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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X, 『KYOMI』

“동물들의 잔치, 이 교미는 소문보다 훨씬 복잡해

                                                        – XXX 「Too High」 中

  휘황찬란한 조명과 울리는 베이스, 시끄러운 음악, 그 사이를 끈적이는 몸놀림으로 누비는 사람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맛이 가있다. 그들은 본능만을 쫓는다. 언제나 이성적일 것을 강요하는 피곤한 바깥 세상에서 벗어나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매캐한 음악의 아지랑이와 사람들의 움직임에 취해 사회의 굴레에서 벗어나 기꺼이 ‘짐승’이 될 수 있다. 술에 잔뜩 쩔어 접하게 되는 원나잇 스탠드는 ‘세이프 섹스’라는 본능의 이성적인 규율과 동떨어져 있으며, 서로에게 각자의 연인이 따로 있는지는 고려 대상의 범주 밖으로 떨어져 나가 그저 ‘짐승’이 되어 서로의 것을 거칠게 물고 빨 뿐이다. 돈이 썩어나는 상류 계층을 위해 따로 마련된 VIP룸에서는 마약 거래가 은밀하게 오가고 자동차 한 대 값 이상의 술병이 쌓여가지만 건물 안의 그 누구도 그것을 함부로 비판하거나 선망하지 않는다. 대신 각자의 영역이 정해져 있는 양, 서로의 영역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서 주어진 본능을 더욱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힘쓴다. 꿈에서 깼을 때, 하나도 변하지 않은 비극적인 현실을 다시 마주했을 때 그들은 이성으로 돌아온다. 자신이 그 곳에서 했던 일들을 더듬어보며,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지르진 않았는지 전전긍긍하며 마지못해 그들은 다시 세상으로 돌아가 그들을 감춘다. 시간이 지나 다시 신물이 나게 되면, 그들은 다시 본능을 마주보기 위해 이성을 저버린다. 그것이 우리들이 경험하는 ‘클럽’에서의 우리의 모습이다.

  Kim Ximya 역시 클럽 안에 있다. 그런데 그의 태도는 그 안의 다른 사람들과 사뭇 다르다. 「Liquor」에서의 그는 술에 잔뜩 쩔어있지만 본능만을 취하는 것이 아닌 바깥 세상에서의 이성적 태도를 그대로 견지하기도 하며 오락가락한다(* “니 음악하는 친구에겐 시간 낭비하지 말고 수강신청 열심히 하라고 전해줘” / “그리고 너희 언니 시간 많으시면 동생이랑 나랑 3합[쓰리썸]에 대해 견해 물어봐줘”). 게워내고 난 이후 동행하던 사람에 대한 불만을 상스러운 말로 거칠게 토해내지만 막바지에 그와 Kim Ximya의 경계가 무너지며 Verse 자체가 Kim Ximya 본인에 대한 자조로 남는다. “These bitches want my dialogue”라는 가사와는 다르게 Verse가 크게 비어있고 그마저도 반복적인 어구로 밖에 채워져 있지 않은 트랙 「우물정자」는 ‘SNS 유명세’의 허상을 날 것 그대로 드러낸다(** 본 트랙이 앨범 내에서 어떻게 기능하는가에 대한 문제는 후술한다). 「교미」에서 드러나는 연극은 남녀가 교차되며 각자가 가지고 있는 타인과 세상에 대한 열등감과 억눌리고 뒤틀린 본능을 한껏 표현한다.

