‘압도적이다’와 같은 비평적 찬사로 수식할 수는 없다. 압도적인 것은 상대를 무너뜨리고,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하지만 본작은 절대 무언가를 ‘무너뜨리고’ 있지 않다. 그저 스스로 쌓아지고, 무너지고, 다시 쌓아지고, 다시 무너지고를 반복할 뿐이다. 어쩌면 그래서, 본작이 나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찬사를 받고 있는 것이 아닐까. 본작은 우리에게 결코 희미하지만은 않은 소리들과 함께, 우리를 자신의 품 안으로 불러내 같이 무너지고 쌓이며 더듬더듬 나아가는 그러한 앨범이 아닐까. 그래서 본작이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그래서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나는 아직도 『무너지기』에 대해서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 번 『무너지기』에 대한 글을 써내려갔다. – coloringCYAN

     

The Best Folk Track of 2018

공중도둑, 「쇠사슬」, Self-Released, 2018.07

초장 일 분 안에 승부가 난다. 아주 작은 소리로 새어나오는 “지치고” 뒤에, 한 번 숨을 고르고, “낡은 날”에서부터 온갖 소리들을 한 겹씩 덧대어간다. 물론 그 소리들을 한꺼번에 밀어 넣지는 않는다. 공중도둑은 천천히 소리들의 겹을 늘려간다. 결정적인 순간을 준비하듯 차례차례 겹쳐오는 소리들, 그리고 “조여가”. 별안간 야릇한 질감의 전자음이 기습해 들어오면서 모든 게 달라진다. 방금 전까지와는 음량부터 다르다. 갑자기 시끄러워지고, 노래가 뒤집어진다. 놀라운 1분이다. 공중도둑은 “바닥을 짚어 높아진 하늘을 등지며”라고 노래하지만, 이 노래는 바닥에서 구르다가도 하늘에서 날아다닌다.

굳이 이름표를 붙이자면 순화된 아방-포크 정도가 장르 이름으로 적합할 것 같다. 그 접두어에 걸맞게, 「쇠사슬」은 다른 포크송들의 한 발 앞에서(‘avant-’) 난장판을 벌인다. 이 난장판이 순화되어 있다고 굳이 덧붙이는 까닭은, 「쇠사슬」이 포크의 관습과 결별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기타는 다른 소리들에 묻혀 들리지 않는 듯싶을 때도 많지만, 때때로 (특히 곡의 마지막 부분에서) 거친 스트로크와 함께 맨 앞으로 치고 나오며 곡의 골자 역할을 한다. 기타 뿐 아니라 보컬 멜로디도 이 난장판을 순화시킨다. 오만가지 소음들이 서로 부딪히는 와중에도 보컬 멜로디만은 요란해지지 않는다. 소란스러운 소음들의 콜라주와 멜로딕한 진행 사이에서 공중도둑은 명민하게 균형을 잡는다.

서로 다른 소리들을 충돌시키며 노래를 어지럽히면서도, 세련된 멜로디를 놓치지 않는다. 마디마디마다 새로워지는 전개는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그 덕에 여러 번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기막힌 노래다. – 조지환

 

The Best Pop Album

이진아, 『진아식당 Full Course』, 안테나뮤직, 2018.06

풀코스라는 이름이 딱 어울리는 작품이다. 진아식당 3부작의 지난 작품들에 실린 곡들에 신곡 세 곡과 「냠냠냠」의 새로운 버전을 합쳐 푸짐하게 차렸다. 독특한 목소리와 솜씨 좋은 건반 연주, 멜로디 메이킹, 재즈 편곡 등을 재료 삼아 만들어낸 열세 가지 요리들이 차례차례 테이블에 오른다.

애초에 『애피타이저』로 공개된 곡들은 「배불러」와 「LIKE & LOVE」였지만, 이번 앨범에선 타이틀인 「Run」이 첫 차례로 나온다. 톡 쏘는 비트에 화려한 오르간 솔로를 더해 멋을 낸 전채가 뒤에 올 트랙들에 대한 흥미를 돋운다. 이어지는 코스의 메인 디시는 「계단」이다. 저음부에서부터 무게감 있게 나아가는 피아노 솔로가 「계단」의 시작을 알린다. 재지한 연주로 빚어낸 진한 풍미를 가운데에 두고 스트링 세션을 곁들여 장식한다. 거기에 산뜻한 멜로디를 입혀 재지한 맛이 너무 과해지지 않도록 신경 썼다.