  이렇듯 클럽이라는 공간으로 대표된 앨범의 서사는 연속적이지는 않지만 옴니버스의 구성을 띠며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간다. 「Too High」는 그 옴니버스의 열차에서도 본작을 꿰뚫는 가장 핵심적인 이야기를 담는다. 클럽이라는 공간 안에 있지만, 그 공간과 화자의 시선을 철저하게 이격한 채 클럽에서 펼쳐지는 현대인들의 본능의 향연을 그대로 주시한다. “사리사욕을 앞세운 동물들의 party”가 펼쳐지며 본능만을 쫓는 클럽 내에서의 양태를 그리지만 동시에 “이 교미는 소문보다 훨씬 복잡해”라고 언급하며 클럽이라는 공간이 그 이상의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본능의 추구가 그 기저 가장 깊은 곳에서 작용하지만, 그 내부에서도 맹목적 유행의 추구로 인한 몰개성화(* “Baby fat, 어딜 봐도 다 같애”), 빈 껍데기 뿐인 관계(* “니가 제일 이뻐라며 맘에도 없는 말을 던지는 곳” / “그런 정신 머릴 하고 눈을 떴을 때 넌 여전히 혼자지”), 계급 의식의 포착과 이에 편승하려는 움직임(* “귀한 집 자식들이 모이는 곳, 그 자식들을 노리는 자식들이 모이는 이 곳에서 살아남는 법”) 등 이성과 현실에서 온전히 자신을 격리시키지 못한 이들의 모습은 「Too High」에서 한심하게 그려진다. “월요일로 넘어오면 표정에서 지울 수 없는 조바심에”라고 말했듯, 모든 이들은 시스템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것이 “Too high for you, 여긴 너무 높아”라고 Kim Ximya가 클럽 안의 이들에게 단정지었던 이유이고, 이는 「Liquor」에서부터 이어진 Kim Ximya가 오락가락했던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본작의 이러한 옴니버스식 내러티브는 ,Kim Ximya 본인이 쉽게 파악될 수 없게 의도적으로 비틀었고 그 안의 메시지가 상당히 심오한 편임에도, 많이 헐거운 편이다. 당장 「Too High」 뒤에 이어지는 「Dior Homme」, 「승무원」은 현대성에 대한 조소와 비판이라는 점에서 앞의 트랙들과 비슷한 맥락을 함께하지만 「Liquor」에서부터 Kim Ximya가 제시했던 ‘클럽’이라는 공간적 배경이 희박해져서, 옴니버스식의 구성임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붕 떠버린다. 「Pass」는 본작의 내러티브를 거세한 채 전개되며, 사실 「Liquor」에서부터 「Too High」로 이어지는 전반부도 이야기가 탄탄해 설득력이 보장된다기엔 애매하다. 인트로격인 「Liquor」에 이어 등장하는 「우물정자」는 본격적으로 현대의 시스템에 이기지 못하고 도망쳐버린 이들의 모습을 주시하지만, 하나의 단면에만 천착하여 온전히 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 그 덕에 「Liquor」-「우물정자」-「교미」로 이어지는 시선의 변화는 청자에게 당혹감을 선사하며 「Too High」에 이르러 종합되나 결국 그 역시 애매한 꼴이 되었다. 물론 애초에 XXX는 ‘형식적인 진행에 얽매이지 않는 본능적인 음악’이라고 본작에 대해 칭하였기에 이러한 비판은 우스워보일 수 있으나, 그럼에도 ‘클럽’이라는 공간적 배경의 자리매김과 퇴장이 너무 졸속으로 처리되었고, 그 때문에 전반부를 종합하는 「Too High」가 되려 애매해지고 후반부가 붕 뜨게 되었다는 의심의 시선을 쉽사리 거둘 수 없다. 

  이야기의 측면이 아닌 음악적 측면으로 볼 때, 본작이 가지는 최고의 강점은 FRNK와 Kim Ximya의 퍼포먼스에 있다. 퓨처 하우스, 덥스텝, 신스 팝, 일렉트로닉과 EDM, 익스페리멘탈, 인더스트리얼 힙합 등등 다양한 장르들을 차용해 주조해낸 FRNK의 사운드는 상당한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우물정자」에서 건조한 노이즈에마저 그루브가 있다고 여겨지게 하는 변주는 감탄을 자아내고, 탁월한 피치 조절과 아카펠라의 활용으로 볼륨감을 살린 「교미」의 프로듀싱 역시 매력적이다. 「Too High」에서 브레이크 이후 뿜어져나오는 신시사이저는 곡에 활력을 불어넣고, 드럼과 베이스의 효율적인 배치가 얼마나 곡의 작품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지 궁금하다면 「Dior Homme」에서의 FRNK의 감각을 느끼면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본작에서 가장 뛰어난 FRNK의 퍼포먼스가 무엇이냐 하면, 마지막 트랙 「승무원」이 그 답이 될 것이다. 시작부터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아카펠라에서 흐름을 받아 마치 아카펠라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고 착각이 들게 하는 신시사이저와 이펙트의 운용과 신스 팝이라는 장르의 힘을 잃지 않고 지키는 프로듀싱은 그저 우리를 놀랍게 한다. Verse가 끝나고 이어지는 드랍과 신시사이저가 거세된 드럼의 향연은 단 한 순간도 귀를 거둘 수 없게 하며 후반부로 갈수록 고조되는 흐름과 매끄러운 기승전결은 「승무원」을 본작에서 가장 뛰어난 트랙으로 격상시킨다.