「별것도 아닌 일」에서부터 이진아는 차차 코스의 끝을 준비해간다. 「어디서부터」는 들뜬 기분을 차분하게 달래고, 「밤, 바다, 여행」은 너무 가라앉지 않도록 분위기를 잡는다. 「오늘을 찾아요」의 잔잔한 연주와 함께 코스가 끝나면, 식사 뒤의 티타임이 찾아온다. 스트링 편곡으로 따뜻한 느낌을 낸 「우리 시작」이 잘 우려낸 차처럼 포근한 향을 남기며 앨범을 마무리한다.

경쾌하게 시작해서 나직하게 끝나는, 완성된 구조를 갖춘 앨범이다. 열세 개나 되는 트랙을 이끌어 가면서도 이진아는 흐트러지지 않는다. 너무 쳐지거나 지나치게 튀는 곡이 없도록 꼼꼼히 다듬었다. 아주 세심하게 짜인 코스다. – 조지환

 

The Best Pop Track of 2018

공중도둑, 「곡선과 투과광」, Self-Released, 2018.07

「곡선과 투과광」, 어지럽게 퍼지는 곡선과 반듯하게 뻗어나가는 빛, 본 트랙은 자신의 제목을 내부에서부터 이미지화하여 우리들에게 선보인다. 흐드러지는 전자음과 기타 연주, 섬머소울의 목소리가 아슬아슬하게 트랙 위를 노니는 모습은 얼마나 크게, 얼마나 깊이 휠지 모른 채 나아가는 곡선을 새긴다. 그러다 갑자기 그 모든 것들이 퇴장하고, 비교적 차분하게 울려 퍼지는 사운드 위에서 공중도둑의 보컬이 들리며, 받아들이기 쉬운 멜로디로 섬머소울과 합을 주고받으며 사운드의 층이 점점 쌓이고, 마치 빛을 쬔 듯이 또렷해진다. 여기서 첫 번째 부분에서 섬머소울의 목소리가 말 그대로 ‘소리’가 되어 기능한 것과 달리, 공중도둑과 섬머소울의 주고받음은 약하게 시작하는 사운드의 앞에서 하나의 의미 있는 ‘노랫말’이 된다. 비록 음질이 흐리더라도, “-있기엔, 너무 지쳤어”라고 읊조리며 등장하는 공중도둑의 목소리는 확실히 노랫말을 싣고 우리에게 다가온다. 트랙의 전개에서도, 『무너지기』라는 앨범의 구성 중 하나로서도 적잖은 충격을 선사한 공중도둑의 보컬은 “…휘청거릴 수도 있어, 괜찮겠어?” / “비 내려도 쓸려가도 되짚을 수 있을거야. … 괜찮겠어!”라고 섬머소울과 문답을 주고받는다. 그렇게 주고받은 문답은 존재에 대한 하나의 확신이 되어, “우리 모두 가루가 돼” 버리도록, 시간을 상징하는 듯 점점 무게가 거대해져가는 사운드에 기꺼이 몸을 던져 다시 ‘말’이 있는 ‘보컬’이 아닌 하나의 소리로 회귀한다. 흘러가는 시간(* 러닝타임)과 같이 ‘소리’로 흐르면서도, 그들이 주고받은 문답의 의미는 트랙이 끝나도 먹먹하게 남는다. 그렇게 곡선으로서, 직선으로서, 소리로서, 의미로서 완성된 「곡선과 투과광」의 모양은 물음표와 닮았다. 전율이 흐른다. – coloringCYAN

 

The Best K-Pop Album of 2018

BTS, 『LOVE YOURSELF 轉 ‘Tear’』, 빅히트엔터테인먼트, 2018.05

『LOVE YOURSELF 轉 ‘Tear’』 성취는 차트와 판매 기록에 그치지 않는다. 작품의 구성에 있어서도 이 앨범은 성공적이다. 「Intro: Singularity」는 느릿느릿한 비트에 얹힌 애수 깊은 알앤비 보컬이 앨범을 열고, 쓸쓸한 피아노 샘플로 시작하는 강렬한 트랩 트랙인 「Outro: Tear」가 앨범을 닫는다. 훌륭한 시작과 끝이다. 그 사이를 채우는 수록곡들도 한 곡 한 곡이 인상적이다. 조금 옛된 느낌의 비트 위에 올려진 「134340」의 벌스에선 멤버들의 랩 스킬이 발전했음이 보인다. 송라이팅에서도 과감함이 보이는데, 「Airplane, pt. 2」에선 「Havana」(카밀라 카베요)의 유행에 맞춰 라틴 계열 장르에까지 손을 뻗는다. 팬들에겐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영웅이고자 하는 태도를 호빵맨에 빗대는 「Anpanman」의 재치있는 가사 또한 매력적이다. 그 중에서도 역시 가장 돋보이는 트랙은 타이틀인 「Fake Love」다. 때로는 저돌적으로 나서면서도, 때로는 나직하게 노랫말을 읊조린다. 특이하게도 이 곡에선 멤버들 중 가장 여린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진이 지민과 함께 훅을 맡았다. 지금까지 「불타오르네」나 「피 땀 눈물」 등의 굵직굵직한 훅이 곡의 가장 주요한 부분들에서 멤버들의 캐릭터를 규정해왔다면, 「Fake Love」는 가늘고 날카롭게 찌르고 들어오는 진의 음성으로 이 캐릭터들의 역할을 뒤바꿔놓는다. 케이팝이 캐릭터 음악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Fake Love」의 장르적 탁월성은 BTS의 캐릭터들을 이런 식으로 재규정했다는 점에서 구해져야 할 것이다.