   Kim Ximya의 랩 퍼포먼스 역시 뛰어나다. 「Too High」의 두 번째 Verse는 그 전에 쉽사리 보여주지 않았던 Kim Ximya의 유려한 그루브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랩 퍼포먼스이고, 「교미」는 곡의 특성상 래퍼의 연기력이 가장 중요한 트랙이었고, Kim Ximya는 그것을 훌륭하게 수행해냈다. 「Pass」의 첫 번째 Verse에서 FRNK가 짜놓은 삼박자 비트를 따라 박자를 이리저리 쪼아가며 몰아치는 Kim Ximya의 랩은 단언컨대 본작에서 우리가 랩 퍼포먼스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쾌감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다. 이렇듯 FRNK와 Kim Ximya의 퍼포먼스는 훌륭하였으나 본작에서의 또 하나의 문제는 그 둘의 조화에 있다. 간단하게 말해서, 확실히 FRNK는 비트를 굉장히 잘 짰고 Kim Ximya도 랩을 잘 했지만 결국 압도적인 FRNK의 퍼포먼스에 Kim Ximya가 잠겨버렸다. 훅을 최대한 배제하고 짜여진 프로덕션은 훅의 자리에 FRNK의 기량을 뽐낼 자리를 들여놓았고, 거의 대부분의 트랙에서 곡의 중심에 FRNK가 자리하다보니 Kim Ximya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희미해질 수 밖에 없다. 물론 그것 역시 청각적으로 재미를 보장해주고, 본작에서의 Kim Ximya의 랩메이킹은 철저하게 사운드를 보조하는데 중점을 두었다는 점에서 이러한 비판은 참작될 여지가 있다.

  다시 첫 문단으로 돌아가서, 본작의 Kim Ximya는 클럽 안에 서있다. Kim Ximya가 그려내는 클럽의 풍경은 어쩌면 시스템을 마주하기 보다는 그저 도망가버릴 뿐인 인간 군상(** 물론 Kim Ximya 본인 역시 클럽 안에 있다는 점에서 Kim Ximya 역시 그러한 군상 중 하나일 수 있다)을 비춘다. 그 군상들은 Kim Ximya에 의해 시스템을 벗어나지 못해 공허하게 본능만을 추구하기 위해 도피한 한심한 존재로 그려진다. 그렇다면 그를 통해 Kim Ximya는 본작에서 과연 무엇을 말하는가? 비록 앞에서 본작의 내러티브를 애매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했었지만, Kim Ximya의 의도를 더듬어본다면 우리는 「승무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트랙에서의 ‘승무원’은 화려하게 치장된 현대성의 겉모습을 상징하지만, 그 속에서 승무원이 느끼는 괴로움과 고뇌는 철저하게 소외된다. “제발 같은 시차, 같은 집”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일지라도, 결국 승무원은 끊임없이 비행기를 오가며 고통을 만끽할 수 밖에 없다. 비행기에서 뛰어내릴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는가? 우리 역시 그렇다. 시스템에 신물이 나도, 시스템 안에서 갖춰야 하는 가식적인 태도에 구역질이 날지라도 우리는 그것을 끝내 저버릴 수 없다. 우리가 시스템을 저버리고 영원히 도피할 수 있는 수단은 죽음말고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역시 비행하는 현대성 앞의 「승무원」이고, 그래서 우리는 잠깐의 도망을 위해서 클럽으로 향한다. 온전히 본능만을 추구하며, 시스템을 잊어버리고 춤을 출 수 있는 곳, 그 곳에서 우리는 마음껏 『KYOMI』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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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듣고, 글을 씁니다.
http://www.tonplein.com

One thought on “XXX, 『KYOMI』

  1. 여지껏 [교미] 수록곡들을 들으면서 계속 가사나 제목등의 의미를 곱씹어보았었는데, 이 글 읽고 나니 훨씬 이해가 잘되는 것 같아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그런데, 다만… 다시 교미 앨범을 다 듣고 나니 느껴지는 씁씁함은 역시 어쩔 수 없네요 ㅠ 결론적으로 이 시스템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지만 무언가 이 답답함을 해소시킬 해답을 던지기 보다는… 어쩔 수 없지만 순응할 수 밖에 없다는 메세지가 느껴져서 일까요. 개인적인 바램으로, XXX가 언젠가는 이 시스템에 대해 그들만의 방식으로 해답을 찾고 그에 대해 노래하는 앨범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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