내용적으로도 꽤 훌륭한 성취를 거두었고, 상업적으로는 초유의 성취를 이룩했다. 정확한 기록을 모르더라도, 이 앨범과 BTS가 작년 한 해 어마어마한 유명세를 누렸다는 것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알 것이다. LOVE Yourself 프로젝트는 케이팝 음악 산업에서의 국제적 성공의 기준을 다시 세웠다. 이 앨범의 성공은 큰 사건이다. BTS 멤버들 뿐 아니라, 앨범의 기획, 제작, 홍보 과정 뿐 아니라 무대를 준비하고 연출하는 과정에 투입된 모든 사람들, 그리고 BTS의 팬들이 모두 함께 일궈낸 성공이다. 그 사람들 모두에게 공이 돌아가야 할 것이다. – 조지환

 

The Best K-Pop Track of 2018

BLACKPINK, 「뚜두뚜두」, YG Ent., 2018.06

YG의 음악은 뻔하다. 공격적으로 달려드는 신시사이저와 전자음, 트랩/래칫을 연상시키는 마구 쪼개지는 비트, 속칭 ‘뽕끼’어린 멜로디-메이킹, 자기과시성 가사들이 대부분의 작업물마다 반복되며 뻔한 이미지를 쌓았다. 그간 BLACKPINK의 음악 역시 그래왔고, 「뚜두뚜두」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뚜두뚜두」에서 주목해야할 지점은 바로 그러한 ‘뻔함’에 있다. 인트로부터 깔리는 트랩 비트와 신시사이저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어지는 부분에서부터 멤버의 파트가 바뀔 때마다 사운드가 끊임없이 변화한다. 신시사이저가 퇴장했다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갑작스레 비트의 패턴이 바뀌기도 하며, 브릿지에서 기타 연주가 나타나고 마무리는 태평소로 끝낸다. 그 모든 부분들이 그간 YG의 방법론에서 동떨어져 있느냐 하면 그것은 절대 아니지만, 오히려 뻔한 사운드들이 쉴 새 없이 귀를 어지럽히며 변화하는 과정이 트랙을 새롭게 한다. 각 멤버들의 퍼포먼스도 우리가 듣던 대로이지만,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여준 지수를 필두로 인상 깊은 랩을 선보인 리사, 제니, 트랙의 바이브와 잘 맞는 로제의 목소리가 ‘듣던 대로’의 모습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다. 노랫말 역시 듣던 대로지만, 강한 어조로 일관하던 노랫말을 훅에 이르러 “뚜두뚜두뚜”라는 정반대의 노랫말로 뒤집어버린다. 본 트랙은 YG가 자신들의 ‘뻔한 음악’에 제시하는 나름의 대안이다. 뻔한 방법론을 고수하면서도, 그것을 잘 정제된 퀄리티와 퍼포먼스로 뽑아낸 다음 이리저리 뒤섞어 결과적으로 새롭게 느껴지게 했다. 여전히 뻔하다는 이유로 공격받을 여지는 있겠지만, 「뚜두뚜두」는 그 사실을 인정하기에 뻔하다는 비판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hit you wit that 뚜두뚜두뚜” : 이 강력한 라인이 여전히 우리 귀에 맴돌 듯이, BLACKPINK의 정면돌파는 멋지게 2018년을 빛냈다. – coloringCYAN

12 thoughts on “온음 2018 총결산 : 선정 결과 공개

  1. [무너지기]와 관련해서 조지환 님은 나원영 님 리뷰를 인용하고, 컬러링시안 님은 재-피드백하는 게 인상적입니다. 또 [LANGUAGE]에 대한 자세한 해석도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 “BTS가 UN의 강단에 서서 세계인들에게 청춘의 꿈에 대해 연설한 것이 정말 ‘음악적 성취’가 아닌가?”

    여혐가사나 쓰다가 공론화되니까 사과문 발표하고 기부 몇 번 하니까 순식간에 이미지 회복하고 사건 있은 지 몇 년 지나지도 않았는데 ‘청춘의 대변자’가 되어 UN연설씩이나 하는 건 젠더권력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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